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협상 한다며 '한미연합훈련' 중단 넣지 말아야…中과는 ‘북한 체제붕괴’ 논의 필요
  • ▲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터키 TRT 방송에 나와 북한에 대해 설명하는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오른쪽). 그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선제타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TRT 월드 관련화면 캡쳐
    ▲ 지난 9월 9일 북한의 5차 핵실험 이후 터키 TRT 방송에 나와 북한에 대해 설명하는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오른쪽). 그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아직은 아니지만, 북한이 핵탄두를 실은 탄도미사일을 발사대에 올리는 순간 선제타격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터키 TRT 월드 관련화면 캡쳐


    “북한이 운반 가능한 핵무기를 완성하고, 그것이 북한의 발사대 위에 서 있는 것을 미국이 본다면, 美정부는 ‘운명적인 결정’을 해야 한다. 북한이 먼저 핵무기를 발사하도록 미국이 기다리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따라서 저는 멀린 前합참의장의 입장에 많이 공감한다.”

    ‘미국의 소리(VOA)’ 방송이 8일(현지시간) 보도한, 크리스토퍼 힐 前국무부 차관보와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 일부다.

    주한 美대사와 동아태 담당 차관보를 지내며 6자 회담에서 상당한 성과를 거뒀던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의 입에서조차 ‘대북선제타격’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정도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미국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대북선제타격’에 대한 질문에 “이것은 사실상 전쟁 이야기를 하는 것으로, 전쟁은 매우 심각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심각한 수단”이라고 지적한 뒤 “미국까지 운반 가능한 핵무기가 북한의 발사대에 오를 때”에 미국이 ‘군사적 수단’을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하지만 우리는 아직 그 상황에 도달하지 않았다”고 지적한 뒤 “사람들이 ‘예방적 (군사)조치를 이야기할 때 그들이 알아야 할 것은 전쟁을 논의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북한에 대한 선제타격 가능성을 함부로 논의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했다.

    6자 회담 대표였던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中공산당이 주장한 뒤 한국과 미국 일각에서까지 동조하고 있는, ‘북한과의 대화, 특히 6자 회담의 부활을 통한 핵문제 해결’에 대해서는 “북한이 요구하는 것을 들어주는 등 양보하면서까지 대화를 재개하면 안 된다”고 못 박았다. 2005년 9월 9일 6자 회담을 통해 이미 합의한 내용도 준수하지 못하고 있는 북한을 믿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중단’ 등을 들어주면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하면 안 된다고 지적하고, “제가 북한과 협상할 때는 그런 조건이 없었다”면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폐기하기로 합의했던 점이 대화의 출발선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북한이 ‘핵무기 개발 일시동결’을 협상의 주제로 내놓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북한은 이미 2005년과 2007년에도 (6자 회담 당사국들과) 합의한 내용이 있다. 만일 지속되지도 않을 (북한의 핵무기 개발) 동결을 협상에 끼워 넣고, (북한이 요구하는) 한미연합군사훈련의 일시 중단을 협상에 끼워 넣으면 위험한 길을 걷기 시작하는 것”이라면서 “북한 핵문제는 그렇게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북한의 핵능력이 탄도미사일에 핵탄두를 탑재하는 등 한국이나 국제사회 일각에서 생각하는 것처럼 막강하지는 않지만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 핵실험은 운반 가능한 핵무기 설계를 완성하기 위해 실시하는 것”이라면서 “우리는 현재 매우 위험한 시기를 목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북한이 수소폭탄을 개발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하지만 원자폭탄이던 수소폭탄이던 역내에 큰 위협이고 미국에도 잠재적 위협이라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2016년 美대선에서 승리한 차기 대통령은 북한 핵문제를 중동 문제보다 더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美정부는 북한 보다는 중동에 더 많은 시간을 쏟았다는 것이었다.

    그는 또한 미사일 방어망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하며, 한국에 사드(THAAD) 미사일을 배치하고, 미국은 한국과의 상호방위조약 상의 약속을 계속 이행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美차기 행정부가 중국과의 대화를 통해 “미국은 한반도에서 전략적 이익을 취하는 것에 관심이 없다”는 점을 밝히고, 중국의 대북제재 이행 강화와 북한의 체제 붕괴 이후에 대해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에는 지역 내 동맹국, 즉 한국과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고 전제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美차기 행정부가 중국과 북한에 대해 협상을 할 때 ‘김정은 체제의 붕괴’가 미국의 승리, 중국의 패배가 아니라는 점을 설득하고, 중국이 대북무역을 더욱 강하게 단속하고 금융부문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도록 요청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는 끝으로 “북한은 미국이 결국에는 북핵 문제 해결을 포기하고 자신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할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있는데, (미국을 비롯한 동맹국들은) 북한이 그렇게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6자 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를 맡아 북한 측과 직접 협상을 했던 크리스토퍼 힐 前차관보의 입에서까지 “대북 대화는 의미가 없다”는 말과 “북한이 핵무기를 탄도 미사일에 탑재할 때 ‘운명적 결정’을 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 것은 美대선에서 힐러리 클린턴과 민주당이 승리했을 때 미국의 대북전략이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일각에서는 도널드 트럼프가 美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북한에 대한 선제공격이나 체제 붕괴 등을 도모할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美민주당 정권이야말로 자신들의 말이 먹히지 않을 경우 무력을 사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