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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우 진구에게는 지난해와 올해 설날 풍경이 색다르다. 2014년 9월 결혼해 처음, 지난해 7월 득남해 또 처음 맞는 설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설 이후 공개되는 KBS2 드라마 ‘태양의 후예’의 방영을 앞두고 기대감이 한껏 부풀어 올랐다. 1980년생 원숭이띠 배우 진구에게 찾아든 기운과 출발이 좋다. 새해 유난히 소망이 많을 진구와의 대화가 뉴데일리스타 사옥에서 이뤄졌다.


    “작년에는 ‘연평해전’이 생각보다 잘 돼서 놀랐어요. 축하연도 가지고. 이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라 실제 사건과 관련된 분들께 직접 인사드리기도 했죠. 제 영화라기보다는 다큐멘터리 같은 느낌이라 감회가 남달랐어요. 아픔이 제대로 전달된 특별한 영화였죠.”


    2002년 6월 대한민국이 월드컵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그날,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웠던 사람들과 그들의 동료, 연인,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연평해전’(감독 김학순)은 지난해 6월 개봉 하자마자 15만 명의 관객 수를 모으며 박스오피스 1위를 달성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개봉한 영화 ‘쥬라기 공원’ 시리즈인 ‘쥬라기 월드’라는 강적이 있었음에도 국민들의 심장을 뜨겁게 관통해 600만 명의 누적 관객 수까지 기록했다. 진구에게는 ‘명량’ 다음으로 역대급 관객을 맞이한 터라 영화와 함께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됐다.


    “올해는 ‘태양의 후예’로 한 해를 시작하겠네요. 특전사 역할을 맡았기 때문에 최근까지도 촬영하면서 몸을 쓰는 일이 많았어요. 촬영기간이 한 달 이상 길어지기도 하고 역할이 역할인지라 꽤 힘들게 촬영했죠. 제가 연기한 서대영은 우직한 남자에요. 슬픈 사랑을 하게 되고요.”


    24일부터 방송되는 KBS2 수목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낯선 땅 극한의 환경 속에서 사랑과 성공을 꿈꾸는 젊은 군인과 의사들을 통해 삶의 가치를 담아내는 블록버스터급 휴먼 멜로 드라마다. 여기서 진구는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모두 겪은 특전사 부사관 서대영으로 분했다. 재난 지역인 우르크에서 유시진(송중기 분) 대위가 이끄는 알파팀에 소속돼 윤명주(김지원 분)와 호흡을 맞춘다. 배우 송중기, 송혜교, 김지원과 녹록치 않은 배경에서 주연으로 극을 이끌어 가는 것.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그리스에 촬영하러 가고, 지방에서도 촬영들이 있어서 당시에는 아기 얼굴을 많이 보지 못했네요. 지금은 아기가 어느덧 200일이 됐어요. 요즘에는 시간이 있으면 아기 보는 데 많이 투자하는 것 같아요. 아기가 태어났을 때, 아기가 잠잘 때, 아플 때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고요. 그저 착하고 건강하게 자랐으면 좋겠어요. 세상이 험해지다보니 못된 걸 아무리 접하지 못하게 막는다 해도 접하게 될 수도 있고, 아이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바르게 컸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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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엔 아내와 아이가 생기다보니 설날 풍경이 조금 더 북적거리는 느낌이에요. 할 일도 많아지고. 총각 시절에는 주로 얻어먹고 대접을 받는 입장이었다면, 이제는 가족들을 챙기는 입장이 된 거잖아요. 확실히 새로운 기분이에요. 저희 부부는 반반씩 일 해요. 요리도, 청소도, 아기 기저귀 가는 것도요.”


    ‘상남자’ 진구가 남편, 아빠가 되니 이렇게나 변했다. 일과 가정 모두에서 집중할 줄 아는 그의 2016년이 더욱 흥미진진해졌다. “지금까지는 착하고 바른 편이었고 순탄하게 살았어요. 23살에 데뷔해서 늘 평타는 치면서 산 것 같아요. 고통을 크게 받았다는 생각 없이 일 했는데 어느덧 14년차가 됐네요. 작품수도 꽤 많고.”라며 연기인생을 되짚어 보는 그다.


    “‘올인’이 아무래도 가장 기억에 남죠. ‘비열한 거리’는 저를 충무로에 제대로 입성시켜준 작품이고요. 남우조연상을 받게 해준 ‘마더’도 절대 잊지 못할 작품이에요. 지금까지 액션장르를 많이 했는데, 아무래도 선이 굵은 모습 때문에 제가 액션이나 거친 영화에 어울린다고 생각하시나 봐요. 사실 저는 오락영화, 쉬운 영화도 좋아해요. 멜로도, 액션도 쉽게 즐길 수 있는 게 좋더라고요.”


