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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짚고 넘어가야 할 쟁점 3가지

‘모자보건법’ 상 합법적 낙태 조건 모르는 경우 태반

입력 2017-11-28 14:08 | 수정 2017-11-29 16:46

▲ 지난 10월 30일 종료된 '낙태죄 폐지' 청와대 청원. ⓒ청와대 청원 게시판 캡쳐.


지난 10월 하순, 청와대 청원 사이트에는 “낙태죄를 폐지해 달라”는 청원이 올라왔다. 청원에 서명한 사람은 며칠 만에 10만 명을 훌쩍 넘었다. 10월 30일에는 서명자가 23만 명을 넘었다. 지난 11월 26일 청와대는 해당 청원에 대한 메시지를 발표했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은 메시지를 통해 “현행 법제는 모든 법적 책임을 여성에게만 묻고 있고, 국가와 남성의 책임은 완전히 빠져 있다”며 “여성의 자기 결정권 외에 불법 임신중절 수술 과정에서 여성의 생명권과 건강권 침해 가능성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27일 정부는 2018년에 ‘낙태 실태조사’를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같은 날 “정부가 낙태죄 폐지를 위한 공론화 위원회를 만들 것”이라는 확인되지 않은 보도도 나왔다.

이처럼 ‘낙태죄 폐지’가 핫이슈가 되었음에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짚고 넘어가지 않는 사실들이 있다. ‘낙태죄’의 범위와 이유, 향후 낙태가 합법화되었을 때의 영향 등이다.

형법과 모자 보건법 상 ‘낙태죄’의 범위와 처벌 수위

‘낙태죄’는 형법 제269조와 제270조에 명기돼 있다. 형법 제269조에는 “부녀가 약물 기타 방법으로 낙태한 때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아 낙태하게 한 자도 동일형에 처한다” “낙태를 하다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때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라고 돼 있다.

형법 제270조에는 “의사, 한의사, 조산사, 약제사 또는 약품 판매상이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을 받고 낙태한 때에는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부녀의 촉탁 또는 승낙 없이 낙태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 “낙태를 하다 부녀를 상해에 이르게 한 때는 5년 이하의 징역에, 사망에 이르게 한 때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며, 이때는 7년 이하의 자격정지를 함께 부과한다”고 돼 있다.

이 내용만 보면 “대한민국 법률은 낙태를 철저히 금지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합법적인 낙태’도 존재한다.

▲ 지난 11월 25일 조국 민정수석이 '낙태죄 폐지'와 관련한 청와대 청원에 대해 답변을 하는 모습. 조국 민정수석 또한 '합법적 낙태'가 가능한 조건 등을 설명했다. ⓒ유튜브 '친절한 청와대' 영상 캡쳐.


모자보건법 제14조에는 “의사가 다음의 사례 가운데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본인과 배우자(사실혼 포함)의 동의를 받아 인공임신중절수술을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여기서 명시한 ‘합법적 낙태’의 조건은 ‘임산부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우생학적 또는 유전학적 정신장애나 신체질환이 있는 경우’ ‘임산부나 배우자가 대통령령으로 정한 전염병이 있는 경우’ ‘성폭력에 의해 임신한 경우’ ‘법률상 혼인할 수 없는 혈족 또는 인척 간의 성관계로 임신한 경우’ ‘임신 상태가 계속되면 임산부의 건강을 심각하게 해치고 있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다.

이때 임산부의 배우자가 사망, 실종, 행방불명되었을 경우에는 본인 동의만으로 낙태 수술을 할 수 있으며, 임산부가 심신장애로 제대로 의사표시를 할 수 없을 때에는 친권자 또는 후견인, 부양 의무자의 동의 아래 낙태 수술을 할 수 있다.

이런 사유로 합법적인 낙태 수술을 받은 사람은 모자보건법 제24조에 따라 관련 기록의 비밀을 철저히 보장받는다.

이와 함께 봐야 할 법률이 있다. 바로 피임에 관한 법률이다. 모자보건법 제12조는 ‘인공임신중절 예방 등의 사업’에 대한 설명이 있다. 여기에 따르면 “국가와 지자체는 여성의 건강 보호 및 생명존중 분위기를 조성학 위해 인공임신중절(낙태)의 예방 등 필요한 사업을 실시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 지자체장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방 따라 원하는 사람에게 피임약제나 피임용구를 보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모자보건법 제12조에 따르지 않는다 하더라도 편의점과 약국에서는 언제든지 피임약과 피임도구를 구매할 수 있다. 물론 성인일 경우에 말이다.

즉 현행법은 임산부의 건강에 악영향을 끼치는 낙태를 피하는 방안으로 피임을 권장하고 있다. 낙태는 임산부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를 기계로 분쇄해 살해한 뒤 자궁 내막과 태아 사체를 흡입기로 빨아내는 것으로, 향후 임신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의사들조차도 권장하지 않는 수술이다. 이런 낙태 수술을 전면 허용하라는 주장, 누구를 위한 것일까.

연 30~50만 건의 낙태 수술, 모두 일반 여성일까?

