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태가 이지경인데..의장-여야 대표는 계속 '네 탓' 공방만
  • ▲ 여야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2016년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현행 선거구가 전부 무효화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행 의석수를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하는 안을 마련해달라고 여야에 요청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여야의 교착상태가 계속되면서 2016년 1월 1일 0시를 기준으로 현행 선거구가 전부 무효화되자, 정의화 국회의장은 현행 의석수를 기준으로 선거구 획정하는 안을 마련해달라고 여야에 요청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선거구 무효사태가 현실화됐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무법을 자초했다는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시한으로 못 박은 2015년 12월 31일에도 끝내 선거구 획정이 이뤄지지 않자, 정의화 의장은 의원 수를 현행으로 유지하는 선거구 기준을 적용해 오는 5일까지 새로운 획정안을 제출해달라고 선거구획정위원회에 요청했다.

    정의화 의장은 1일 새벽 0시 담화문을 통해 "국회의원 선거구가 2016년 1월 1일 0시부터 효력을 잃으면서 대한민국은 선거구가 없는 나라가 됐다"며 "100여 일 밖에 남지 않은 20대 총선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지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 의장은 또 "대의민주주의가 뿌리부터 흔들리고, 심각한 정치, 사회적 혼란이 우려되는 비상사태에도 여야는 선거제도에 따른 득실 계산에만 몰두하면서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의장으로서 기싸움만 벌이는 여야를 모두를 향해 쓴소리를 한 것이지만, 정치권에선 여야의 합의조차 이끌어내지 못한 정 의장도 입법비상사태를 야기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날 정 의장은 중재안으로 농어촌 지역구의 대표성 강화를 위해 일부 자치 시군구의 분할을 허용하도록 요구하기도 했다.

    구체적으로는 5개 이상 자치 시군구를 포함하지 않으면 1개 선거구를 구성할 수 없는 경우와 인구 하한에 미달해 인접 지역구와 합쳐야 하는데, 어느 지역구와 합하더라도 인구 상한을 초과해 자치 시군구 일부 분할을 피할 수 없는 경우다.

    이에 따르면 현재 새누리당 한기호 의원의 지역구인 강원 철원·화천·양구·인제와 새누리당 안상수 의원이 재선에 성공한 인천 서·강화, 새누리당 김도읍 의원이 있는 부산 북·강서을, 새누리당 박명재 의원이 있는 경북 포항남·울릉과 더불어민주당 정호준 의원이 버티고 있는 서울 중구 등이 시군구 분할을 적용받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의장의 최후통첩에도 여야는 남탓 공방을 이어가면서 여전히 상대방에 책임을 떠밀고 있다. 교착상태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이유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정 의장의 제시안에 대해 "그렇게 하면 농어촌 선거구가 너무 많이 줄기 때문에 옳지 못해서 그 안을 따를 수가 없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 

    김 대표는 1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인사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46개 안으로 가서는 안 된다"며 "여야가 잠정 합의안 안이 (지역구) 253개 안"이라며 "그것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민은 선거구보다 경제가 더 관심사이기 때문에 선거구 획정보다 경제 살리기가 더 급하다. 위헌으로 간주하는 선진화법에 발목이 잡혀서 국민이 원하는 시급한 경제현안 법안을 외면한다는 것은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대변인은 "우리당은 양보할 만큼 양보했는데도 사태가 이 지경에 이른데 대해 안타깝고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 없다"면서 "새누리당은 언제까지 야당 발목잡기만 할 것이냐"고 비난했다.

    아울러 "새누리당이 더이상 과반의석 지키기에만 혈안이 되어 무책임한 국정운영을 해서는 안 된다"면서 "이제라도 당리당략에서 벗어나 전향적 협상 자세를 보일 것을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조차 제대로 하지 못하는 '식물국회'로 전락하자 19대 국회의원 선거 예비후보자가 현역 국회의원 전원을 검찰에 고발하는 웃지 못할 사태도 벌어졌다.

    20대 국회의원 세종특별자치시 예비후보자인 고진광 씨가 직무유기를 이유로 19대 국회의원 전원을 고발한 것이다.

    그는 고발장에서 헌법이 위임하고 국회법이 보장하는 국회의원의 직무를 선거구 획정 문제에서 보듯이 정당한 이유 없이 거부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