RFA 소식통들 “노동당, 행사 후 참가자 정신교육 뒤 충성자금 명목 현금 거둬가”
  • ▲ 지난 8월 24일부터 사흘 동안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8월 24일부터 사흘 동안 금강산에서 열린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8월 24일부터 사흘 동안 금강산에서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열렸다. 한국 정부는 이때 행사 참가자들에게 북측 가족들에게 줄 선물 종류와 금액 제한 가이드라인을 알려준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현금은 1,500달러(한화 약 168만 원), 선물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제재 기준 수준으로 10만 원 이상의 주류나 고가 화장품 및 시계, 악기, 귀금속, 가죽·모피 제품을 줄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한국 이산가족들은 이런 규정에 맞춰 선물과 돈을 들고 가 북측 가족들에게 생활에 보태라며 돈을 건네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김정은 정권이 최근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가한 사람들의 돈을 빼앗아 갔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유아시아방송(RFA)’은 지난 12일 “북한 당국이 8월 금강산에서 열렸던 남북이산가족 상봉행사를 마친 뒤 북한 참가자들에게 충성자금 명목으로 남한 가족들이 준 현금을 거둬갔다”는 북한 소식통들의 이야기를 전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함경남도 소식통은 “지난 8월 금강산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참석했던 사람들이 남조선 친척들에게 받은 돈의 상당 부분을 당에 충성자금으로 바쳤다”면서 “벼룩의 간을 빼먹는다는 옛말도 있지만 북한에서는 이보다 더 한 일도 벌어지는 중”이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에서는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나면 모든 참석자들을 며칠 동안 모아 놓고 “남조선 가족들과 접촉하면서 묻은 자본주의 때를 벗겨낸다”며 사상교양 사업과 총화사업을 갖는다고 한다. 이때 가장 먼저 하는 일이 남한 가족들에게 받은 선물 목록을 신고하는 것이라고. 소식통은 “남조선 가족들로부터 받은 선물은 물론 현금까지 빠짐없이 신고해야 하는데 사탕 하나라고 빠뜨리면 큰 일이 날 수 있다”며 “당국의 의도를 잘 아는 사람들은 선물 종류와 수량, 현금 액수를 낱낱이 신고한다”고 설명했다.

    이산가족 참가자들 정신교육 때 “당에 충성자금 바치자” 선동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자들이 신고를 마친 뒤에는 어떤 사람이 일어나 “이번에 당과 조국의 크나큰 은혜로 남쪽에 있는 이산가족을 상봉하게 됐는데 당과 조국에 대한 성의를 표시하자, 충성 자금을 바치자”는 선동이 뒤따른다고 한다. 이 말이 나온 뒤에는 참가자들이 알아서 “옳소” 하며 박수를 치면서 ‘충성자금 헌납’이 시작된다는 설명이었다. 참가자들은 충성자금 헌납을 선동하는 게 당국이 사주한 것임을 알면서도 감히 반대하지 못한다고 한다. 소식통은 “충성자금을 얼마 낼 것인지는 명부를 돌리면서 알아서 금액을 정하도록 하는데 보통은 다른 사람이 낸 액수를 살펴보다가 남조선 가족에게 받은 돈의 절반 이상을 적어낸다”고 주장했다.

    ‘자유아시아방송’과 접촉한 평안북도 소식통은 “충성 자금을 낸 뒤에도 바쳐야 할 돈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참가자들은 상봉행사를 준비한다며 한 달 동안 집체교육을 받은 비용, 당국이 제공한 옷과 남한 가족에게 건넬 선물비용, 고향에 돌아간 뒤에는 상봉 행사에 참가할 수 있게 해 준 노동당 간부에게 인사치례를 하고 동네 사람들에게 술 한 잔을 사야 하는 게 관례라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끝난 뒤에 남조선 가족이 준 돈이 수중에 남는 경우가 거의 없으며, 자칫하면 가족에게 받은 돈보다 지출이 더 많아 빚을 질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