28일 ‘연합뉴스’는 박명배 배재대 실버보건학과 교수가 ‘네이버 빅 데이터 포털 데이터 랩’을 활용해 연세대 원주 의대와 공동으로 실시한 낙태 관련 분석 결과를 보도했다. 해당 연구는 2007년 10월부터 2016년 10월까지 낙태에 대한 빅 데이터를 분석한 것이라고 한다.

이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최대 50만 건의 낙태 수술이 이뤄지고 있어, 2010년 보건복지부가 “2005년에 비해 낙태 건수가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한 것이 현실과는 동떨어져 있다고 한다.

박명배 교수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산부인과 의사들도 연평균 낙태 건수를 70~80만 건으로 추정하는 등 보건복지부 추산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며 “대부분의 낙태 수술이 불법으로 규정돼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현재 낙태 수술 건수는 보건복지부의 2005년 발표 자료를 기초로 해도 연간 50만 건으로 보는 게 정확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2016년 10월 '삼성생명'이 뉴스레터로 보낸 데이터 뉴스. 낙태가 필요하다는 여성의 다수가 '원치 않는 임신'을 이유로 내세웠다고 한다. ⓒ삼성생명 뉴스레터 사이트 화면캡쳐.


박명배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낙태’를 검색하는 추세는 매년 5월이 가장 많았고, 이어 6월과 4월, 3월이었다고 한다. ‘낙태’를 검색하는 추세가 가장 적을 때는 12월과 1월, 9월이었다고 한다.

박명배 교수는 “청소년 임신은 낙태율이 상당히 높고, 낙태 수술 대부분이 임신 12주 미만에 시행되므로, 3월부터 5월 사이에 집중적으로 피임 교육과 낙태 예방 홍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박명배 교수의 연구 결과를 풀이하면, 국내에서 ‘원치 않는 임신’이 많이 생기는 때는 12월부터 2월 까지다. 이때는 겨울 스키장 개장 시즌, 크리스마스와 연말, 발렌타인 데이 등 ‘남녀 간의 이벤트’가 집중적으로 있는 시기다. 국내에서 임산부의 건강 문제로 낙태 시술을 할 수 있는 임신 기간 한계를 24주를 잡고 있다는 점까지 고려하면, 7월과 8월 바캉스 시즌 또한 ‘원치 않는 임신’이 적지 않게 생기는 때로 볼 수 있다.

이는 국내에서 일어나는 낙태 수술의 대부분이 ‘남녀 간의 무책임한 불장난’ 때문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피 끓는 남녀 간의 성관계가 잘못이라는 게 아니다. 피임을 하지 않은 게 문제다.

박 교수나 보건복지부의 통계에 잡히지 않은 일도 있다. 바로 국내 성매매 종사자들의 문제다. 성매매 종사자 가운데 변종 성매매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는 수십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들 가운데는 피임기구를 사용하지 않는 여성들도 적지 않다. 이들 또한 낙태 수술의 ‘단골손님들’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영상을 통해 지적한, “교제한 남성과 헤어진 뒤 임신을 알게 된 경우”나 “별거 또는 이혼 소송 상태에서 법적 남편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발견한 경우” 또는 “실직이나 투병 등으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으로 아이 양육이 완전히 불가능한 경우”가 이런 낙태 통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매우 낮다는 뜻이다.

2016년 10월 서울 종로에서 일부 페미니스트들이 “내 자궁은 나의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인 뒤 일각에서는 “낙태 금지법 대신 남성 사정 금지법을 만들자”는 황당한 주장까지 내놓기도 했다. 성관계와 그로 인해 벌어지는 일을 보면서 남성을 가해자로, 여성을 피해자로 보는 이분법적인 시각이었다.

▲ 지난 11월 9일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는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 회원들.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일부 페미니스트들은 ‘낙태죄 폐지’ 청원과 함께 “낙태 수술은 무책임한 남성들의 탓”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임신과 낙태 수술로 건강을 해치는 것이 여성임은 청소년도 다 아는 현실에서 이런 주장은 지나치다.

여성이 상대 남성에게 피임기구 착용을 요구할 때 남성이 거절한다면 안 하면 그만이다. 만약 남성이 여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제로 성관계를 한다면, 이는 성폭력으로 처벌할 수 있는 것은 물론 ‘합법적 낙태’도 가능한 조건이 된다. 그런데 왜 ‘낙태’를 모두 남성의 탓으로 돌리는가.

낙태 합법화하고 건강보험 적용할 경우…감당할 수 있겠어?

문재인 대통령부터 여당 주요 인사들까지 ‘낙태죄 폐지’에 관심이 있다고 하니, 그렇게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좋다, ‘낙태’가 합법화된다고 치자. 그 다음에 일어날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가.

낙태가 ‘합법화’ 된 이후에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은 병원을 찾을 것이다. 이때 건강보험을 적용해야 할까 안 해야 할까. 만약 건강보험에 적용해야 한다면, 낙태 수술을 한 여성들의 진료기록은 고스란히 건강보험공단으로 넘겨져 전산 상에 그대로 남을 것이다.

