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테러 위험에 '덜덜덜'.. 한국은 아직도 '안보 불감증' 만연
  • ▲ 24일 서울 중구 롯제호텔에서 한국안보형사법학회 창립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1부 행사에 참석한 (왼쪽부터) 정용기 용인대 교수, 황문규 중부대 교수,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류부곤 한경대 교수, 송강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 24일 서울 중구 롯제호텔에서 한국안보형사법학회 창립학술대회가 열렸다. 사진은 1부 행사에 참석한 (왼쪽부터) 정용기 용인대 교수, 황문규 중부대 교수,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류부곤 한경대 교수, 송강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핵위협, IS 등 국제 테러조직의 출현 등을 계기로 국가안보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공안수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형성돼 있어, 국민들의 올바른 안보 공감대 형성이 시급하다는 안보 법제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기본질서와 헌법적 가치를 지키는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공안범죄의 개념을 객관적으로 정립하고, 이에 대한 지속적이고 심도있는 연구가 이뤄져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안보형사법학회는 24일 오후 서울시 중구 롯데호텔 에머랄드홀에서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현실과 미래’라는 제목의 창립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번 학술대회는 안보형사학회가 1년여간의 준비기간을 거쳐,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이하 행변), 한국테러학회 등 여러 단체의 후원을 받아 마련됐다.

    이날 행사에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 김일수 한국안보형사법학회장, 이만종 한국테러학회장, 김진환 한국형사정책연구원장 등을 비롯, 각계의 여러 인사들이 참석했다.

    학술대회는 1부와 2부로 각각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황문규 중부대 교수의 발제로 정용기 용인대 교수와 류부곤 한경대 교수, 송강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 등이 토론에 나섰다.

    2부에서는 발제에 김성천 중앙대 교수, 토론에 임정호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사, 조문경 변호사(행변), 정태진 사이버폴리싱연구센터 박사 등이 참석해 의견을 나눴다.

    김진태 의원은 축사에서 왕재산 사건을 예로 들며, 현재의 안보법안이 미흡하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김진태 의원은 “왕재산 사건 간첩 혐의자의 개인 컴퓨터에서 대북충성 맹세문이 나왔지만 혐의자가 '모른다'고 부인하면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며 “이런 코미디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우리의 사법 현실”이라고 작심 비판했다.  

    이어 김 의원은 "법원에 공안사건을 전담하는 ‘안보 사법 재판부’를 설치하는 법안과 디지털 자료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여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등을 발의했다"고 언급하면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까지 반드시 통과되도록 할 것"이라고 의지를 밝혔다.

  •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학술대회 2부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 (왼쪽부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임정호 박사, 김성천 중앙대 교수,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조문경 변호사, 사이버폴리싱연구센터 정태진 박사.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학술대회 2부에 참석한 발제자 및 토론자. (왼쪽부터)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임정호 박사, 김성천 중앙대 교수, 오경식 국립강릉원주대 교수, 조문경 변호사, 사이버폴리싱연구센터 정태진 박사.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축사가 끝난 후 시작된 학술회의에서 황문규 교수는 ‘공안사건에서의 범죄 피해자에 관한 소고’라는 주제로, 공안사건에 대한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을 전환하기 위한 방안에 초점을 맞췄다.

    황문규 교수는 ‘공안’의 개념에 대해 “사회질서와 헌법질서의 유지ㆍ보전을 내용으로 하는 보편적 법익”이라고 정의한 황 교수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의 보호는 국민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기본전제를 형성하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국민 개개인의 보호와 연결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황 교수는 공안사건 수사에 대해 국민들이 ‘국가 대(對) 피의자’의 구도로만 바라보면서 국가의 사회보호기능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오해를 초래해 왔다는 점을 지적했다.

    황 교수는 이 같은 문제의 해결책으로 공안범죄 개념에 ‘국민 법익에 대한 피해발생’ 요소를 추가한다면, '정권을 위한 공안'으로 변질되는 위험을 막고, '국민을 위한 공안'으로 거듭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황문규 교수의 발제에 대해 정용기 교수는 “공안사건이라고 칭할 수 있는 개념 범위가 광범위하고 다의적이어서, 전체를 포괄할 경우, 혼란이 가중될 위험이 있다”면서 “공안에 대한 유형별 개념정의가 필요하고, 그에 따른 범죄 대책과 피해자의 보호ㆍ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보충해 설명했다. 

    류부곤 교수는 공안사건에 대한 형사절차 측면의 조망을 통해 국가를 공소제기의 당사자가 아닌, 참여자로 위치시키고, 수사와 공소를 담당하는 중립적 조직의 구성을 모색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아울러 공안사건의 사법절차에서 필요에 따라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송강 부장검사는 “공안사건 개념에 ‘국민 법익에 대한 피해발생’을 고려한다면, 공안사건의 처리기준과 구속기준 등을 보다 객관적ㆍ구체적으로 정립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2부 발제를 맡은 김성천 교수는 ‘국가안보와 통신비밀보호’를 주제로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감청 수사방법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대안 등을 제시했다. 

    김성천 교수는 “국가안보 임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기본권 침해 행위에 대해 일반 국민들은 매우 민감한 반응을 나타낸다”며 “감청은 통신비밀보호법이 규율하는 합법적 수사방법이지만, 수사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국민정서로 인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가안보도 포기할 수 없고, 그렇다고 개인의 정보자기결정권이 훼손돼서도 안된다”고 전제한 김성천 교수는 “결국 국가안보를 지키면서 사생활 침해는 최소한의 수준으로 낮추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 이날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안보 법안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 이날 학술대회는 '대한민국 국가안보의 현실과 미래'라는 주제로 안보 법안 전문가들의 심도있는 논의가 진행됐다. ⓒ 한국안보형사법학회

    ‘수사기관의 불법감청 방지를 위한 근본대책의 미비’와 ‘영장 집행절차 관련 규정의 미비’ 등을 현행 통비법의 한계와 문제점으로 규정한 김성천 교수는 ▲감청 집행주체와 감청장비 보유주체의 분리 ▲전기통신사업자의 협조의무 현실화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나아가 김 교수는 현행 통비법에서 감청 대상이 되는 전기통신사업자가 정당한 이유 없이 협조를 거부해도 이를 제재할 마땅한 수단이 없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국가의 안전보장과 범죄로부터 국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감청 수사방법의 실효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토론에서 임정호 박사는 “현대 사회 발전으로 국민의 생활반경이 무한 확장되면서, 이제는 북한 이외에도 안보를 잠재적ㆍ현실적으로 위협하는 세력이 등장하고 있다”며 “향후 ‘IS(이슬람국가)’ 등 테러단체와 북한이 연계해 우리의 안보를 위협하는 상황에 대해서도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문경 변호사는 “감청의 불법적인 면만을 부각시켜 국가안전 보장에 어려움이 발생해서는 안될 것”이라며 “최대한 그 기능과 효력이 발휘될 수 있도록 규범조화적인 해결방법이 모색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태진 박사는 현행 통비법이 진화하는 반국가적 범죄행위를 쫒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의사결정, 회합, 모의, 정보유출, 통신교란, 보이스피싱 등 반국가 활동들이 정보통신망 안에서 이뤄지는 만큼, 국익과 안보를 위해 통비법 개정에 국민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