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지 출마하겠다는 사람 내쫓고, 아내가 남편 비례대표로 이끄는 등 '가관'
  •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김상곤 전 혁신위원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자료사진).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야당 60년 사상 최악의 혁신위"라는 평을 들은 김상곤 혁신위원회의 죄과(罪過)가 백일하에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이러한 혁신위 활동을 두둔·비호해 온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경남 양산에 칩거해 열심히 SNS 정치를 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이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어 비웃음을 사고 있다.

    지난해 4·29 재·보궐선거 참패로 위기에 몰린 문재인 전 대표의 '친위 쿠데타' 조직으로 등장한 김상곤 혁신위는 막을 내린지 불과 반년도 지나지 않아, 사상 최악의 혁신위였다는 게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가 '시스템 공천'이라고 자화자찬했던 혁신안 때문에 험지 TK(대구·경북)에 도전장을 던지겠다는 현역 국회의원은 탈당하고, 정작 출사표를 내야 할 지역위원장은 비례대표 레드카펫을 밟으려 하는 등 아수라장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대구 북구을에서 출마를 준비해 온 더민주 홍의락 의원은 지난 24일 혁신안에 따라 도입된 선출직공직자평가위원회의 평가 결과 하위 20% 안에 포함돼 컷오프당했다. 이렇게 되자 홍의락 의원은 "당이 대구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없었다"며 "대구를 전략 지역으로 만들겠다던 기대가 나만의 욕심이 아니었는지 한탄스럽다"고 즉각 탈당을 선언했다.

    이렇게 되자 홍의락 의원(북구을)과 함께 각각 수성갑과 수성을에서 '삼각편대'를 구축하고 있던 김부겸 전 의원과 정기철 예비후보까지 반발하고 나섰다.

    김부겸 전 의원은 "(대구의) 12개 선거구에 겨우 (홍의락·정기철·김부겸) 3명의 후보가 뛰고 있는데, 당 공관위가 우리 머리 위에 날벼락을 내리쳤다"며 "최전선에서 육탄전을 치르는 홍의락 의원에게 오인사격을 한 공관위는 컷오프 조치를 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요청이 실현되지 않는다면 나 또한 중대 결심을 할 수밖에 없다"며 "나도 탈당하는 결심의 순간이 오지 않게 해달라"고 탈당 가능성까지 배제하지 않았다.

    혁신안에 따라 마련된 컷오프 제도가 막상 시행되자 당은 대혼란에 빠졌다. 특히 당내 유일한 4성 장군 출신으로 안보 분야 전문가인 백군기 의원이 컷오프 대상에 포함되자, 김종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가 연속적으로 회동의 자리를 만들어 직접 컷오프에 대한 이의 신청을 권하는 촌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당초 컷오프 조치를 수용할 뜻을 비쳤던 백군기 의원은 "당 차원에서 재심 신청을 넣으라는 권유를 받았는데, 안 넣을 이유가 없다"며 26일 정식으로 이의 신청을 했다.

    나아가 김종인 대표는 29일 당무위를 소집해 컷오프와 관련한 당헌·당규 개정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시스템 공천'이라며 문재인 전 대표가 극찬하고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던 김상곤 혁신안이 골칫거리로 전락한 셈이다.

    이처럼 김상곤 혁신안에는 반드시 살려야 할 사람을 내쫓는 내용이 있는 반면, 애초부터 우려됐던 부분이 현실화되면서 특정인은 편안하게 국회의원으로 가는 길을 열어젖히는 등 부적절한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김상곤 혁신위는 지난해 9월 7일 10차 혁신안을 발표하면서 당선권 비례대표 후보의 3분의 1 이상을 노동·농어민 등 직능 현장활동가에게 할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더민주 당헌 제102조 1항과 당규 제13호, 비례대표국회의원 선거후보자 추천·선출 시행세칙 등에 반영돼 더민주 전국농어민위원회는 농어민 직능 비례대표 후보자를 2배수로 압축하고 내달 5일 ARS 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문제는 2배수 압축 후보자 안에 경북 군위·의성·청송 선거구의 김현권 지역위원장이 포함됐다는 점이다. 김현권 지역위원장은 김상곤 혁신위의 임미애 전 혁신위원의 배우자다. 아내가 마련한 혁신안에 의해 남편이 비례대표 후보자로 추천되는 모양새다.

