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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오랫동안 야권의 동향을 관조해 온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최근 운신의 폭을 넓히고 있어, 행동으로 나설 시기가 임박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김한길, 안철수·주승용 등과 연쇄 회동… 잠행 끝내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달 30일 안철수 전 공동대표와 서울 마포동 모처에서 배석자 없이 회동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최근의 정국 현안들이 두루 논의됐으며, 김한길·안철수 두 전직 대표는 논의된 의제에 관해 전적으로 공감을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안철수 전 대표는 지난달 2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자신이 제시한 당 혁신안인 △부패 척결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 중 부패 척결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촉구했지만, 문재인 대표는 이튿날 "잘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일축했다.
이후로 당내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의 요구에 대한 반향이 전혀 없는 상황이다.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으로는 주제로 후속 기자간담회를 준비하고 있는 안철수 전 대표로서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는 상황 전개다.
따라서 이날 회동에서는 김한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대표가 머리를 맞대고 이른바 '본질적인 혁신'과 관련한 향후 대응 방향, 나아가 총선과 대선 승리에 이르는 길이 무엇인지에 대한 폭넓은 의견 교환이 있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김한길 전 대표는 이날 안철수 전 대표와 회동한 외에도 주승용 최고위원도 만났다. 또, 최근에는 이종걸 원내대표, 박영선 전 원내대표와 정세균 전 대표와도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폭이 부쩍 커진 만큼 오랜 관망을 끝내고, 마침내 팔을 걷어부치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7·30 패배 뒤 말 아껴 "총선과 대선 승리 위해"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해 7·30 재보선에서 패배한 이튿날인 31일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는 말을 남긴 채 대표직을 내려놨다. 6·4 지방선거 때부터 당내 친노(親盧) 계파의 집요한 흔들기와 당권 탈취 공작에 시달린 뒤였다. 이후 한동안 정치적인 잠행(潛行)기를 거쳤다.
이 기간 동안 김한길 전 대표는 4·29 재보선에서 문재인 대표가 영패하자 "이길 수 있는 선거를 졌다"고 꼬집고, 지난달 10일 문재인 대표가 재신임 카드를 던지자 "절망이 기교를 낳고 기교 때문에 또 절망한다"는 정도의 촌철살인(寸鐵殺人)으로 주로 대응했다.
그 외에는 지난 5월 문재인 대표의 이른바 '당원에게 드리는 글' 사태가 터지자,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출입기자단과 차담회를 가지는 정도의 활동에 그쳤다. 당시 친노 계파에서 "4·29 재보선 패배도 김한길 전 대표 탓" "친노패권주의는 실체 없는 주장" 등의 마타도어를 마구 유포하자, 이를 바로잡기 위한 차원의 활동이었다. 당시에도 당내에서는 김한길 전 대표가 정당방위이자 최소한의 자위적 활동에서 멈췄다는 평이 많았다.
이처럼 문재인 대표와 친노 계파의 안하무인식 일방통행에도 김한길 전 대표가 1년이 넘도록 오랫동안 침묵만 유지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한길 전 대표는 지난 6월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직접 그 까닭을 시사한 바 있다.
김한길 전 대표는 당시 △비노(非盧)는 새누리당의 세작이라는 김경협 전 수석사무부총장의 발언 △김한길·안철수 전 대표의 사퇴야말로 무책임했다는 이동학 혁신위원의 주장 △최재성 사무총장 임명 강행설 등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지켜보고 있다"는 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이유에 대해서는 "지금은 내가 말을 아끼는 게 총선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면서도 "말을 아낀다고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며, 지켜보면서 정권교체를 위한 최선의 길을 찾겠다"고 밝혔다.
당시에는 아직 야권 신당이 출범하기 전이었다. 총선과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야권의 통합과 단결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말을 아껴야 한다고 판단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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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정치민주연합 김한길·안철수 전 공동대표.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신당 출현 등 정국 급변… 행동 기준 달라질 수밖에
하지만 이제는 야권 신당이 마침내 현실화됐다.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신민당에 이어 무소속 천정배 의원의 개혁적 국민정당, 박주선 의원의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까지 깃발이 올라갔고, 더 나아가 야권 신당 추진 세력들 간의 대통합을 위한 원탁회의 구성까지 임박한 상황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지난달 25일 인터뷰에서 "최근에 신당 추진을 하는 세력들이 '함께 하자'는 의미에서 '12인위원회' 구성 논의가 진행됐다"며 "신당 통합을 위한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격 공개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추석 명절을 통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 체제로는 총선 참패는 불보듯 뻔하고 정권 교체도 불가능하다는 게 호남 민심의 인식이라는 게 다시 한 번 확인됐다. 김한길 전 대표도 이전부터 "호남이 거부하는 야권 주자는 있어본 적도 없고, 있을 수도 없으며, 있더라도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호남 민심의 이반이 분명해졌고 민심의 순풍을 등에 업은 신당 세력은 돛단 듯 나아가려는 상황이다. 야권 분열이 일단 기정사실이 된 상황에서, 어떻게 하는 것이 총선과 대선 승리에 도움이 될 것인지 김한길 전 대표의 판단과 행동의 기준이 달라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통합신당 위한 '잃어버린 퍼즐조각'은? 주목받는 향후 행보
김한길 전 대표와 단독 회동을 가진 안철수 전 대표도 정치적 결단을 압박받고 있다. 부패 척결을 내걸고 한명숙 전 대표의 제명을 촉구했으나 묵살당했다. 야권에서는 안철수 전 대표가 낡은 진보 청산, 새로운 인재 영입과 관련해서도 구체적인 요구를 내놔, 세 가지 요구를 다 했는데도 어느 하나도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할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해 박주선 의원은 지난달 23일 MBC라디오 〈시선집중〉에 출연해 "안철수 전 대표가 계속 주장하는 당의 혁신 방향이 문재인 대표 체제에서는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그렇다면 안철수 전 대표가 당에 머무를 명분과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박지원 전 대표가 공개한 '12인위원회'와 관련해서도 설왕설래가 뒤따르고 있다. 박지원 전 대표의 설명에 따르면 12인위원회는 각 계파가 2명씩 실무자를 파견해 야권 통합을 위한 공동 사무소를 운영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산술적으로 12인을 2명씩으로 나누면 여섯 개의 계파가 나온다.
현재 신당을 추진하고 있는 박주선 의원의 중도개혁·민생실용 신당, 박준영 전 전남도지사의 신민당, 김민석 새시작위 의장의 민주당, 천정배 의원의 개혁적 국민정당을 다 꼽아도 네 개밖에 되지 않는다. 박지원 전 대표 스스로가 참여를 제안받고 거절했다고 치면 다섯 개가 된다. 그렇다면 나머지 여섯 번째 세력은 어디란 말인가.
야권 관계자는 "김한길 전 대표는 조직, 안철수 전 대표는 대권 주자라는 장점을 쥐고, 야권 분열이 기정사실이 된 정국에서 보폭을 넓혀나가고 있다"며 "오랜 잠행을 끝낸 김한길 전 대표의 경우에는 향후 말 한마디 한마디가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