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입당하더라도 철저하게 당 룰대로 경선 치러야"
  • ▲ 조경태 의원.ⓒ뉴데일리
    ▲ 조경태 의원.ⓒ뉴데일리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뒤 새누리당 입당을 고민 중인 조경태 의원은 야당의 불모지인 부산 사하을에서 내리 3선을 지낸 유일한 의원이다. 조 의원은 최초의 지역주의 타파 선봉장으로 불린다는 점에서 그의 이번 탈당 및 새누리당 입당은 정치사에 큰 획을 긋는 사건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여권에 따르면 새누리당은 야권 분열이 시작된 지난해 연말부터 조 의원을 상대로 입당 의사를 타진하며 조 의원의 탈당 및 영입을 추진했다. '낙동강 벨트'의 한 축인 조 의원이 새누리당에 입당하면 올해 부산경남(PK) 선거 구도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주목할 만한 점은 조 의원에 대한 입당 제안 과정에서 친박(친박근혜)계 의원들의 주도적 역할이 있었다는 점이다. 청와대 정무특보를 지낸 친박 핵심 윤상현 의원은 조 의원을 만나 입당 설득에 나서는 등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의원은 20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조경태 의원은 저와 함께 국회사회공헌포럼의 공동대표로 함께 일해오며 국회와 정치의 역할에 대해 논의해 온 친한 동료 의원이다"며 "그 이상도 이하도 없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조 의원의 영입에 청와대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조 의원이 전날 기자들과 만나 탈당 결심을 굳히게 된 계기와 관련, "박근혜 대통령은 담회에서 안보 위기 상황과 경제 위기 상황을 수차례 강조, '정쟁을 중단하자'는 표현까지 썼음에도 우리 정치권은 아직 제자리 걸음이다"며 박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와 무관치 않다고 발언한 것도 이런 분석을 뒷받침한다.
  • ▲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종이를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 2015년 10월 27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 나선 가운데,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국정교과서 반대', '민생우선'이라고 종이를 모니터에 붙인 채 침묵시위를 벌이고 있다.ⓒ국회 사진공동취재단
    조경태 의원은 그동안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할 때마다 항의 시위로 일관하는 야당 의원들과 달리 깍듯하게 예의를 갖춰 언론의 주목받았다.

    그는 2013년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 후 퇴장할 당시 야당의원 중에서는 유일하게 기립해 예의를 표시했다. 당시 그 이유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원수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표하는 것은 상식이자 도리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조경태 의원은 또 2년 뒤인 지난해 10월 시정연설을 마친 대통령이 본회의장을 나서는 순간까지 정중한 자세로 박 대통령 바라보며 가장 오래 기립해 있었다. '민생 우선', '국정교과서 반대'라고 쓰인 인쇄물을 자신의 모니터 뒷면에 붙여놓고 침묵시위를 벌였던 대부분의 야당 의원들과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조경태 의원은 당시 뉴데일리와 통화에서 인쇄물을 부착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기립한 데 대해 "행정부 수반이국회에 오면 국회의원들이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야 한다. 국회의장님도 인쇄물을 떼라고 수차례 말씀을 주셨다. 마지막에 기립박수를 친 것도 그렇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 의원은 이어 "예의를 갖추는 것이 지극히 상식적인 것인데, 지극히 상식적인 태도가 주목받는 사회가 얼마나 비상식적인 사회인가를 반증하는 것 같아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씁쓸해 했다. 국가원수에 대한 예의를 갖추고 잘못된 정치권을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는 조 의원을 친박계가 오래 전부터 눈여겨보았다는 얘기다.

    조 의원이 입당할 경우, 새누리당이 조 의원에게 향후 어떤 주요 당직을 맡기고 상임위원장에 내정할지도 관심사다. 여당 관계자는 "입당 제안 과정에서 100% 여론조사'로 사실상 전략공천하는 방안과 주요 당직 제안 등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했다.

    하지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조경태 의원이 입당하더라도 철저하게 민주적 절차에 의한 당의 룰대로 경선을 치러야 한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특히 "같은 부산 지역 의원인 조 의원과는 자주 만나서 대화를 많이 했다"며 "입당을 제안하기 위해 접촉하진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조 의원에 대한 입당 및 공천방식을 놓고 친박계와 김 대표와의 갈등이 예상되는 부분이다. 

    조경태 의원은 그동안 부산에서 야당 3선을 지내며 지역주의 타파 선봉장으로 불렸음에도, 야당 지도부는 제대로 된 당직도 주지 않은 채 조 의원을 홀대해 왔다.

    특히 문재인 대표 등 친노세력은 지난해 말 조경태 의원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에 내정됐음에도, 차일피일 미루며 조 의원에 대한 인사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조 의원 측 관계자는 "의원님은 평소 의회주의자이기 때문에 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되지 않으면서 국회가 잘 흘러가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 위원장을 하려고 했지만, 지도부는 끝내 인선조치에 나서지 않았다. 그런 점에 조 의원이 상당히 격노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야당 지도부가, 조 의원이 산자위원장에 임명된 이후 탈당하게 되면 또 하나의 '자당몫' 상임위원장 자리를 잃게되는 것을 염두, 자리를 내주지 않았다고 분석하고 있다.

    하지만 그동안 친노세력은 당 지도부를 향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하는 조 의원에게 당 윤리심판원 회부 등의 수단을 써가며, 각종 압력을 행사해 왔다. 한때 강경파 초재선 의원들은 3선의 조 의원에게 면전에서 막말을 쏟아내며 모멸감을 주기도 했다.

    야당 홀대를 벗어난 조 의원이 여당으로 간다면, 새누리당 지도부가 그에게 어떤 대우를 해줄지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