결혼할 때 배우자의 건강 문제는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중요한 관심사다. 결혼정보회사에 가입할 때나 결혼 전 서로 건강진단기록을 교환하는 일들이 조금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때 여성 측에게 “산부인과 진료기록을 발급받아서 달라”고 하면 어쩔 건가. 물론 앞서 말한 ‘모자보건법’ 제24조에 따라 낙태 기록 등은 다른 사람이 열람할 수 없다. 하지만 본인이 직접 진료기록을 제출받는다면 문제가 없다.

의사에게 거액을 주고 기록을 위조하거나 허위 기록하면 될까. 이 경우 해당 의사는 의료법 제22조 제1항, 제3항 등의 처벌 규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1년 이하의 자격정지는 덤이다. 자신의 밥그릇을 걸고 진료가록을 조작해줄 의사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 종편 JTBC '뜨거운 네모'에 등장한 친자확인 여론조사 결과. 왜 친자 확인을 두려워 하는 사람들이 많을까. ⓒJTBC 뜨거운 네모 관련영상 캡쳐.


지난 몇 년 사이 국내에서는 “친자확인검사를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여성들 사이에서 번진 바 있다. 몇몇 종편 채널과 여성 케이블 채널에서 여론조사를 한 결과 다수의 여성들이 친자확인검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나타냈다. 이런 여성들 가운데 ‘낙태 기록’이 고스란히 남는다고 하면 반길 사람이 과연 얼마나 있을까.

다른 문제도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을 세우고 매년 들이붓는 예산은 10조 원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한 쪽에서는 “아이를 낳아 기르라”고 10조 원을 쓰고, 다른 한 편에서는 “원치 않는 임신”이라며 매년 30~50만 명의 태아를 살해하는 것이 지금 대한민국이다.

한국 ‘낙태 법률’, 가톨릭의 ‘낙태 불가’ 원칙과 다르다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메시지에서 “최근 프란치스코 교황은 임신중절에 대해 ‘우리는 새로운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라고 말씀하신 바 있다”면서 “이번 청원을 계기로 우리 사회도 새로운 균형점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조국 수석의 발언으로 가톨릭계는 발칵 뒤집혔다. 지난 27일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성명을 통해 “(조국 수석의 발언은) 마치 프란치스코 교황이 낙태에 대한 가톨릭 교회의 기본 입장 변화를 시사하는 것처럼 발표했다”면서 “이는 국민들에게 마치 천주교가 작금의 낙태죄 폐지와 관련해 새로운 상황이 전개된 만큼 긍정적으로 논의할 수도 있으리라는 착각을 갖게끔 하며, 매우 교묘한 방법으로 사실을 호도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또한 “가톨릭 교회는 낙태 역시 인간의 생명을 죽이는 유아 살해로, 어떤 상황에서도 태아의 생명은 침해당할 수 없다는 입장임을 다시 한 번 명확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지난 11월 21일에도 청와대에 ‘낙태죄 폐지’ 청원 서명이 급증하는 것과 관련해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때도 “살인해서는 안 된다”는 출애굽기 20장 13절과 2012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합헌’ 결정을 인용하며 낙태에 절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가톨릭 교회는 임신한 순간부터 ‘낙태’는 살인에 해당된다며 교리로 금지하고 있다. 반면 한국 법률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예외 규정을 두는 한편 ‘피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일부 사람들은 마치 한국 법률과 가톨릭 교회의 교리가 똑같은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사실 가톨릭 교회의 교리가 어떤 측면에서는 한국 법률보다 훨씬 더 인간적이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가 지난 21일 내놓은 입장 가운데는 이런 말이 있다.

▲ 2005년과 2010년 발표 자료를 토대로 만든, 한국의 낙태 건수와 신생아 출산률 비교. ⓒ낙태반대생명운동 게시판 캡쳐.


“태아의 생명도 당연히 어머니의 생명과는 독립된 개별 인격이고, 따라서 태아도 우리와 동일한, 어느 누구와도 차별되지 않는 생명권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것이 우리 모두의 상식이다.…인간 생명을 침해하는 범죄들 가운데 태아를 고의로 낙태하는 것은 살인과도 같은 ‘유아 살해’이며 ‘흉악한 죄악’이 아닐 수 없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사회·경제적 상황으로 아기를 포기하려는 여성들이 있고, 힘들어 한다면 국가는 낙태를 허용함으로써 그 여성들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서는 안 된다”면서 “모든 문제는 국가의 탓이며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에게도 충고했다.

한국 가톨릭 주교회의는 또한 “그 누구도 자기 자신이나, 자기의 보호에 맡겨진 다른 사람들을 죽일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 없으며, 명백하게든 암묵적으로는 이러한 행동에 동의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성범죄로 임신했을 때에도 낙태하면 안 된다"는 가톨릭 교회의 원칙을 100% 현실에 대입해 시행하자는 게 아니다. ‘낙태’가 합법화되고 평범한 ‘의료시술’로 취급될 경우에는 ‘생명 존중’이라는 가치까지 잃어버릴 수 있다는 지적을 되새기자는 뜻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낙태’ 문제를 단순히 여성의 보건의료 측면에서만 접근할 경우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매년 들이붓는 10조 원 이상의 정부 예산은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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