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 주민들은 왜 ‘감성마을’에 등을 돌렸나
  • 지난달 29일 화천읍 로타리에 소설가 이외수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지난달 29일 화천읍 로타리에 소설가 이외수를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이외수는 즉각 화천을 떠나라."

    '트위터 대통령'이라고 불리는 소설가 이외수가 화천 주민들의 분노(憤怒)에 직면했다.

    시민단체 뿐만이 아니었다. 화천 지역 곳곳에서 만난 주민들은 날카로운 반응을 보이며 한 목소리로 이외수의 퇴출을 요구하고 있었다.  

    지역 분위기가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다는 소식을 접한 취재진이 지난달 29일 오후 화천읍 로타리에 들어서자마자 두 장의 현수막이 눈에 들어왔다. 현수막에는 이외수의 폭언 사태를 비판하는 동시에 퇴출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주민들의 수십억원 혈세를 들여 만든 감성마을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외수는 매년 화천군에서 상당한 수준의 예산을 지원 받고 있다. 하지만 어느 날부터인가 주민들의 상당수가 이외수를 거부하며 퇴출 운동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이외수에 대한 감정은 비단 얼마 전에 일어난 폭언 문제 때문만은 아니다"라고 입을 모았다. 10년 이상 쌓인 응어리가 마침내 분출된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외수는 이미 화천 주민들의 마음 속에서 탄핵(彈劾)을 당한 듯 했다. 주민들은 "지역과 상생하겠다고 약속을 한 이외수가 감성마을에서 지내기 시작한 후 서서히 변하기 시작했다"고 수시로 언급했다.

     

  • 지난달 29일 화천군 다목리 전경. 점심시간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지난달 29일 화천군 다목리 전경. 점심시간임에도 거리는 한산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사람이 북적거릴 점심 시간인데도 다목리는 휴가나 외박을 나온 군(軍) 장병 외에는 인적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취재진이 식사를 하기 위해 찾은 한 식당. 텅빈 식당 한켠에 자리를 잡은 취재진이 주문을 하며 물었다. 

    '최근 지역 주민들이 이외수에 대한 퇴출 서명을 진행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됐나요?'

    기자의 질문에 나이가 지긋해 보이는 식당 주인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지역에서 지금 말들이 많아. 상가에 도움도 안 되고. (이외수는) 노인회관에 얼굴도 안 비쳐. 마을 쪽으로 도통 오지를 않아. 도움 되는 것도 하나도 없고, 바로 앞인데 우리 가게에서 한 그릇도 안 팔아줘. 오죽했으면 우리 마을 사람들이 이외수 이름을 적어서 내쫓자고 했겠냐고."

    식당 앞에서 만난 다목리 주민 A씨도 쓴소리를 토해냈다.

    "군민들이 생각하는 것은 너무 많은 돈을 투자했다는 거지. 이외수 본인은 지역경제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고는 하지만, 가장 근처에 살고 있는 우리 주민들은 그런 효과가 전혀 보지 못했어. 문제점이 뭐냐하면, 저 위(감성마을)에서 커피를 팔아. 안에 카페가 있어서 머그컵이나 그림도 팔고 사람도 들락날락 하고 있고. 그런데도 거기서 마을을 위해 어느 정도 뭘 해주겠다, 화천군에 장학금을 기부하겠다, 그런 말이 한마디도 없다는 거야."

    감성마을로 접어드는 길목에서 마주친 다목리 주민 B씨 역시 불만이 많아 보였다. 

    "우리는 혜택 보는 게 하나도 없어. 그 사람(이외수) 처음 여기 들어올 때 약속이, 책 출판될 때마다 기념회를 마을 운동장 이나 노인정에서 하겠다고 했다고. 우천 시에는 학교 교실을 빌려서 하겠다고 했는데, 한번도 여기서 한 적이 없어. 왜 그랬냐고 이외수에게 물으니까 ㅇㅇ문고, 거기에서 (출판사 측이) 행사를 권하니까... 서울에서 거나하게 기념회나 팬싸인회 하고, 여하간 여기서는 한번도 한 적이 없어. 자기가 약속한 독자와의 만남은 여기서 잘 할 수도 있잖아. 서울에서 했어도 여기 와서 한번 더 할 수 있잖아. 다목리 어디어디서 싸인회를 한다, 그러면 주민들한테 큰 도움이 될텐데 귀하신 몸이 되니까, 저기 꼭대기에 앉아만 있어."

