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영·전해철 국민공천제 반대… '친노 기득권 지켜라' 사력
  • ▲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12일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12일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표와 이종걸 원내대표, 최재천 정책위의장 등 참석자들이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부산 사상)를 위시한 친노(親盧) 세력의 공천 학살·호남 물갈이 의도에 대해 비노(非盧)·비주류 세력의 조직적 반격이 시작됐다.

    '공천 룰'이라는 민감한 소재에 대한 '판도라의 상자'가 열린 이상, 야당의 계파 갈등은 외나무다리에서의 혈투 양상으로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새정치연합은 12일 오전 정책의원총회를 열었다. 사회를 맡은 부좌현 의원(경기 안산단원을)은 "오늘 의원총회는 의원들의 소집 요구에 따라 당헌 제66조 1항에 의거, 개최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최규성 의원(전북 완주·김제)은 동료 의원 80명의 연판장을 받았으나, 서명지에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할 것을 요구한다는 내용만 있고 이를 위한 의총 소집을 요구한다는 명시 규정이 없어 이종걸 원내대표로부터 다시 제출해줄 것을 요청받은 바 있다. 이에 최규성 의원은 불과 이틀만에 다시 40여 명의 서명을 받아 의총 소집 요구서를 정식으로 제출했다.

    새정치연합 당헌 제66조 1항에 따르면 당 소속 의원 3분의 1 이상의 소집 요구가 있으면 원내대표는 의총을 소집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천 룰' 논의가 공론화되는 것을 내켜하지 않던 문재인 대표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정국 등을 이유로 의총 소집에 반대해왔으나, 더 이상 당헌에 반하는 당 운영을 계속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참석 여부가 불분명하던 문재인 대표는 이날 의총에 직접 참석했다. 다만 문재인 대표는 의총 모두발언에서 "국정교과서 저지 투쟁에 의원들 수고가 많았다"며 "국민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서 국정교과서가 현실화되는 것을 반드시 막아내야겠다"고, 의총 소집 주제와 무관한 이야기만 했다. 이종걸 원내대표(경기 안양만안)가 "오늘 의원 40여 명이 오픈프라이머리 정책의총을 요구했다"며 "미뤘던 말을 기탄없이 해주고 당의 미래와 진로를 잘 살펴주길 바란다"고 당부한 것과는 대조적이었다.

    문재인 대표의 발언에 뒤이어, 의총에 참석한 친노 세력의 불평은 보다 노골적으로 표출됐다. 최재천 정책위의장(서울 성동갑)과 유기홍 의원(서울 관악갑)의 공개모두발언에 뒤이어 이날 의총 소집 요구의 당사자인 최규성 의원이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한 제안 설명을 하려고 했는데, 친노 강경파로 분류되는 최민희 의원(비례대표)이 "최재천 정책위의장에게 질문이 있다"며 이를 가로막았다. 이 때문에 단상까지 나아갔던 최규성 의원은 자리로 되돌아와야만 했다.

    이날 의총은 오전 10시 40분부터 시작됐으며, 정오에 새누리당·새정치연합 지도부가 참여하는 선거구 관련 4+4 회동이 있고 이후 본회의가 열리는 점을 감안하면 의총 토론에 주어진 시간은 불과 1시간 남짓이었다. 이에 사회를 맡은 부좌현 의원은 "(최재천 정책위의장과의) 질의응답을 간략하게 해달라"고 부탁했으나, 최민희 의원은 되레 손을 높이 들며 "왜 간략하게 하느냐"고 불만을 표하는 모습이었다.

  • ▲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12일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의총 도중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오픈프라이머리 입법화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하는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총회가 12일 열린 가운데, 문재인 대표가 의총 도중 목이 타는지 물을 마시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여러 곁가지 논의들 때문에 논의 시간이 짧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날 의총에서는 '공천 룰'에 대해 치열한 갑론을박이 오간 것으로 전해졌다.

    제안자인 최규성 의원은 "사무총장을 두 번 했는데 미운 사람을 (공천에서) 빼는 것은 일도 아니더라"며 "국민들이 (공직선거 후보자를 직접) 선택하는 오픈프라이머리를 해야 당내 민주주의가 된다"고 주장했다. 지난 7월, 숙의선거인단 제도를 주장하는 등 공천 문제에 조예가 깊고 정통해 있는 유성엽 의원(전북 정읍)도 오픈프라이머리에 찬동하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범친노로 분류되는 설훈 의원(경기 부천원미을)은 "새누리당이 (오픈프라이머리를) 받으면 좋지만, 안 받으면 당내 분란만 생긴다"며 "의총에서의 논의에 반대한다"고 발언했다. 친노 문재인 직계로 분류되는 이학영 의원(경기 군포)도 선출직공직자평가위를 통해 하위 20%를 공천 배제하도록 돼 있는 김상곤 혁신위의 혁신안을 거론하며 "혁신안은 어떻게 되는 거냐"고 반대의 뜻을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문재인 대표의 최측근이자 친노 핵심으로 분류되는 전해철 의원(경기 안산상록갑)은 "당헌·당규에 배제되는 것(오픈프라이머리)을 의총에서 의결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말해, "오픈프라이머리가 왜 당헌·당규에 반하느냐"는 최규성 의원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

    논의가 격화되자 호남 유일의 4선 의원인 김성곤 의원(전남 여수갑)은 정치력을 발휘해 "지금 문제가 되는 것은 평가위에서 하위 20%를 사전에 (공천에서) 배제하도록 한 것"이라며 "모두 경선에 나갈 수 있도록 하되, 상위 20%는 가산점을 주고 하위 20%는 감점을 주자"는 중재안을 제안했다.

    하지만 '자유로운 경선 참여'와 '당원과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준다'는 대의명분에 대해, 공천권이라는 기득권을 가지고 있는 친노 측의 저항이 워낙 강해 이날 의총에서는 이렇다할 결론을 내는 데 실패했다.

    최규성 의원은 오전 의총을 마치고 나서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당헌·당규와 관련한 부분은 의총에서 최종 결정하면 된다"며 "무기명 투표라도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대다수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의 대의 명분에 찬동하고 있는데도, 한줌 당권 세력 친노의 압제에 다수 의원들의 중론이 눌리고 있는 상황에 답답함을 표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의총에 참석한 새정치연합의 한 재선 의원은 "김상곤 혁신위라는 친위 세력을 통해 평가위를 만들고, 이걸로 반대 세력을 물갈이하려고 하는 게 저쪽(친노)의 의도"라며 "오픈프라이머리를 하게 되면 이 의도가 무력화되니 저렇게 길길이 뛰며 반대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기서 물러서고 친노가 이기면 의총 소집 연판장은 그대로 살생부가 될 판"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