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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기 오산지역에 출마한 안민석 더불어민주당 후보. ⓒ뉴시스
4.13 총선을 보름여 앞두고 논문표절 논란이 정치권을 뒤흔들고 있다.
비단 새누리당 뿐만이 아니다.
정부·여당 인사들의 논문표절 의혹을 두고 거센 비난을 쏟아내던 더불어민주당 소속 후보들이 자승자박(自繩自縛)에 빠졌다는 지적이다.
대표적인 케이스가 경기 오산 지역에서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출마한 안민석 의원이다. 안민석 의원은 오산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신동아> 4월호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3일 서울중앙지법은 안민석 의원이 2014년 12월 동아일보·동아닷컴을 상대로 '기사삭제 및 명예훼손 손해배상금을 지급하라'며 낸 정정보도 청구 소송에서 "기사가 허위라고 인정할 수 없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안민석 의원이 소송을 제기한 기사는 신동아 2012년 6월호의 '복사수준 3단 짜깁기, 단어 하나 바꾸고 자기표절 하기도' 제하의 기사다. 이 기사는 안민석 의원의 미국 북콜로라도주립대(UNC) 박사학위 논문 표절을 소재로 다뤘다.
해당 기사는 당시 신동아와 해외대학 교수 및 조교, 국내 정치학 박사로 이뤄진 검증팀이 안민석 의원의 박사학위 논문 '한국 골프 붐의 정치경제학: 사회문화적 영향의 인식과 해석(The political economy of the golf boom in South Korea : perceptions and interpretation of its sociocultural consequences)'을 분석한 결과, 다른 논문의 글을 10줄 이상 통째로 전재하고 원문에 기재된 괄호 안 출처를 빼거나 글머리 기호와 주·술어만 바꿔 전재한 '복사 수준의 표절'을 확인했다고 했다.
또한 원문에서 3개 문단을 순서대로 가져와 연결한 '3단 짜깁기'와 자신의 논문에서 단어 한 개를 바꾸고 다른 논문에 싣는 자기표절도 확인됐다고 덧붙였다.
안민석 의원의 모교인 미(美) UNC는 표절을 '다른 사람의 글이나 아이디어를 출처를 밝히지 않고 자신의 글로 도용하는 행위'로 규정한다. 원저작자의 독창적인 표현이나 문구를 '한 단어(a single word)'라도 인용 없이 사용하거나 어구를 바꿔 써도 표절로 본다.따라서 인용을 할 때는 반드시 따옴표 처리를 해 출처를 밝히고, 자신의 글과 인용 글을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도록 인용부호와 들여쓰기, 원저자 기술 등을 엄격히 준수할 것을 강조한다. 이후 표절이 밝혀지면 청문회를 거쳐 학위 철회(revocation of graduate degree) 등 강력한 조치를 하게 돼 있다.
안민석 의원은 이 기사가 게재되고 2년 반이 지나 소송을 내면서 "다른 논문을 표절한 바 없고, 설령 이 논문에 일부 출처 누락 등의 문제가 있다고 해도 대부분 논문 도입 부분의 서론과 이론적 배경 부분에 국한된 문제이지 논문 핵심 영역인 연구 결과와 논문 및 결론 부분에 관한 것이 아니므로 표절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표절은 다른 사람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의견인 것처럼 그대로 사용하는 행위로, 표절 범위는 (안민석 의원 주장대로) 논문 검토나 연구 결과 부분에 나오는 핵심 아이디어 부분에 한정된다고 볼 근거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표절의 범위가 안민석 의원의 주장처럼 특정 부분에 해당하는 게 아니라 논문 전체에 해당한다고 판결한 것이다.
재판부는 표절의 정의와 관련해서도 "교육부의 회신 결과를 종합해보면, 학계에서 표절은 일반적으로 일반적 사실이 아닌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자신의 것처럼 부당하게 사용하는 학문적 부정행위를 뜻한다"고 명시했다.
안민석 의원은 이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뒤 공군사관학교 조교수를 거쳐 2000년 중앙대 사회체육학부(현 스포츠과학부) 교수가 됐다.
'신정아 사태' 때는 정부가 나서 외국 학생 부정사례 신고센터(가칭)를 설치해 외국 학위 검증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4년 7월에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상대로 '논문 가로채기'와 '자기표절 의혹'을 집요하게 제기하면서 "(논문 표절은) 대학 교수들에게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판했다.
안민석 의원은 당시 김명수 후보자에게 논문표절 사례집을 전달하기도 했다.
안민석 의원은 1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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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표창원 트위터
'논문표절' 논란을 거론하면서 경기 용인정(丁) 지역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후보를 빼놓을 수 없다.
앞서 표창원 후보는 지난 2013년 7월 자신의 논문표절 의혹을 제기한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를 겨냥, "고소장 작성 작업 중이고 곧 고소를 제기할 것"이라며 트위터에 협박성 글을 올린 바 있다.
당시 표창원 후보의 논문표절 의혹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이어지자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이 친구(변희재), 표창원 박사 논문 갖고도 뻘짓 하는 모양인데 돈도 없는 주제에 대체 왜 그런대요?"라며 논란을 부추겼다.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얼마 뒤 표창원 후보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박사논문에 표절한 부분이 있음을 인정합니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표창원 후보는 "실제 인용규칙을 어기고, 따옴표 안에 넣거나 블락 인용 형태로 처리해야 할 직접적인 인용을 출처 표시만 한 채 간접인용형태로 잘못 표기한 것을 확인했다"고 논문표절을 인정하면서도, "제가 석사 과정을 이수하지 않고 석박사 통합과정을 이수했다거나 특정 사전을 베껴왔다는 부분은 사실무근"이라며 고의성을 부인했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정말 믿을만한 X 하나 없다", "남 비난하더니 논문표절이냐", "그래도 통째 복사보단 낫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표창원 후보가 논문표절을 시인한 뒤, 변희재 대표를 비난하던 진중권 교수는 며칠 간 활발했던 트위터 활동을 중단하고 굳게 입을 다물었다. 진중권 교수 역시 논문표절 의혹에 휩싸여 네티즌들에게 비난을 받은 바 있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일부 후보들이 논문표절 의혹에 휘말리자 국민의당은 이를 용인하는 제1야당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김희경 국민의당 대변인은 지난 22일 논평에서 "더민주당의 비례대표 1번으로 확정된 박경미 교수가 학술지에 게재한 논문이 제자의 석사학위논문을 표절한 것이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힘없는 제자의 논문을 표절했다는 점에서 '갑질 중의 갑질'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희경 대변인은 또 더불어민주당 안산 상록을(乙) 김철민 후보에 대해 "김 후보의 석사학위 논문 또한 표절 의혹으로 해당 대학에서 조사에 착수한 상태인데, 논문 표절이 사실이라면 표절로 학위를 받고 그 학위를 선거에 이용해 안산시민을 속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희경 대변인은 "수많은 장관 후보자들이 과거의 논문 표절로 인사청문회에서 낙마했음에도 홍창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논문표절 사태에 대해 과거에 그런 경우가 많았다며 가볍게 여기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더민주가 논문표절 국회의원 후보를 내세운다면 향후 국무위원 인사청문회를 제대로 치를 수 없는 식물야당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