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 퇴진 vs 분당… 새정치의 위기와 내홍, 정점으로 치달아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당대표회의실에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당대표회의실에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문재인 대표와 배석자 없이 회동해 2선 후퇴를 면전에서 고언하며 탈당까지도 시사함으로써, 당내 긴장 완화의 계기가 될지 아니면 오히려 내홍이 더욱 고조될지 중대 기로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지원 전 대표는 12일 오전 11시 국회 당대표회의실에서 문재인 대표와 1시간 가량 배석자 없이 독대했다.

    이날 독대는 박지원 전 대표 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대표의 회동 요청에 대해 문재인 대표는 "12일 오전 11시 회관 의원실로 찾아가겠다"고 연락했으나, 박지원 전 대표는 "평의원인 내가 당대표실로 찾아뵙는 게 예의일 것 같다"고 답해 이날 회동이 성사됐다.

    이처럼 회동은 예의를 최대한 갖춰 이뤄졌으나, 배석자 없이 1시간 동안 진행된 독대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당내 현안에 대해 폭넓게 직언하며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를 건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동을 마치고 나온 박지원 전 대표는 "당내 현안인 (문재인) 대표의 거취, 특히 통합전당대회와 조기 선대위, 이런 문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눴다"며 "지금 이 순간 최대 이슈는 통합이니, 반드시 통합해 승리할 수 있도록 (문재인) 대표가 결단을 내려달라는 뜻을 전달했다"고 밝혔다.

    통합전당대회는 이른바 '빅텐트'를 치기 위해 문재인 대표가 사퇴하고 당밖의 천정배·박주선 의원 등 신당 세력과 다함께 전당대회를 치러 새로운 대표를 선출하자는 안이고, 조기 선대위는 문재인 대표가 2선으로 후퇴하고 중량감 있는 인사들로 선거대책위원회를 조기에 발족해 총선 체제의 당을 지휘하는 안이다. 둘 다 문재인 대표의 당권 내려놓기가 전제되지 않으면 성사될 수 없는 성격의 제안이다.

    특히 박지원 전 대표는 "어떠한 경우에도 기일이 연장돼 당내 불만이 고조되면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나온다"며 "대표가 계획을 갖고 일정을 말해달라"고 직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더 좋지 않은 결과'란 연쇄 탈당으로 인한 분당(分黨) 상황을 상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막기 위해 통합전대나 조기선대위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을 전제로, 언제 이를 실시할 것인지 계획과 일정을 말해달라고 압박함으로써 사실상 문재인 대표의 2선 후퇴를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이와 관련, 박지원 전 대표는 같은 날 오후 종합편성채널 채널A의 〈쾌도난마〉에 출연한 자리에서 "이제 대표가 물러나야 된다"라며 "문재인 대표가 N분의 1로 조기 선대위에 참여하든지 아니면 물러나서 대권의 길로 가라"고 재차 강조했다.

    박지원 전 대표는 이날 회동을 마치고 나오면서 "솔직히 나도 개인(의 거취) 문제에 대해 최근 들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는 심정도 말했다"며 "(문재인) 대표가 좋은 결단을 내려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말도 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당대표회의실에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와 박지원 전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11시부터 1시간 가량 당대표회의실에서 독대했다. 이 자리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탈당까지도 시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최근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박지원 전 대표는 신당 측으로부터 '러브콜'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숨기지 않았었다. 개인의 거취 문제에 대한 고민이란 신당행도 배제하지 않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서도 박지원 전 대표는 채널A 출연에서 "과연 당에서 나를 필요로 하는가"라며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결국 탈당하겠다는 의미로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확인했다. 이어 "탈당이라는 표현은 안 했지만 문재인 대표도 그러한 의미임을 충분히 이해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함께 해서 총선 승리, 정권 교체를 하자'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박지원 전 대표는 이에 대해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대표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재차 조기 선대위 구성이나 퇴진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가 물러나지 않으면 내가 떠나겠다는 뜻이냐"는 질문에 대해 "해석은 자유지만 부인하지 않는다"고 답해 '최후통첩'에 가까운 요청이 있었다는 사실에 못을 박았다.

    이날 독대에서는 선거구 획정 문제와 관련한 문재인 대표의 태도를 질타하는 당내 여론도 전달된 것으로 전해졌다.

    박지원 전 대표는 "선거구 획정 과정에서 농어촌 지역구를 살려달라"며 "이런 것이 쌓이면 대표를 원망하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호남 지역구가 대폭 통폐합될 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표가 비례대표 의석에 연연해 나몰라라 하는 태도를 꼬집은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호남의 정치 1번지'로 불리는 광주 동구 선거구가 통폐합 위기에 몰린 것에 대해서도 언급이 있었다.

    박지원 전 대표는 "광주 동구 (지역구)가 소멸되지 않도록 정치력을 발휘해달라"며 "박주선 의원의 지역구라고 생각할 필요 없이 광주 자체로 봐야 하고, (지역에서)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문재인)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 살려야 한다"고 압박했다.

    한편 이러한 박지원 전 대표의 '직격탄'에 대한 문재인 대표의 반응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박지원 전 대표는 "(문재인 대표는) 어떠한 것에도 연연하지 말고 당의 통합과 단결, 총선 승리와 정권 교체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자고 말했다"면서도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된다"고 말을 아꼈다.

    독대를 마치고 당대표실을 나선 문재인 대표는 회동에 대한 별도의 언급 없이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최고위원 등이 선거구 획정 관련 4+4 회동을 위해 기다리고 있는 국회 귀빈식당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