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서 '文·安·朴체제' 제안..비주류 "이렇게까지 구차하게.."현실적으로 어려운 제안 이유는? "사퇴론 오히려 확산할 수도.."
  •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종현 기자
    ▲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종현 기자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가 18일 야권의 심장부이자 텃밭인 광주에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했다. 거세지는 '문재인 사퇴론'과 급추락하는 호남 지지율 등 당장 발등의 불부터 꺼보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비주류의 사퇴 압박에 시달려온 문 대표는 이날 오후 광주 조선대학교를 방문해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저지를 위한 강연에 나섰다.

    대학들을 대상으로 강연을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란을 돌파하고 호남 민심 이반도 수습하겠다는 나름대로의 승부수를 내던진 셈이다.

    실제 문 대표는 이날 광주대에서,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박원순 서울시장에게 다음 총선까지 당을 이끄는 임시지도체제로 갈 것을 제안하면서 "그렇게 된다면 두 분과 당 대표 권한을 함께 공유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문 대표는 "의원들이 기득권을 내려놓을 경우 자신도 대표에서 물러나 백의종군할 수 있다"며 책임을 당 의원들에게 전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자신의 대표직 사퇴를 요구하는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지금 나를 흔들어 우리당을 분란의 상태처럼 보이게 만드는 그런 분들도 실제로는 자기의 공천권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퇴 후 백의종군 할 수 있다'는 발언이 전혀 진정성 없는 주장이라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는 대목이다.

    또 "문-안-박이 실현되려면 2가지 정도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 하나는 문-안-박 3인 간의 합의가 돼야 한다. 합의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날 문 대표가 이 같은 공동지도체제를 주장한 것은 사퇴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추락하는 당 지지도를 대권주자들의 지지율로 막아보겠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최근 한 여론조사 결과 문 대표의 호남권 지지율은 5%까지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지지율(9%)에도 못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일단 자신의 사퇴를 압박하는 안철수 전 대표 등 비주류 의원들을 달래고 지지율 회복을 위해 문·안·박(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한 것이다. 결국 대표직을 유지하기 위해 하석상대(下石上臺)식 해결책을 내놓은 셈이다. 

    하지만 문 대표의 얕은 승부수가 번번이 실패했듯이 이번에도 당내에 먹혀들지 않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우선 문 대표의 주장에 비주류 측이 비판하고 나서면서 논란만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그동안 정치적 약속을 어기며 말 바꾸기 논란을 야기한 문 대표의 주장을 믿을 수 없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비주류 측 한 인사는 "여전히 문 대표가 위기돌파를 위해 특정 인사를 들러리로 세우려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비판했다. 문재인 대표가 또다시 국면전환용 카드로 안 전 대표를 이용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특히 정작 가장 중요한 당사자인 안철수 의원과 박원순 시장조차 부정적 입장을 내놓으면서 공동체제는 출발부터 삐걱대는 양상이다. 

    안철수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를 통해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해 "당을 걱정하는 분들의 의견을 더 들어보겠다"며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뉴데일리
    ▲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뉴데일리

    이에 앞서 안 의원 측은 이날 주류인 최재성 총무본부장의 '혼수' 발언과 관련, "혁신의 진정성을 적당한 나눠먹기로 왜곡하려는 의도가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 측은 이날 오후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혁신을 하자고 했는데 혼수 운운하는 최 의원의 발언은 당이 처한 위기의 본질과 상황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적당히 봉합하려는 안이한 인식의 발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안 전 대표 측은 "측근의 발언이 이러하니 문 대표가 어떤 발언을 한들 혁신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겠는가"라며 "지난 두 달 동안 혁신을 거부하고 시간끌기로 일관해 온 이유가 이런 측근들의 의견에 둘러싸여 있었기 때문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재성 의원은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 '문재인-안철수-박원순 공동지도체제'에 대한 안 전 대표의 분명한 입장을 촉구하며 "대표는 더 성의있게 포로포즈를 하고, 안 전 대표는 너무 많은 혼수를 가져오라고 하지 말아야 한다"고 비난했다. 

    안 의원은 아울러 "부정부패 척결과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을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자는 나의 주장을 왜곡했다. 진정한 혁신은 불가능한 것 같다"고 밝혀 사실상 문 대표의 제안에 대한 거부 입장을 시사하기도 했다.

    '광역단체장인 박원순 서울시장의 경우 현행법상 선거조직 참여가 불가능하다는 점에서, 문 대표가 애초부터 수용 불가능한 무리한 주장을 제안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이른바 '책임 회피 및 시선 돌리기용' 제안이라는 것이다. 

    이날 박원순 시장은 문 대표의 공동지도체제'를 제안한 것과 관련, "나 역시 통합과 혁신에 대한 바람은 간절하지만 지금은 시장으로서 (현행법상) 나설 수가 없다"고 했다.

    박 시장은 그러면서 "문 대표와 안 전 대표가 먼저 중심이 돼 당을 혁신하고 국민에게 다가서야 한다"며 문 대표가 안 전 대표의 당내 혁신 요구를 더 받아들여야 한다고도 했다.

    여기에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한 비주류의 반발도 곳곳에서 표출되는 모양새다. 
    이날 박지원 의원은 문·안·박 지도체제에 대해 "국민이 꼼수정치로 본다. 문 대표가 왜 그렇게 문·안·박에 집착하는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한 비노계 의원은 이날 기자와 통화에서 공동지도체제 제안과 관련, "문 대표가 끝까지 구차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비난했다. "몰락하는 당을 위해 즉각 사퇴한 뒤 백의종군해야 할 마당에 이렇게까지 대표직을 유지하고 싶느냐"는 것이다. 

    안 전 대표가 부정적인 반응을 내놓고, 박 시장도 현행법상 참여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보임에 따라 문 대표의 제안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비주류 의원들이 공동지도체제 성사 여부에 관계 없이 문재인 대표에 대한 사퇴론을 거듭 제기할 태세여서 문 대표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