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감기관 불투명한 해외출장 지적하더니… 황제외유·정치자금 빼돌리기 등 의혹 줄줄이
  •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지원을 받으려고 하는 기업과 그것을 심사하는 직원의 관계에서 기업의 돈으로 출장 가고 자고, 밥 먹고, 체재비 지원받는 거 이거 정당합니까."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2014년 10월 19대 국회 정무위원회 한국정책금융공사 국정감사 중 꺼낸 말이다.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던 김기식 원장은 정책금융공사의 불투명한 해외 공무출장 의혹을 강하게 질타하며, 말 그대로 부적절한 출장을 엄벌하자고 주장했다. 
    그리고 현재 문재인 정부에서 금융감독원장으로 임명된 김기식 전 의원은 국회의원 시절 자신의 위치를 이용해 피감기관 예산으로 이른바 황제 외유를 다녀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까지 나온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이른바 '갑(甲)'질을 짚어봤다. 
    ◆피감기관 예산으로 '황제 외유'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은 19대 국회 정무위 소속 의원이던 시절 피감기관의 돈으로 수차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나타났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김기식 원장은 2014년 3월 24일 28일까지 5일간 당시 보좌관이던 홍일표 현 청와대 정책실 선임행정관과 함께 한국거래소(KRX)의 예산으로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이 기간 동안 김 원장의 공식 일정은 우즈베키스탄 정부 관계자와 면담한 3월 25일 하루였다.다. 이러한 사실 때문에 4박 6일짜리 외유(外遊)성 출장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 출장이 로비성 외유란 의혹이 제기됐을 당시 "2박 3일간 공무상 출장이었다"고 해명해 "거짓말을 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김기식 원장은 2015년 5월 더 과감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 자유한국당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김 원장은 피감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지원을 받아 9박 10일 일정으로 미국 워싱턴DC, 벨기에 브뤼셀, 이탈리아 로마,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했다. 
    김 원장은 자신의 여(女)인턴을 대동하기도 했다. 인턴의 출장 비용도 KIEP에서 지원했다. 이 이간 동안 김 원장과 일행은 총 3077만 원을 사용했고, 김 원장과 인턴은 비즈니스석을 끊어 항공료로만 1476만 원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원장이 출장을 다녀온 시점은 7월 정무위 결산 심사가 예정된 때였으며, KIEP는 김 원장 출장보고서에 '본 출장은 김 의원을 위한 의전(儀典) 성격'이라고 밝혔다. 
    특히 김 원장은 시찰 6개월 전인 2014년 11월 10일 국회 정무위 예산결산소위에서 KIEP가 지원하는 연구소 일부 예산 삭감을 주장하기도 했다. 
    이처럼 김 원장의 외유 논란이 불거지자 정세균 국회의장도 "22년 정치 생활에 김 원장이 다녀왔다는 식의 출장은 나도 처음 봤다"고 혀를 내두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 원장의 상식 밖의 출장은 이뿐만 아니었다. 
    김 원장은 2015년 4월 우리은행의 지원을 받아 2박 4일간 중국과 인도로 외유성 출장을 다녀왔다. 김 원장은 KIEP 때와 비슷하게 외유를 가기 전 우리은행의 중국 화푸빌딩 헐값 매각 의혹을 지속해서 제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를 두고 "뇌물성 갑질 외유"라고 지적했다. 

  •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모습.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영상 캡처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19대 국회의원 시절 모습. ⓒ자유한국당 홈페이지 영상 캡처
    ◆피감기관 상대 고액 강좌 등록 강요 
    김기식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재직 시절 자신이 설립한 '더미래연구소'에 고액의 강좌를 개설하고 피감기관 및 민간기업 대관 담당자를 대상으로 수강을 강요한 의혹도 받고 있다. 
