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함 폭침 6주기..생존자 다수가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심각

  • '쿵…' 
    어디선가 들려온 다소 큰 소리에 한 남자는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깊은 잠에 들지 못하고, 길고 긴 악몽을 꾸는 동안 벌써 6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2013년 3월 26일의 기억은 여전히 이 남자를 따라다닌다. 천암함 폭침 당시 생존한 참전자가 겪는 일상이다.

    24일 호국보훈협회가 천안함 6주기를 기념해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한 세미나에 참석한 천안함 참전 생존자 안재근(29)씨는 기자와의 만남에서 "그날 살아남은 58명은 지금까지 살아남았다는 이유로 어떤 대우도 받지 못했다"며 고개를 떨궜다.  

    안재근씨의 말에 따르면 생존한 참전자들 중 몇몇은 지금까지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로 인해 신경안정제와 수면제를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 치료를 마친 후 지속되는 외상후스트레스 징후 재발도 참전자들의 일상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다.  

    특히, 안 씨는 "천안함 생존자들은 전역이후 정신과 상담을 받았다는 병원 기록이 남으면 취업과 사회생활에 영향을 주는 것이 두려워 치료를 안 받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운 사실을 털어놨다. 


    ◆  천안함 희생장병 '두번 죽이는' 좌파세력의 '정부 자작극' 의혹

    천안함 폭침이 발생한 지 여섯해가 지났지만 여전히 북한 소행이 아닐 수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참석자들은 분노를 넘어 허탈함마저 나타냈다. 

    일부 친북·좌파 단체들과 좌편향 언론 매체들이 '정부 자작극설', '미군 함정 충돌설' 등을 확대 재생산하면서, 황당한 의혹 제기가 불식되지 않고 있다는 것.    

    천안함 폭침 당시 레이더를 보며 경계 근무를 서고 있었던 김윤일(29)씨는 "언젠가 자신의 사촌에게까지, '정부에서 돈을 받고 북한이 천암함을 폭침했다고 말하는 거 아니냐'는 질문을 들은적이 있다"고 고백해 참석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아울러 김 씨는 "저희는 육체적 상처가 아닌 죄책감과 자책감으로 인해 정신적 상처가 남아 있다"며 "천안함 장병이라고 하면 패전병이라고 욕하는 세상에서 어떻게 당당히 전우들을 추모하며 살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어 "전우를 모두 구하지 못한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라고 오히려 자책하면서, "적어도 전우들을 패전병이 아닌 참전자로 기억해달라"고 전했다.  

  • ▲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뉴데일리DB
    ▲ 천안함 46용사 위령탑. ⓒ뉴데일리DB

    이날 세미나는 천안함 참전 장병 6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제자와 토론자 6명이 천안함 폭침 사건을 되새기며 현재와 미래를 진단하는 자리로 마련됐다. 참석자들은 천안함에서 살아남은 참전 생존자들의 보훈 처우에 대한 문제 해결 방안도 함께, 논의했다.

    토론 첫번째 발제를 맡은 김민석 세종대학 국방시스템공학과 교수는 "현재 작전에 임하는 장병들이 임무수행에 대한 자긍심을 갖도록 하기 위해서는 천안함 폭침 사건 생존자에 대한 명예회복과 처우 개선이 절실하다"며 "이를 위한 특별법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다음 발제자인 주해원 중앙대 심리학과 교수는 "참전군인에 대한 보훈이 미흡하면, 국민의 호국태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며 "사회적 지원을 통해 외상을 겪은 참전군인의 심리적 회복을 지원한다면 국가안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엄마부대봉사단 주옥순 상임대표는 "국민들의 눈과 귀를 가지고 북한을 감싸며 우리나라를 갈등과 혼란에 빠트리려는 불순한 술책에 속아서는 안된다"며 "46명의 군인들이 국가와 국민을 지키다 장렬히 전사한 사실에도 적이 늘어놓는 황당 무계한 궤변을 그대로 대변하고 온갖 유언비어를 확대 재생산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에 있다는 현실이 경악 스럽다"고 한탄했다.

    토론 마지막 무렵, 사회자 허남성 박사의 제안으로 세미나 참석자 전체가 이날 자리한 생존 장병 6명을 향해 박수를 쳤다. 일어서있던 장병들은 박수소리가 울려퍼지는 동안 고개를 들지 못했다. 

    천안함 침몰 사건은 2010년 3월 26일 오후 9시 22분께 백령도 서남방 2.5km 해상에서 경계 임무를 수행하던 제2함대 소속 초계함 천안함(PCC-772)이 북한 잠수정의 어뢰로 격침된 사건이다.

    승조원 104명 중 40명이 사망하고 6명이 실종됐으며, 58명의 장병이 구조됐다. 실종자 수색 과정에서, 'UDT의 전설'로 불리는 한주호 준위가 의식을 잃은 끝에, 순직하는 사고도 있었다. 

    한편, 25일 오전 국립대현충원 현충광장에서는 '제1회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이 개최된다. 

    서해 수호의 날은 천안함 피격 사건을 비롯해 제2연평해전,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도발에 맞서 해역을 수호하다 목숨을 바친 호국용사와 희생자들을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정부는 올해부터 매년 3월 넷째 주 금요일을 '서해수호 의 날'로 지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