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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얼굴을 맞댈 필요도 없다.
사실상 남북(南北) 정상회담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전면전을 불사할 각오를 하고,
김정은에게 혹독한 현실을 분명히 알려야 한다.#. 남북 접촉, CCTV 통해 생생히 중계
박 대통령과 핵심 참모들은 고위급 접촉이 시작된 22일에 이어 23일도 뜬 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시시각각 전달되는 회담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대책을 숙의했다.
김관진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상대로 벌이는 피말리는 신경전은 회담장에 설치된 카메라를 통해 실시간으로 청와대에 전달됐다.
정부 관계자는 "판문점 회담장에는 통일부가 설치한 소형 CCTV가 있으며 이를 통해 청와대와 국정원 등에서 회담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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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북 고위급 접촉이 열린 22일 오후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우리측 대표인 김관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북측 대표인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김양건 노동당 대남비서가 회담을 하기 전 악수를 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조선일보>가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과 가진 인터뷰 보도에 따르면, 회담장에 앉은 남북 대표들은 '협상 재량권'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수시로 상부의 지시(훈령)를 받을 수밖에 없다.
특히 남북 대표들은 민감한 사안을 협의하게 될 경우 정회(停會)를 요구하는데, 이때 회담 대표가 바깥으로 나와 비화기(祕話機)로 본부와 직접 통화한다. 아주 민감하면 약속된 음어(陰語)를 쓰기도 한다. 그렇게 제안과 확인의 과정이 반복되기 때문에 생각보다 협상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이에 박근혜 대통령이 고위급 접촉 상황을 생생하게 지켜보며 협상진행 상황과 관련한 강경한 의중을 전달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박근혜 대통령은 24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이번 회담의 성격은 무엇보다 현 사태를 야기한 북한의 지뢰도발을 비롯한 도발행위에 대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가장 중요한 사안으로, 매번 반복돼온 도발과 불안 상황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확실한 사과와 재발방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앞서 진행된 협상에서도 우리 측 대표들은 목함지뢰(木函地雷) 도발과 이번 포격도발 사건에 대한 북한의 책임있는 사과와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를 강력하게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김정은 역시 협상 진행 상황을 모두 실시간으로 지켜보고 있다.
유성옥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의 설명이다. "비공개 접촉이지만 청와대·국정원·통일부의 담당팀에서, 그리고 북한에서는 김정은과 당총정치국·통일전선부에서 (회담을) 지켜보고 있다. 이런 경우 협상 대표는 미리 정해놓은 입장과는 다른 발언을 할 수가 없다."
결국 양측 정상이 회담장에 앉아 있는 대표들을 통해 의중을 고스란히 표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는 곧 남북 정상회담이 3일째 간접적으로 이뤄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아무 것도 모르던 김정은, 황병서 당황한 모습에...
북한 김정은은 외통수(-通手)를 맞았다. 회담을 지휘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과거 다른 정상들처럼 북한의 무력도발에 휘둘리지 않았다. 우리 군(軍)은 2발의 도발에 대해 29발로 대응하며, 그 어느 때보다 강경한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대북 방송 확성기를 쏘자니 잃을 것이 너무 많다. 북한이 처한 '현실의 벽'이다. 자신들의 생각만큼 상황이 녹록치 않다. 한-미(韓美) 군 당국이 북한의 추가 도발에 대비해 B-52와 B-2 스텔스 폭격기 등 전략무기를 한반도에 출동시키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국방부는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시점을 탄력적으로 검토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으름장 협박을 늘어놓으면 쌀과 돈을 주던 여느 정권과 다른 모습에 황병서와 김양건은 당혹스러운 표정이 역력하다. 그런 표정을 청와대는 모니터를 통해 낱낱이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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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12월 김정일이 죽은 뒤 북한을 찾아 조문하는 이희호 씨와 이를 맞이하는 김정은. ⓒ北 선전매체 화면캡쳐
믿어 왔던 종북(從北) 세력이 큰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광우뻥-천안함' 등 거짓선동에 질리고 질린 젊은이들이 종북 세력에 등을 돌리고 있기 때문이다.
좌파 진영의 점유물인 SNS 상에서도 "이번 기회에 북한에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하다.
