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랑드의 사회당, ‘국민전선’ 약진 막는다며 사르코지 ‘공화당’에 의석 갖다 바쳐
  • ▲ 지난 14일 지방선거 2차 투표가 끝난 뒤 '국민전선' 마리 르펜 당수가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지난 14일 지방선거 2차 투표가 끝난 뒤 '국민전선' 마리 르펜 당수가 미소를 짓고 있다. ⓒ뉴시스-AP.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전역에서 치른 지방선거 2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은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국민전선’ 관계자들은 “승리한 실패”라며 웃음 띤 표정을 지었다. ‘국민전선’ 입장에서는 ‘사실상 승리’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지난 6일(현지시간) 지방선거 1차 투표에서 ‘국민전선’이 13개 선거구 가운데 6곳에서 1위를 차지하자 프랑수아 올랑드 現대통령이 이끄는 집권 사회당은 ‘극약처방’을 내놨다. 자기네 후보를 강제로 사퇴시키고, 중도우파 성향인 공화당의 후보를 내세운 것이다.

    덕분에 니콜라 사르코지 前대통령이 이끄는 공화당은 13개 선거구 가운데 7곳에서 승리했다.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이끄는 사회당은 5곳에서 승리했다. 다른 1곳은 민족주의 정당인 ‘자유 코르시카’가 차지했다.

    이를 두고 일간지 ‘르 피가로’는 “우파 승리, 좌파 선방, 국민전선 실패”라고 평가했고, EU 지역 언론들은 “반이민 정서와 경제난 등으로 극우 정당 지지도가 크게 오른 듯했지만 아직 유권자들은 극우세력의 집권을 허락하지 않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양상을 지켜본 ‘국민전선’은 자신감에 부풀어 올랐다. 기존 정당인 사회당과 공화당에 이은 ‘제3세력’으로의 성장 가능성을 확인한 것이다.

    올랑드 대통령의 사회당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총 13곳의 선거구 가운데 2곳에서 후보를 내지 않았다. 이에 사회당 지지자들은 공화당에 대거 표를 줬고, 1차 투표 때 소수 정당을 지지했던 유권자들은 사회당이나 공화당에 표를 던졌다. 그 결과 사르코지의 공화당은 얼떨결에 ‘어부지리’를 취하게 된 것이다.

    ‘국민전선’은 사회당의 ‘극약처방’과 공화당의 협조로 단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지만, 2017년 대선으로 시선을 돌리면, 상당한 약진이 가능하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 ▲ 지난 6일(현지시간) 치른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 '국민전선'의 약진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英공영방송 BBC 집계 결과 캡쳐
    ▲ 지난 6일(현지시간) 치른 프랑스 지방선거 1차 투표 결과. '국민전선'의 약진은 큰 파장을 일으켰다. ⓒ英공영방송 BBC 집계 결과 캡쳐

    ‘국민전선’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모두 660만 표를 얻었다. 이는 2012년 대선 당시의 640만 표보다 많은 득표수로, 극우세력이라고 비난받는 소수자였던 ‘국민전선’이 명실상부한 ‘국민적 정당’으로 인정받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전선’이 2017년 대선에서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대쉬(ISIS)’의 테러가 사그라들지 않는 데다 이라크, 시리아에서 유입된 이민자들과 프랑스 시민들 간의 갈등이 갈수록 커져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민자 유입 통제 강화, 프랑스 국민 우대를 내세운 ‘국민전선’이 표를 얻기 좋은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는 분석들이 나오는 이유다.

    일부에서는 “사회당이 여우를 막으려다 호랑이를 부른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올랑드 대통령과 사회당이 지방 선거에서 ‘국민전선’의 돌풍을 막기 위해 니콜라 사르코지의 공화당과 ‘합작’을 한 것이 단기적으로는 ‘국민전선’을 막는 데 도움이 되었지만, 장기적으로는 ‘정권교체’에 힘을 보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2005년 11월 무슬림 폭동 이후 2007년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당선되었다는 점을 떠올려 보면, 다음 번 대선에서 ‘국민전선’이 집권당이 되지는 않겠지만, 우파 정당이 집권할 수 있다는 분석은 상당한 설득력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