    감성마을 조성에 주민들의 막대한 혈세를 투입했고 화천군은 매년 억대 예산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역과의 상생에 있어 이외수가 별다른 협조를 하지 않는다는 평이었다.

    군부대 인근에서 만난 한 상인 C씨는 텅빈 가게 앞에서 연신 담배연기를 내뿜고 있었다. 그는 이외수에 대한 평판을 묻자 고개부터 가로저었다. 

    "그쪽에선 주변 상가를 이용하지 않아. 감성마을에 (군비) 수십억이 들어갔는데 그 돈으로 우리 다목리 주민들을 도왔으면 어떻게 됐겠어? 이외수가 들어와서 화천이나 산천어축제가 잘됐다는데, 산천어축제는 그 전부터 이미 잘 알려져 있었어. 오히려 (이외수) 본인이 여기 머물면서 널리 알려진 거야. (지역 상생이) 좀 잘 되나 싶었는데 혼외자식 사건 때문에 주춤했었어. 그게 좀 뜸해지니까 군수하고 불편한 관계가 되고 그게 인터넷에 뜨니까 일부 이외수 팬들만 여길 찾아. 근데 사람들이 오면 뭐해. 와서 아무 것도 사가질 않아. 이외수는 다목리 상권에 아무 도움이 안되는데... (그러니까 주민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거지)"

     

  • 화천 주민들은 지역 최대 행사로 꼽히는 '산천어축제'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이외수의 덕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화천 주민들은 지역 최대 행사로 꼽히는 '산천어축제'가 전국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이외수의 덕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편의점 앞에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주민들은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이외수의 정치활동을 강하게 비판했다.

    "최근 일이 터지고 나서 (이외수가) 경남 함양으로 간다고 했어. 거기가 이외수 고향이잖아. 왜 그러나 몰라. (우리는) 이외수가 굳이 정치활동까지 해야 하나 싶어. 공인이면 공인답게, 작가면 작가답게 글을 쓰고 자기 마음속으로 지지하는 사람을 찍으면 되잖아. 왜 거기 앉아서 정치활동을 하냐고. 다 좋아하는 당이 있고 존경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어. 근데 우리 (소셜미디어로) 정치활동을 하면 안 되잖아. 그럼 다른 쪽 사람들이 여길 찾겠어? (이외수 내외가) 갑질은 또 얼마나 하는지 정말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어. 공무원들도 혀를 내두를 정도라니까."

    외골수 행보를 보이는 이외수에 대해 지역 주민들이 어떠한 시각을 갖고 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반응이었다.

    차곡차곡 쌓여가던 주민들의 앙금은 지난 8월 6일 벌어진 폭언 사건을 기점으로 폭발했다는 후문이다. 

    당시 제6회 세계평화안보문학축전 시상식에 심사위원 자격으로 참가한 이외수는 술에 취해 10분 이상 소동을 피우고 최문순 화천군수에게 "감성마을을 폭파하고 떠나겠다"고 막말을 퍼부어 논란을 빚었다.

    지역 관계자에 따르면 이외수는 이날 오전 10시 45분경 취한 상태로 "어이 최문순, 네가 그렇게 잘났어? 내가 그렇게 X같이 보이느냐"고 막말을 쏟아내고 최문순 군수를 모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사실이 알려지자 감정을 꾹꾹 누르고 있던 화천 주민들이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얼마 뒤 화천 주민을 대표하는 사회단체들은 긴급 현안 토론회를 열었다. 이들은 급기야 "이외수는 군수에게 행한 모욕적인 언행에 대해 군민 앞에 공개사과하고 감성마을을 비워줄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공식 성명을 발표했다. 