    김현권 지역위원장은 지난 2004년 17대 총선부터 경북 군위·의성·청송에 출마했다. 17대 총선에서는 '탄핵 역풍'을 등에 업고서도 18.7%를 득표하는데 그쳐 한나라당 김재원 후보(47.2%)에 참패했다. 노무현정권의 실정(失政)으로 판세 자체가 지극히 불리했던 18대 총선에는 출마 자체를 하지 않아 이 선거구에서는 현 야권 후보 없이 선거가 치러졌으며, 19대 총선에 다시 도전장을 내 27.3%를 득표, 새누리당 김재원 후보(72.7%)에 또 졌다.

    지역구민의 선택을 번번이 받지 못했고, 그나마도 지속적으로 출마하지도 않아 표밭을 묵묵히 갈아왔다고 보기 어려운 사람을, 배우자가 마련하는데 관여한 혁신안에 따라 비례대표라는 '비단길'로 이끌고 '꽃가마'에 태우는 것이 진정한 혁신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특히 TK 지역구에서 출마하겠다고 막상 험지에 출사표를 던진 사람은 당에서 내쫓아버린 것이 이들이 마련한 혁신안의 실체요 결과물이라는 점에서 '험지 출마자를 내쫓고 혁신위원의 배우자는 비례대표로 이끄는 것이 혁신이냐'는 비판을 피해갈 수 없다는 지적이다.

    문제는 이러한 우려가 이미 혁신위가 출범할 때 제기됐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6월 25일 〈시사위크〉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구 새정치민주연합 경북도당의 한 당원은 공천 제도 개혁을 맡고 있는 혁신위 임미애 위원의 남편 김현권 씨가 군위·의성·청송 지역위원장이라는 점을 가리키며 "형평성이 우려스럽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김부겸 전 의원은 "공관위가 오인사격을 했다"고 했지만, 실은 공관위의 잘못이라기보다는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표현한대로 "혁신위의 총기난사"의 결과물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혁신위가 혁신안을 통해 당 내부에 대고 어떠한 총기난사를 했었는지가 지금에 와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는 것이다.

    "총기난사"라는 예언을 한 박지원 전 대표 본인도 혁신안 때문에 탈당해 현재 무소속에 머물고 있다. 호남을 놓고 국민의당과 피말리는 사투를 벌이고 있는 더민주 입장에서는 서까래 하나가 내려앉은 셈이다. 혁신안이 얼마나 사람을 내몰고 내쫓는 '마이너스의 정치'의 전형이었는지 백일하에 증명되고 있다.

    이처럼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 활동이 야당 60년 사상 최악의 혁신안이었고, 40년 뒤에도 '야당 100년 사상 최악의 혁신'으로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 분명해지고 있는데도, 김상곤 혁신위의 뒤를 봐주고 비호와 두둔에 여념이 없었던 문재인 전 대표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는 당대표에서 물러난 뒤 경남 양산에 칩거해 SNS 정치를 하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도 개성공단 중단, 정동영 전 열우당의장의 국민의당 입당 등에 대해 경망되이 손가락을 놀렸다가 비판을 받았으며, 요즘은 필리버스터에 대해 운운하고 있다.

    당은 혁신안으로 인한 혼란에 휩싸여 있는데, 당대표 시절 혁신안이 당무위와 중앙위에서 의결되도록 주도적인 역할을 한 당사자로서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인양 다른 건에 대해서만 SNS에서 언급하는 게 책임 있는 정치인의 자세인지 의문이 커질 수밖에 없다.

    야권 관계자는 "자신이 두둔하고 비호했던 혁신안으로 인해 당이 이 정도로 혼란에 휩싸였으면 사과는 못하더라도 뭐라고 변명이라도 한 마디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러니 얼마나 나쁜 사람이냐"고 혀를 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