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취재 'MBC의 눈물']② 퇴직금도 못받고 쫒겨난 사장들... "억울하다" 줄소송
  •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
    지난해 3개월 간의 총파업을 겪은 MBC는 말 그대로 '정상화'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 MBC본부에서 주도하는 파업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광고 성수기인 9월과 10월에 심각한 매출 부진을 겪었다. 지난해 9월 MBC가 배포한 공식 입장문에 따르면, 당시 드라마는 물론 주요 예능 프로그램 시간대마저 재편집 프로그램으로 채워지면서 MBC의 영업 손해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상황은 지방 계열사들도 마찬가지였다. 본사 언론노조가 이끄는 총파업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던 계열사 노조는 다함께 제작 거부에 들어갔고, 이는 연쇄적인 시청률 하락과 매출 부진으로 이어졌다.

    "상식적으로 방송이 안나가는데 광고가 되겠습니까? 또 본사 언론노조에서 저렇게 결사적으로 전면 파업을 하는데, 지방 계열사라고 별 수 있겠습니까. 이런 상황을 전혀 감안하지 않고, 전체 매출이 떨어졌다고 누군가에게 책임을 묻고 있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인 거죠."

    지난 1월 29일 주주총회에서 해임된 심원택 전 여수MBC 사장은 4일 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방송 파행은 서울 본사가 파업을 하니 여수MBC도 동조 파행을 하면서 자연히 진행된 것"이라면서 "그 책임은 서울 본사 언론노조에게 있는 것인데, MBC 측에선 제 경영능력에 문제가 있다면서 취임 10개월 만에 저를 해임했다"고 말했다.

    "전국 모든 지역사 사장들 다 해임 당해"

    심 전 사장은 "파업으로 인해 방송이 제대로 안 나가는 와중에도 여수MBC는 흑자가 났다"면서 "제가 여수 MBC에 부임한 이래 선후배간 반목이 심화되거나 직종간 갈등이 터진 일도 없었다"고 했다. 그는 "저보고 조직 통할 능력이 없다거나 경영능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는 건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제가 해임될 거라고는 정말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나름 어려운 시기에 사장직을 맡아 조직을 잘 이끌어왔다고 생각했었거든요. 지난해 말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임시이사회에서 저에 대한 말이 처음 나왔다고 하는데요. 당시 제가 어떤 문제가 있어 해임될 거라고 말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어요."

    심 전 사장은 "나중에 미디어오늘 기자가 회사 경영진 측에 지방사 사장들에 대한 해임 사유를 물었다"고 했다. 사측은 그제서야 ▲방송 파행에 대한 책임 ▲조직 통할 능력 부재 ▲경영능력 부재 등을 주된 이유로 언급했다. 심 전 사장은 "저희한테는 말 한 마디 없던 사측이 외부 언론사 기자가 물어보자 그제서야 답변을 하는 아주 이상한 상황이 벌어졌다"고 탄식했다.

    "방송 파행? 경영 능력 부재? 조직 통할 능력 부재? 우리한테는 그런 걸 말해준  일자체가 없어요. 저 뿐만 아니라 모든 지역사 사장들이 미디어오늘 기사를 보고 알았어요. 저희들이 해임된 이유가 그렇다는 것을."

    심 전 사장은 "▲경영진이 형법상 유죄 판결을 받거나 ▲본인의 중대한 과실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을 경우 ▲또 본인이 심각한 질병에 걸려 업무를 수행하기 어려운 지경에 놓였을 경우에는 임기가 남아있는 대표이사를 해임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저는 그 어느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았지만 사측은 저에 대한 해임을 일방적으로 강행했다"고 주장했다.