    이후 이외수의 퇴출을 요구하는 지역여론이 눈덩이 불어나듯 확산됐다. 그러자 이외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과문을 올렸다. 자신이 화천 시내의 한 식당에서 최문순 군수를 만나 사과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럼에도 주민들의 분노는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사회단체와 화천군의회는 "이외수가 군수 뿐만 아니라 지역과 군민들에게도 모욕을 줬으니 군의회에 나와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이외수는 현재까지 주민들의 이러한 요구에 응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수와 주민들 간 '갈등의 골'이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듯 했다.

     

  • 화천감성마을 문제대책위원회가 이외수의 폭언 논란과 막말 행태를 비판하며 발표한 성명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화천감성마을 문제대책위원회가 이외수의 폭언 논란과 막말 행태를 비판하며 발표한 성명서.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일부 네티즌들은 "이외수 작가 덕분에 지역경제가 유지되고 화천의 네임밸류 또한 상당히 올랐는데 실수 한번 때문에 퇴출을 요구한다니 주민들이 정말 너무한 게 아니냐"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하지만 실제 만나본 주민들은 "전혀 내막을 모르는 소리"라며 손사래를 치는 모습이다.

    다목리 경로당에서 만난 노인 D씨가 "이외수가 우리에게 뭘 해줬느냐"라고 하자 옆에 앉아 있던 주민들이 옳다며 맞장구를 쳤다.

    "경로당에 와서 밥 한번 산 적이 없는 사람인데 우리한테 해주긴 뭘 해줘. (이외수) 내외가 갑질이나 더 심하게 안하면 다행이지. 이쪽으로는 잘 오지도 않아. 사람끼리 일어난 일이라 자세히 얘기해줄 수는 없지만 그 사람들 하는 게 말도 못해. 마을 사람 전부 이외수 내외를 싫어해."

    화천 사회단체 관계자는 지역을 등한시 하는 이외수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했다.

    "예전에 이외수가 어떤 공중파 프로그램에 출연했었죠. 자신이 와이프에게 직접 음식을 해주는 내용이었어요. 그런데, 장을 보러 간다는 게 글쎄 춘천에 있는 마트였어요. 방송이라고 해서 화천을 홍보해주는구나 했더니 뒤통수를 맞은 격이었죠. 작지만 화천에도 마트가 있지 않겠어요? 시장도 있고. 방송을 보던 동향 분들이 저게 뭐냐고 분통을 터뜨리더라구요. 혈세를 받아가면서 화천에서 사는 사람이 춘천에서 장을 본다니, 이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다목리의 한 주민은 "이외수 때문에 동네의 정체성이 사라졌다"고 아쉬워 했다.

    "우리 다목리 사람들은요. 감성마을 때문에 우리들 고유의 다목리라는 이름 자체가 사라졌다고 생각합니다. 어떻게 보면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낸 거에요. 다목리라는 마을이 사라지고 이외수라는 사람의 감성마을로 바뀐 거죠. 그렇다고 우리한테 득이 되는 것도 없잖아요? 우린 그저 다목리 주민일 뿐입니다. 더이상 감성마을 사람들이라고 불리는 것을 원하지 않아요."

    화천읍의 카페에서 만난 사회단체 관계자는 "어마어마한 돈을 들여 감성마을을 만든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랐다"고 했다.  

    "트위터에 아방궁이니 하는 말이 나오는데, 실제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보면 깜짝 놀랄 정도에요. 밑에 주차동도 있고 평수가 상당합니다. 화려해요. 그거 세금이자 우리 주민들이 낸 돈인데, 군민 입장에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 가죠. 처음에 이외수를 데려온다길래 폐교 하나 내주려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가보니까 이게 뭐야. 이게 무슨... 해도해도 너무하는 게 아닌가 싶었어요."

    화천 주민들의 얘기를 들을수록 이외수가 어떻게 지내고 있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사실 이외수가 기거하고 있는 감성마을을 '아방궁'(阿房宮)에 빗대 비판하는 목소리는 수년 전부터 있어 왔다. 문학적 평가가 엇갈리는 한 명의 소설가를 위해 막대한 혈세를 투입하고 매년 지원하는 것이 과연 옳은 일이냐는 것이다.