    2003년 데뷔작 ‘올인’부터해서 ‘논스톱5’ ‘비열한 거리’ ‘기담’ ‘트럭’ ‘마더’ ‘식객’ ‘모비딕’ ‘광고천재 이태백’ ‘명량’ ‘쎄시봉’ ‘연평해전’ 등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사랑받은 주요 작품을 나열하기만 해도 그 수가 압도적이다. 데뷔 이래로 매해 평균 두 작품 이상을 들고 꾸준히 달려왔다. 오랜 기간 묵직하고 진중한 매력을 꾸준히 전해왔기 때문일까. 일단 진구가 출연한다 하면 작품에 안정감이 생긴다. 묻어나는 캐릭터 또한 제 옷을 입은 듯 ‘진구’ 자체를 보는 것처럼 너무나 자연스럽다.


    “제가 맡은 역할들을 보면 저한테도 다 그런 면이 있어요. 특히 ‘마더’ 속 진태가 저랑 가장 닮은 것 같기도 해요. 나쁜 듯 안 나쁜, 자유인처럼 사는 면이 비슷하더라고요. ‘논스톱’에서처럼 친구들과 수다 떠는 것도 좋아하고, 농구하고 술 마시는 것도 좋아하고요. 농구를 아주 잘은 못 하지만 정말 좋아해요. NBA 경기가 있으면 꼭 챙겨볼 정도예요. 뭔가를 할 때 진심을 다 하기를 원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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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상 관객들이 보기 쉽고 재밌게, 굳이 오락영화가 아니더라도 ‘저 배우가 연기하는 걸 보면 잘 넘어 간다’라고 느낄 수 있게 연기하려 해요. 같은 대사를 해도 매번 다르게 하려 하고요. 제가 연극영화과 출신이 아니라 데뷔하고서는 힘들었죠. 오디션에서도 많이 얼고. 그런데 이제는 ‘자신감만 있으면 되는 것 같다’고 깨달았어요. ‘난 다른데 뭐’ 이런 생각으로요. 그게 처음으로 발휘된 게 ‘비열한 거리’였죠. 그 전까지는 잘 배운 친구들이 한 걸 흉내만 낸 것 같아요. 오히려 ‘비열한 거리’ 때는 마음을 비우고 연기했어요. 그 덕에 이후부터는 굳이 오디션을 통하지 않고도 영화에 캐스팅이 되더라고요.”


    이제는 ‘베테랑’이란 수식이 착 감기는 배우가 됐다. ‘관객들이 함께 울고 웃는 연기’를 모토로 삼는 진구는 캐릭터마다 진함과 구수함이 우러난다. 이러한 연기를 펼치는 데에는 촬영장에서 ‘연기의 맛’을 우려내는 그만의 노하우가 있었다.


    “배우 본인이 장을 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술자리로 촬영 분위기를 친근하게 만들죠. 친목을 도모하기 위해서 소주, 맥주, 분위기 있는 바 가리지 않고 일단 장소를 봐두는 거예요. 술자리를 가지면 다음 날 배우들 눈빛들이 달라져요. 십 년 지기 친구들이 모인 것처럼 돼요. 그런 사람들 앞에서 연기하면 왠지 응원 받는 느낌이 들어서 더 좋더라고요. ‘비열한 거리’랑 ‘26년’, ‘쎄시봉’ 이 작품들을 촬영할 때 주로 또래배우들이 있어서 술자리가 많았고 촬영 현장이 더욱 재밌었죠. 특히 ‘26년’은 광주에서 촬영을 해서 완전히 장이었어요.”


    “코미디 작품을 찍는 건 다른 사람의 글과 말을 사용해서 내가 대신 웃겨야 하기 때문에 어려운데, 저 스스로는 유머 감각이 있어요. 굉장히요. 아마 지구상에서 제가 제일 웃길 걸요? 친구들도 다 웃긴 편인데 저보다 다들 10%씩 부족해요.”


    술자리 대화를 좋아하는 그답게 인터뷰가 무르익자 너스레가 넘치는 진구다. 배우로서 뿐만 아니라 친구로서도 매력이 상당해 보인다. 곁에 두면 즐거울 사람이 14년 동안 간접적으로나마 우리에게도 계속 친구로 존재해왔다. 올해를 넘어 앞으로의 관객들과의 우정에도 끈끈한 정이 이어지리라 기대되는 순간이다.


    “올해는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영화 ‘원라인’ 두 작품으로 찾아뵐 예정이에요. 그 아이들이 잘 됐으면 좋겠어요. 또 다른 바람은 주변 사람들이 항상 건강했으면 좋겠어요. 나이를 먹어가면서 느끼는 건데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아이와 가족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고요. 모든 일들이 다 잘되길 바랍니다.”


    [장소 제공 : 서울 강남구 논현동 ‘이노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