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사건 조사에 적절한 처벌‥지속적인 예방활동도 필수
  • ▲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뉴데일리DB
    ▲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없음. ⓒ뉴데일리DB

     

    연이은 군내 성관련 문제로 군 성군기 해이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여군 5명 중 1명꼴로 성추행이 일어났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특히 명령복종과 위계질서라는 이유로 성추행을 당한 여군 피해자 중 83%가 아무런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지난달 30일에도 육군 여 부사관이 선임 부사관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며 군 검찰에 고소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여 부사관은 지난해 8월 선임 부사관이 회식 자리에서 자신의 다리를 만졌다고 주장했다.

    ◆여군 83% 성추행 대응 못해

    전국여성위원회의 의뢰로 군인권센터가 지난해 조사한 '군 성폭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현역으로 복무 중인 여군 5명 중 1명꼴로 성추행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성추행을 당했다고 밝힌 피해자 중 83%는 '소용이 없다', '불이익이 두렵다' 등의 이유로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답했다. 직접 성추행을 당하지는 않았지만 동료의 성추행을 목격한 여군도 28%에 달해, 실제 얼마나 많은 여군들이 성추행의 위험에 노출되고 있는 지를 알수 있다.

    군검찰, 헌병, 징계위원회 등 군 수사·감찰기관에 대한 신뢰도도 낮았다. 80%를 넘는 여군들이 군 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폭력에 노출된 여군들이 당국은 자신들을 보호해 줄 수 없다고 평가한 것이다.

    ◆신고하면‥문제아 '낙인', '따돌림'에 '보복'까지

    지난해 8월 회식자리에서 성추행을 당한 여군 부사관은, 국방헬프콜에 4개월에 걸쳐 성추행 사실을 알렸지만 돌아오는 것은 철저한 무시였다.

    '자신이 죽어야 수사를 하겠냐'는 외침에 헌병조사대는 뒤늦은 수사에 나섰고, 이후 여군 부사관은 문제아로 찍혀 집단적인 따돌림을 당해야 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35%의 여군들이 성적 괴롭힘과 함께 집단적인 따돌림도 함께 당했다고 답했다. 또한 23%는 보복을 당했고, 17%는 피해자가 다른 부대로 전출됐다.

    보호 받아야 할 피해자가 오히려 문제아나 혐오 대상으로 불이익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이런 이유에서 실제 발생하는 성범죄 중 다수가, 공식 통계에 잡히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 ▲ 여군 모습. ⓒ뉴데일리DB
    ▲ 여군 모습. ⓒ뉴데일리DB

    ◆솜방망이 처벌에 '성폭력 징계법 개정'은 제자리

    이같은 상황에도 군 당국은 가해자들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하고 있다. 절반 이상의 가해자들이 공소권 없음, 혐의 없음, 기소유예 등 불기소 처분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끊임없는 군내 성관련 문제가 발생하고 있음에도, 군 당국은 관련규정과 교육을 강화·보완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실제 국방부는 계속된 성폭력 논란에 지난 3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 근절을 위한 '성폭력 근절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국방부 군인·군무원 징계업무처리훈령'의 개정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국방부는 성범죄 가해자 중 절반 이상에 해당하는 57%가 직무관련 상급자이며, 피해자 중 47%가 초급 간부인 하사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가해자에 대해서는 퇴출과 형사처벌을 병행하고 방관·묵인하는 자에 대해서도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군 관계자는 가해자에 대한 징계·처벌강화 법령 개정에 대해 "가해자에 대해서는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내리는 등의 내용을 명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성폭력 징계 기준 강화를 암시했지만, 실제 개정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군내 성관련 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무조건적인 처벌 강화보다는 제도 개선이 우선이라는 분석이다.

    성범죄에 대한 투명한 조사와 적절한 처벌, 지속적인 예방활동과 전담수사관·전담검찰관제도 운영 등이 군 기관에 대한 여군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으며, 나아가 성 범죄에 노출된 여군들을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