친북(親北) 진영만 유일하게 '우리 정부가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며 북한을 옹호하고 있을 뿐이다. 남남갈등(南南葛藤)을 조장하고 선동을 벌이는 깡통 정치인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예년과는 확연히 달라진 국면이다.
이제껏 부풀려진 보고만 접해온 김정은은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오만으로 가득찬 김정은의 자신감도 여기까지다.
'목함지뢰와 포격도발'이라는 거창한 기획안을 누가 김정은에게 올린 것인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미뤄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이번 협상 직후, 분노한 김정은이 숙청의 칼날을 다시 뽑아 들 것이라는 점이다. 한 마디로 대실패다.
#. 朴대통령, 통일의 서막 계기 될 기회 잡아야
박근혜 대통령은 장농 한 귀퉁이에 쳐박아놨던 군복을 다시 꺼내든 예비역들과 전역을 미루고 부대에 남기로 한 우리 장병들의 목소리를 가슴에 새겨야 한다.
'목함지뢰와 포격도발' 정전협정(停戰協定)을 위반한 것은 북한이지 우리가 아니다. 응당 책임있는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따라야 한다. 선결 조건이 해결되지 않는 이상, 우리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멈출 하등의 이유가 없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북한 <김씨 왕조> 독재를 무너뜨릴 무기 중 하나다. 방송의 심리적 파급력은 향후 '평화 통일'을 앞당길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다.
자유민주주의의 우월성, 대한민국의 발전상, 민족의 동질성 회복, 북한 사회의 실상 등을 주로 방송한다. 최근에는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중국만 3번 방문했는데, 김정은은 단 한 번도 외국 방문을 하지 못했다"고 방송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외국에서도 칭송받는다'는 북한의 거짓선전을 사실관계로 반박하는 내용이다.
통제로 인해 미처 알지 못했던 정보들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충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체제유지를 위해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의 바람을 가장 경계해야 하는 김정은이 대북 확성기 방송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반(反)김정은 체제'의 불을 당길 급변 사태의 서막이다.
적당한 사과로 얼버무리며 5.24 조치 해제,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경협(經協)을 통한 자금 지원 등을 요구하는 북한의 전술에 현혹돼서도 안 된다. 꼬인 것은 북한 측이다. 국내외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우리 정부가 북한의 과도한 제안을 받아들일 필요가 전혀 없다.
'이산가족 상봉(相逢)'이라는 맛깔스러운 미끼도 두번, 세번 의심해 봐야 한다.
이산가족을 상습적 앵벌이 수단으로 쓰는 북한이다. 해마다 3,000명이 넘는 고령의 상봉 신청자가 세상을 떠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매번 우리 측의 대규모 지원을 받아 놓고도, 겨우 100여명 남짓한 상봉만 제시하고 있다. 북한의 필요에 따라 찔끔찔끔 하는 소규모 상봉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 된다. 이제 북한이 콩으로 메주를 쑨다 해도 믿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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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료적 사고에 얽매이면 통일 이룰 수 없다
미국도 본격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시선은 이제 북한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임기 내 쿠바와 관계 정상화를 이뤘고 이란과의 협상도 순조롭게 마무리했다. 외교적으로 더 이상의 성적을 바라기 어려울 정도다. 이제 남은 것은 단 하나. 북한이다. 미국의 전략자산이 한반도로 올라오고 있다.
북한의 전통적인 우방인 러시아는 서방의 경제 제재 탓에 제 몸 하나 돌보기가 힘들다. '조중동맹'이라던 중국도 최근 앞뒤 없는 김정은의 돌출 행보 탓에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
외부 여건이 북한이 아닌 우리 쪽으로 기울고 있다. 이번 기회를 놓치면 언제 또 다시 이만한 찬스가 찾아올 지 기약하기 어려울 정도다.단호한 자세가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어줍잖은 관료들의 '좁은 시각'을 벗어나야 한다.
'도발-협상-보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 뿐만이 아니다. 심기(心機)가 강한 지도자의 에너지를 발휘해야 통일을 맞을 수 있다.
전면전을 불사할 각오를 해야한다.
'이제 북한의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혹독한 현실을 김정은에게 분명히 알려줘야 한다. 황병서와 김양건이 거짓보고를 할 수 없도록, 회담에서 실시간으로 북한이 처한 위기를 똑바로 전달해야 한다.남북 회담은 지금 이시간에도 CC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