    다양한 매체 보도와 네티즌들의 갑론을박이 지속되자 이외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방궁 논란'에 대한 심경을 간헐적으로 밝혀왔다.

    "이번주 내내 비가 내릴 예정이라는데 아방궁은 XX, 계곡 축대는 2군데나 무너지고, 문학관 천장도 7군데 새고 있다." (2013년 7월 15일)

    "눈 덮힌 집필실, 주민들은 옥수수 창고같다는데 아방궁이라고 난리법석. 누가 뭐라고 한들 어떻겠나. 좋은 글만 쓰면 되지." (2013년 11월 27일)

    "감성마을에 아방궁 타령하는 분들께 묻겠다. 한번이라도 와 보셨나. 아니면 듣보잡들이 와보지도 않고 조작, 모함하는 소리만 들었나. 아방궁이라고 부를 만한 자료 좀 보여주시라. 혈세 타령하는 사람들도 멍청하기는 매한가지다. 모두가 화천 재산이다. XX도 모르고 모함, 조작에 놀아가는 모습, 오래 보기 역겹다." (2014년 5월 24일)

    말도 많고 탈도 많은 감성마을이 어떤 곳인지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 뉴데일리 취재진이 직접 이외수 문학관을 찾았다.

    다목리에서 차량으로 10분 정도 올라가니 이외수의 글씨가 새겨진 수십여개의 시비(詩碑)가 보이기 시작했다. 마을주민에게서 들은대로 감성마을 내부 카페에서는 차를 팔고 있었다. 관계자는 한잔에 2,000원이라고 말했다. 곧이어 취재진은 개인당 입장료 2,000원을 내고 문학관에 들어갔다. 양문을 열자마자 취재진의 입에서 '와~'라는 탄성이 자연스럽게 흘러나왔다.

     

    <이외수 문학관과 감성마을 내부 모습> 

    촬영: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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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감성마을은 이외수가 생활하는 집필실 273㎡(82.6평), 전시관 1,225㎡(370.1평), 오감체험장 1,000㎡(302.1평), 산책로 150m 등 최소 750평 규모의 부지에 조성돼 있었다. 

    2004년부터 감성마을에 들어간 예산은 조성사업비 102억2,000만원(2004~2015), 운영비 14억7,800만원(2009~2017), 행사지원금 12억9,000만원(2012~2017), 감성오일장 비용 3억4,500만원(2012~2014) 등 총 133억3,300만원 수준이다. 전체 예산에서 군비는 67억원가량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넓고 화려한 감성마을을 둘러보면서 무려 133억원이라는 예산이 어떤 심의 과정을 거쳐 투입된 것인지 취재진의 머리 속에서는 의문 부호가 떠나질 않았다. 

    이외수를 두둔하는 네티즌은 "일부 주민들이 정치적 목적을 갖고 그를 공격하는 것이 아니냐"고 주장하기도 한다. 하지만 취재진이 실제 화천 지역을 둘러본 결과, 진보와 보수를 가릴 것 없이 주민 대다수가 감성마을의 문제점을 일목요연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이선국 화천군 주민자치위원회 위원장은 "감성마을 조성 프로젝트는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꿰어졌다"고 꼬집었다.

    "확실한 건 태생부터 잘못됐다는 거에요. 예산을 무모하게 투입하려던 문제도 있거니와, 밀실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주민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았거든요. 저는 진보적인 사람이고, 단체 차원에서도 이 문제를 정치 도구로 이용하고 싶은 생각도 추호도 없어요. 하지만 이 정도의 프로젝트를, 아무런 홍보나 공청회 없이 했다는 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갑철 전 군수와 이외수 측, 그리고 당시 감성마을을 담당했던 공무원, 이 세명이 대체 어떻게 일을 진행한 건지 우리들은 궁금할 따름입니다. 화천군 예산이 2,800억원 좀 넘는데 거기서 매년 3억원씩 떼서 이외수에게 지원한다? 어불성설이죠."

    화천군 번영회 관계자는 곪아터진 사태의 본질을 조목조목 설명했다.

