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낙하산 쓰는 시대 지났다”...병사 개인 전술장비 보급도 늦어져
  • ▲ 특수작전용 헬기 HC3에서 내려 작전 중인 영국군.ⓒ영국군 페이스북
    ▲ 특수작전용 헬기 HC3에서 내려 작전 중인 영국군.ⓒ영국군 페이스북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세력 '다에쉬(ISIS)' 격퇴에 동참한 국제연합군이 무인기와 드론을 이용한 특수작전을 통해 ‘IS 연쇄 참수범 지하드 존’을 사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 군의 특수전 작전 능력에 의문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우리 군의 경우, 침투작전에 적합한 전용헬기가 단 1대도 없을 뿐만 아니라, 병사들의 방탄조끼나 야간조준경 등 개인장비 보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지난달 12일 영국 일간지 데일리메일은, 영국 특수부대 SAS가 다에쉬(ISIS)의 외국인 인질 살해에 적극 가담한, 영국인 '지하드 존'(무함마드 엠와지)을 시리아 라카(Raqqa)에서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하드 존의 위치가 파악되자 SAS요원 투입결정을 내렸다. 지난달 11일 8명의 SAS 요원들은 특수작전용 HC MK3 헬기를 이용해 라카 북부 48km 지점에 잠입했다.

    SAS는 공수해온 특수차량을 타고 지하드 존의 은신처에서 5.5km지점 떨어진 지점까지 이동해, 작전을 시작했다.

  • ▲ 영국군의 기동차량 모습.ⓒ영국군 페이스북
    ▲ 영국군의 기동차량 모습.ⓒ영국군 페이스북

    지하드 존의 탐지는 초소형 드론이 맡았다. SAS는 소리가 나지 않아 침투정찰에 용이한 2대의 초소형 드론을 이용해, 숨어있던 지하드 존을 영상으로 확인하고 타격요청을 보냈다.

    이 영상은 영국에 위치한 SAS 사령부와 카타르 도하에 위치한 美 중부 사령부에 실시간으로 전송됐다.

    영상을 확인한 미군은 12일 저녁 11시40분쯤 MQ-9 리퍼 무인공격기를 출동시켰다. 곧 이어 리퍼에서 발사된 헬파이어 공대지 미사일이 목표물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다.

  • ▲ 영국 육군 대테러 훈련 모습.ⓒ영국군 페이스북
    ▲ 영국 육군 대테러 훈련 모습.ⓒ영국군 페이스북

    우리 한국은...특수전 전용 헬기 단 1대도 없어

    다에쉬(ISIS)의 ‘외국인 인질 연쇄 참수범’을 제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SAS는 영국군 특수전부대다. 우리에게도 이와 비슷한 부대가 있다. 육군특전사령부 예하 공수특전여단이 그것이다.

    특전사는 유사시 육지, 공중, 바다의 다양한 루트로 적진 깊숙이 침투해, 게릴라전, 교란작전, 정찰·정보수집, 직접타격, 요인암살 및 납치, 인질구출, 주요시설 파괴, 항폭유도, 민사심리전, 비정규전 등 각종 특수작전을 수행한다.

  • ▲ 영국군 특수작전헬기 HC3, 미군 특수작전헬기 MH-47의 다운그레이형이다.ⓒ영국 국방부
    ▲ 영국군 특수작전헬기 HC3, 미군 특수작전헬기 MH-47의 다운그레이형이다.ⓒ영국 국방부


    지하드 존 제거와 같은 임무도 특전사가 수행해야 하는 역할 중 하나다.

    문제는 장비다. 현재 우리 군은 SAS가 지하드 존 제거를 위해 사용한 HC MK3와 같은 특수작전용 헬기를 보유하지 못하고 있다.

    특수작전용 헬기는, 공중급유장비와 저공침투를 위한 지형회피레이더를 갖추고 있으며, 방탄재질로 제작된다.

    그러나 우리 군은 이런 특수작전용 헬기가 없기 때문에 육군 항공작전사령부가 운용 중인 CH-47D LR형 헬기를 지원받아 사용한다. 이 헬기는 기체 측면에 있는 연료탱크를 확대해 장거리비행이 가능하고, 야간비행을 위해 기수에 전방 감시 적외선 레이더를 장착했다.

    장거리 야간 기동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특수전 작전의 핵심인 저공침투는 어렵다.

  • ▲ 우리군의 CH-47 LR헬기, 사진의 기체는 공군소속.ⓒ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 우리군의 CH-47 LR헬기, 사진의 기체는 공군소속.ⓒ뉴데일리 순정우 기자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우리 특전사의 경우, 영국의 SAS처럼 자체 헬기를 보유하지 못해, 육군 항공작전사령부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유사시 신속한 작전 전개를 기대할 수는 없다.

    우리 특전사는 UN PKO 파병과 주한미군 특수전사령부와의 교류를 통해, 병사 개개인이 갖고 있는 뛰어난 역량을 전 세계에 입증했다.

    그러나 이들의 능력을 극대화해 특전사 본래의 침투작전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하드웨어 지원 실태’는 매우 열악하다. 심지어 특전사 병사들이 착용하는 방탄조끼나 야간 조준경 등 개인 장비 보급마저 늦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큰 문제다.

    양욱 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특수부대의 임무는 적이 예상하지 못하는 곳을 타격하는 것인데, 우리 군은 이에 걸 맞는 기동수단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욱 위원은 “낙하산으로 적진에 침투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특수전 전용헬기를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