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 몰렸지만 공개 발언 안해… "보여주기 아닌 진짜 회의할 것" 강조
  • ▲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당 대표가 그간 공개와 비공개를 함께 진행했던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만 진행키로 했다. 당 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누리당 이정현 신임 당 대표가 그간 공개와 비공개를 함께 진행했던 최고위원회의를 비공개로만 진행키로 했다. 당 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취임 이튿날부터 파격 행보를 하고 있다. 오전 회의를 비공개로 진행키로 한 것이다.

    11일 국회 본관에 있는 새누리당 최고의원회의장은 기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영상과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어 뒤쪽에 앉은 기자들은 누가 왔는지 조차 확인이 어려울 정도였다.

    이정현 대표가 취임하고 나서 치르는 두 번째 회의에서 어떤 목소리를 낼지 정치권의 이목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첫 번째 회의에서 '섬김'을 강조했던 이정현 대표였기에, 많은 사람은 이 대표가 이날 회의에서 당이 어떤 현안에 집중할지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이제 최고위원회의는 그야말로 회의"라면서 "포토타임만 갖고 바로 회의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공개발언 없이 비공개회의를 하겠다는 의미였다.

    이 대표는 "내실 있는 회의가 새 지도부의 달라진 점"이라고 취재진에 거듭 강조했다. 보여주기식 회의가 아닌 실무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각 정당은 대개 매일 오전 회의를 열고 당일 현안에 대해 공개하고 의논하는 시간을 가진다. 형식은 공개회의와 비공개회의로 구분된다. 여태껏 당 지도부는 오전 공개회의의 '모두발언'을 통해 그 날 발생하는 현안 등에 대한 견해를 기자들에 밝혀왔다. 당 지도부 구성원 모두가 언론에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를 얻는 셈이다.

    그런데 회의를 모두 비공개로 하면 회의에서 거론된 구체적인 내용은 알 수 없게 되고, 이후 당 대변인 한 명이 회의 내용에 대해 전반적으로 브리핑하게 된다. 개개인의 발언이 아닌, 새누리당의 이름으로 공식 회의의 분위기나 내용을 전하는 목소리가 하나가 된다. 회의 석상에서는 치열하게 격론을 벌일지언정, 당 밖으로 단합된 목소리가 나게 되는 것이다. 

    이정현 대표가 비공개 회의를 선언한 것은 이 점을 최대한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는 대통령이 국무위원이나 수석비서관들과 회의를 가질때와 비슷한 형태다. 국무회의나 수석비서관 회의는 대통령만의 모두 발언을 끝으로 비공개로 전환되고 이후 대변인의 브리핑으로 회의 내용이 전달된다.

    특히 이는 지난 19대 국회에서 각 정당이 보여준 '봉숭아 학당'의 행태를 보면 고개가 끄덕여진다는 지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당내 계파 갈등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소가 바로 오전 최고위 회의였다.

    앞서 지난 2015년 7월 2일 새누리당에서는 당시 김태호 전 최고위원이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하면서 회의장이 아수라장이 되기도 했다. 당시 김학용 비서실장은 김 최고위원을 향해 욕설을 퍼붓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또한 '5·8 참사'로 회자하는 '공갈 막말'사건이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터졌다. 당시 정청래 전 최고위원은 주승용 전 최고위원에 "사퇴할 것처럼 해놓고 공갈을 쳤다"는 막말을 퍼부었다. 이 와중에 유승희 전 최고위원은 '봄날은 간다'를 열창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런 모습은 20대 국회에서도 재현될 수 있다. 앞서 치러진 8·9 전당대회가 좋은 예시다. 모든 호부가 통합과 화합을 외쳤지만, 마지막까지 친박과 비박으로 나뉘어 서로에게 칼을 겨누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19대 국회 후반기에 최고위원을 지내며 이 모든 상황을 목격했던 이정현 대표로서는 비공개회의를 통해 우선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왔던 당 지도부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이런 결정을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언론에 노출되는 기회까지 포기하며 오해나 잡음 없애고 당의 목소리를 일치시키겠다는 이 대표의 의지가 담긴 첫 파격 실험인 셈이다. 당 대표 취임과 동시에 관행을 깬 이정현 대표가 계속 본인의 페이스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