    "민감한 시기라 이 문제가 정치적으로 이용될까봐 참으로 조심스럽습니다. 우리가 이외수씨하고 개인감정이 있는 사람들도 아니에요. 하지만 당장 올해 뿐만이 아니라 수년 전부터 이외수 부부와 관련해 꾸준히 제기돼 왔던 문제고 더욱이 올해 큰 일이 벌어졌기 때문에 주민들이 부글부글 끓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주민들도 할 말은 해야겠다는 거죠."  

    "(이외수가) 인세를 받아서 지역에 환원하겠다고 했는데 실질적으로 눈에 보이는 건 없어요. 행정적으로도 잘못됐다고 생각해요. 관리감독을 했어야지. 계약을 하면 언제 재계약을 하고 그런 틀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없어요. 화천군의 재정자립도가 13%에 불과합니다. 정말 효율적이지 않아요. 왜 이외수입니까. 화천 출신 중에 유명한 사람 많잖아요. 차라리 화천을 더 알리고 있는 이들은 이외수보다 군인들이에요. 그런데 지금 이상하게 하고 있잖아요. 저는 이외수 작가가 화천군에 해준 게 있으면 정리해서 보여주면 좋겠어요. 억대 예산을 받아가며 화천군을 위해 이런 일을 했다구요."

    "이제 군의회에서 행정조사가 시작됐죠. 여론이 이렇게까지 좋지 않으니 일단 중재나 화합은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이 많아요. 일종의 '지역 탄핵'이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다만 마을 이미지가 훼손된다며 여기서 멈추자는 군의원도 있고, 당장 방을 빼라고 할 수도 없기 때문에 당분간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저희 대책위도 나름의 역할을 할 겁니다. (기사에는) 제 발언보다도, 지역주민의 솔직한 마음이 실리는 게 중요할 것 같습니다."

     

  • '이외수 퇴출 운동'에 서명한 화천군 주민들의 명부.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 '이외수 퇴출 운동'에 서명한 화천군 주민들의 명부. ⓒ뉴데일리 정상윤 사진기자

     

    갈등이 조용하고 원만하게 해결되기를 바라는 의견도 일부 있었다. 하지만 이미 지역 내에서는 의회 조사 결과와는 별개로 이외수의 퇴출을 바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화천군 사회단체 관계자는 마을주민들의 이름이 빼곡히 적힌 명부를 보여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지난번 이외수 퇴출 서명운동에서 (퇴출 찬성이) 82% 나왔습니다. 일부 주민들이 부재중이었던 상황을 감안한 결과가 이 정도입니다. 제대로 했으면 90% 이상 나온다고 봐야죠."

    그는 "이 사태가 화국(和局)으로 끝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망했다.

    "대책위에서 출구(화해나 타협)를 찾으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제와서 그러기는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이번 막말 파문도 그렇습니다. 아니 군수에게 막말을 했는데, 그럼 군민들 알기는 발가락의 때 만큼도 못하게 생각했다는 거 아니에요. 술 먹고 실수했다는 건 본인 생각이고, 수억 예산을 들여 한 행사에서 술 먹고 실수로 그랬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나요? 출구는 조사특위가 아니라 이외수 측에서 찾아야 해요. 의회에 나가서 공식적으로 사과하고, 언제 고향(함양)으로 떠나겠으니 화천군에서 이 정도는 양해해주면 좋겠다, 채비할 시간을 달라고 해야죠. 스스로 떠나겠다고 한 거니까. 대신 이외수 작가 본인이 '자기가 뱉은 말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겠다' 이렇게 사과하면 이거(조사특위) 할 필요가 없어요."

    화천군의회 행정사무조사 특별위원회(특위)는 이외수 사태와 관련해 12월 21일까지 조사를 벌이기로 지난 27일 의결을 마쳤다.

    특위는 2004년부터 현재까지 투입된 감성마을 전체 예산 내역과 업무 전반, 화천 주민과 감성마을 사이의 불화에 대해서도 조사할 예정이다. 증인으로 이외수, 정갑철 전 군수, 최문순 화천군수 등 7명이 채택됐고 김순옥 다목리 이장, 김창주 다목리 상가 번영회장 등 5명을 참고인으로 선정했다. 이들은 8일과 15일 의회에 출석해 조사에 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