    자유한국당에 따르면 김기식 원장은 2015년 3월 18일 사무처에 더미래연구소를 등록했다. 김 원장은 이 연구소에서 '미래리더아카데미'라는 300~600만 원에 이르는 고액의 강좌를 개설했다. 2015년 9월부터 10주간 진행된 1기 아카데미 강의료는 350만 원, 2·3기는 600만 원이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김기식 원장이 감사할 수 있는 피감기관 및 민간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는 10일 "미래리더아카데미 수강자 절대다수가 은행과 보험 등 금융권 종사자들로 채워졌다”며 “수강 접수기간은 국정감사가 시작되기 직전인 8·9월이었다. 김 원장이 당시 정무위 민주당 간사로서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직권을 남용했다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12일 이어 "김기식 전 의원 의원실에서 모집안내 문자 공문을 발송해 참여를 독려했다는 증언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한편 문재인 정부 인사와 현 여당 인사들이 미래리더아카데미 강사로 투입됐다. 강사는 청와대 장하성 정책실장, 조국 청와대 민정 수석,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춘 해수부 장관, 우상호·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이다. 

    ◆정치자금 '땡처리-셀프후원' 논란  
    김기식 원장은 19대 국회의원 임기 종료 직전 자신이 설립한 연구재단 '더미래연구소'에 본인의 정치자금 5000만 원을 후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셀프후원인 것이다. 
    특히 김성태 한국당 원내대표에 따르면 김기식 원장은 자신의 '셀프 후원'이 위법소지가 있다는 것을 알고도 이를 강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기식 원장은 19대 의원 임기 종료를 열흘 앞둔 2016년 5월 19일 더미래연구소에 연구기금 명목으로 5000만 원을 계좌이체했다. 
    문제는 김 원장이 선관위로부터 이러한 행위가 위법이라는 해석을 받았다는 것이다. 
    선관위 자료에 따르면 김 원장은 2016년 3월 24일 선관위에 더미래연구소에 일시 후원을 하고자 할 경우 금액 제한이 있는지 질의했다. 
    선관위는 이에 대해 "종전 범위내에서 정치자금으로 회비(20만 원)을 납부하는건 무방하나 그 범위를 벗어나 특별회비 명목으로 금전을 제공하는 건 공직선거법 113조 규정에 위반된다"고 회신했다.
    그러나 김 원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후원을 진행했다. 
  •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이 취임 후 인사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수상한 연구용역과 돈세탁 의혹
    김기식 원장은 자신의 의원 임기 완료를 앞두고 한 달 사이 연구용역을 대거 발주했는데, 이 과정에서 몇 개월 뒤 다시 발주 금액 일부를 더미래연구소에 돌려받는 식으로 돈세탁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한국당에 따르면 김 원장은 19대 임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약 8000만 원을 연구용역비 명목으로 지출했다. 
    급작스럽게 연구용역을 수주한 것도 수상하지만, 연구용역을 수주한 곳에서 몇 개월 뒤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금액을 돌려보냈다.  
    한 매체가 확인한 결과 김 원장으로부터 1건의 연구용역을 수주한 국민대 계봉오 사회학과 교수는 몇 개월 뒤 500만 원을 더미래연구소에 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계봉오 교수는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임에도 연구소에 기여하지 못해 미안해서 기부한 것”이라고 설명했으나, 정치권에서는 "돈세탁 사례"라고 일축했다. 
    한편 고구마 줄기처럼 딸려 나오는 김기식 원장의 갑질·위법 의혹에 민심도 돌아서고 있다.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1일 전국 성인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12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김기식 원장의 논란과 관련해 ‘부적절한 행위가 분명하므로 사퇴 찬성’ 응답률이 과반(50.5%)을 기록했다.
    청와대는 13일 "김기식 원장과 관련한 의혹 중 하나라도 위법이라는 객관적 판정이 있으면 사임시키고, 당시 관행에 비춰 도덕성에서 평균 이하라고 판단되면 위법이 아니더라도 사임토록 하겠다"며 법적 판단을 받겠다고 선언했다. 
    검찰은 김기식 금융감독원장 논란에 연루된 관련 기관을 압수 수색을 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