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배·김한길 없는 자리서 단수공천… 무슨 뜻?

국민의당이 안철수·천정배·김한길·박주선 등 지도부에게 대거 단수공천을 주는 3차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천정배·김한길 의원은 당무 거부 중이라 당의 공식 회의에 불참하고 있는데, 없는 자리에서 자기자신에 대한 단수공천안이 의결되는 상황을 맞았다.

국민의당 공천관리위원회는 14일 오전 3차 공천 결과를 발표했다. 서울 광진갑에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서울 노원병에 안철수 대표, 광주 동남을에 박주선 최고위원, 광주 서을에 천정배 대표, 전남 목포에 박지원 의원 등 당 지도부급 인사들에 대해 대거 단수공천이 이뤄졌다.

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의 '마이웨이'에 대한 단호한 의지의 표명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자리를 떠난 천정배 대표, 김한길 전 상임선거대책위원장을 대신해 당무를 이끌어가고 있는 안철수 대표와 박주선 최고위원의 발언에서 그와 같은 의지가 읽힌다.

안철수 대표는 14일 최고위원·선대위원회의에서 "이제 우리에겐 좌고우면할 시간이 없다"며 "당을 만들면서 선거 준비를 하느라고 바쁘게 달려왔는데, 이제부터 더 빨리 달려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선 최고위원도 "가장 나쁜 리더십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고, 최악의 팔로우십은 결정된 내용을 따르지 않는 것"이라며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결정은 내려졌고 오직 행동해야 할 단계"라며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우리 국민의당이 승리하는 길이 무엇인가를 생각하며 함께 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렇듯 단호하게 '야권 연대' 없이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메시지가 발표한 이후, 지도부에 대한 단수공천안이 의결된 것은 의미심장하다. 이제는 '야권 연대'를 운운하며 중앙당에서 내분만 일삼을 것이 아니라, 공천된 지역구 활동에 올인해서 '살아남으라'는 뜻을 전달한 셈이다.

단수공천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의 천정배 대표·김한길 전 위원장을 향한 대응에도 온도차가 느껴진다.

'수도권 연대'를 주장하고 있는 천정배 대표 본인의 지역구는 정작 수도권이 아닌 광주광역시다. 본인이 살아남기 위한 주장은 아니란 것이다. 실제로 천정배 대표의 '연대' 주장 및 당무 거부에는 최근 공천관리위원회 면접에서 구 국민회의계 인사들이 낮은 면접 점수를 받은 것에 대한 불만도 깔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철수 대표의 정치 생명을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철수(撤收) 압박'이 아니라, 그 목적이 다른 곳에 있는 것이라면 타협의 여지가 있다. 당초 천정배 대표의 지역구인 광주 서을에는 김하중 전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함께 공천 신청을 했었는데, 당에서는 김하중 교수를 북을로 이동시키기까지 하면서 천정배 대표에게 단수공천이라는 배려를 했다.

안철수 대표 지지자들이 "단수공천을 노린다"는 이유로 천정배 대표 규탄 성명을 낸 것과는 상반되는 조치다. 천정배 대표도 12일 전남 해남을 방문한 자리에서 "탈당은 추호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이후 안철수·천정배 공동대표 쌍방은 서로 "충정을 이해한다" "더민주 비판에는 120% 공감"이라며 '숨고르기' 절차에 돌입하고 있다.

반면 김한길 전 위원장은 본인의 지역구(서울 광진갑) 자체가 '연대'의 대상인 수도권이다. 이 때문에 상임선거대책위원장 사의를 표명하고, 안철수 대표도 "되돌릴 수 없다고 생각해 (상임선대위원장) 사의를 수락했다"고 밝히는 등 양자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치닫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한길 전 위원장에 대한 단수공천은 "이 이상으로는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뜻의 전달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우리 당과 다른 당이 모두 지역구 공천 발표를 빠르게 진행함에 따라, 이른바 '구도'가 나오게 되면서 총선 정국은 빠르게 전국 253개 지역구로 파편화될 것"이라며 "중앙당의 분쟁은 당분간 소강 상태가 한동안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