    회사는 해임사유 알려줄 의무 있어

    "제 임기가 총 3년인데 10개월 밖에 못하고 해임됐습니다. 그러면 최소한 남은 잔여기간(2년 2개월)의 연봉은 줘야하는 것 아닙니까? 그리고 명확한 해임 사유를 알려줘야죠. 해임할 권한이 있다면 사유를 알려줄 의무도 있는 것 아닙니까? 하지만 '당신은 이러이러한 문제 때문에 우리와 같이 할 수 없다'는 얘기를, 단 한 번도 저에게 말해 준 적이 없어요. 다른 지역사 사장들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심 전 사장은 "임기를 다 마치지 못하고 불명예스럽게 물러난 것도 서운한데, 해임된 이유조차 모르는 상태에서 퇴직금까지 받지 못하니 참으로 답답하기 그지 없다"면서 "전국적으로 모든 지역사 사장들이 해임을 당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마땅한 사유가 없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심 전 사장은 "다만 '전두환 회고록'을 재미있게 읽었다고 식사 자리에서 말한 일이 있다"고 했다. 그는 "그 일을 놓고 일각에서 비난을 가하고 있다"면서 "호기심 차원에 회고록을 한 번 읽었다고 해서 '전두환과 같은 편'이라고 매도하는 건 참으로 단세포적인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5.18 북한군 개입설'은 결코 공개석상에서 발언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저희는 근로자가 아닙니다. 노와 사로 나누자면 당연히 사측이죠. 경영진이기 때문에 노동법 적용대상도 아닙니다. 각 지역사 사장들은 상법의 적용을 받는데요. 본사가 계열사의 대주주이니 당연히 사장을 해임할 권한은 있지요. 그러나 적어도 공영방송 만큼은, 정권과 관계없이 임기를 지켜야 하는 게 원칙 아닌가요? 그러한 원칙이 지켜지지 않고 있어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심 전 사장은 "당장 해임처분 무효 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지만 제 후임 사장까지 이미 임명이 된 마당에 별 실익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따라서 중도에 해임되면 잔여기간 급여의 90%까지 받을 수 있도록 돼 있는 상법에 근거해, 급여와 퇴직금을 함께 청구하는 민사 소송을 제기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두환 회고록' 읽었다고 해임?

    지방 계열사 사장들이 소송의 근거로 삼고 있는 법규는 상법 제 385조 1항이다. 해당 조항에 따르면 『이사는 언제든지 제 434조의 규정에 의한 주주총회의 결의로 해임할 수 있는데, (이사의 임기를 정한 경우에) 정당한 이유없이 임기 만료 전에 해임한 때에는 그 이사가 회사에 대해 해임으로 인한 손해의 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명시 돼 있다.

    또한 MBC 사규에 따르면 회사의 사정으로 인해 상법상 임기 만료(3년) 전 퇴임하는 임원에게는 '임원 특별 퇴직위로금'을 지급하는데 ▲해당 계열사에 3년 이상 재임한 임원의 경우, 잔여임기 만큼 월급의 50%를 지급하며 ▲해당 계열사에 3년 미만 재임한 임원은 잔여임기 월급의 90%를 주도록 돼 있다.

    임기 만료 전 해임된 임원에게 지급하는 퇴직연금은 ▲6개월~1년 근무한 임원에게는 4개월치의 월급을 주고 ▲2년 근속한 임원에게는 8개월치의 월급을 ▲3년 근속한 임원에게는 1년치의 월급을 주도록 정하고 있다.

    MBC에는 ▲부산MBC ▲대구MBC ▲광주MBC ▲대전MBC ▲전주MBC ▲경남MBC ▲춘천MBC ▲충북MBC ▲제주MBC ▲울산MBC ▲강원영동MBC ▲목포MBC ▲여수MBC ▲안동MBC ▲원주MBC ▲포항MBC 등 총 16개의 지방 계열사가 있다. 이중 잔여임기가 1~2개월 밖에 남지 않아 자진 사표를 낸 사장 4명(원주·전주·대전·대구MBC)을 제외한 나머지 12명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3월까지 관계사별 주주총회에서 모두 해임 처분을 받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