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이복동생, 권력승계다툼에서 밀려난 뒤 40년 가까이 해외서만 생활
  • ▲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오른쪽)과 자녀들. 2007년 유럽에서 포착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오른쪽)과 자녀들. 2007년 유럽에서 포착된 모습이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김일성의 자손 가운데 가장 닮은 것으로 꼽히는 사람이 김정일의 이복동생 김평일이다.

    김평일은 김정일과의 권력승계 경쟁에서 밀려난 뒤 197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북한대사관 부(副)무관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북한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이 김평일이 최근 북한 평양에서 조카 김정은과 만난 것으로 확인됐다.

    北선전매체 ‘노동신문’은 지난 15일 평양에서 열린 제43차 대사회의 참석자들의 기념사진을 보도했다. 이 사진에서 김평일은 김정은의 뒷줄에 서 있다.

    ‘노동신문’이 김정은과 김평일이 나란히 서 있는 기념사진을 공개한 것을 두고 한국의 북한전문가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평가한다. 일부 전문가들은 “김정은이 정권 안정을 대내외에 과시하기 위해 김평일과의 기념사진을 공개한 것”이라고 분석한다.

    김평일은 김정일이 살아 있을 때는 북한 땅을 밟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1954년 8월 10일 태어난 김평일은 김일성의 둘째 부인 김성애의 장남이다. 1977년 김일성 종합대학 경제학부를 졸업한 뒤, 김일성을 경호하는 호위사령부의 대대장, 인민무력부의 대남공작부서인 작전부 부국장 등으로 군 경험을 쌓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평일은 한때 북한에서도 후계자로 거론되었으나 빨치산 1세대 원로들이 김정일을 지지하고, 1974년 김정일 후계구도가 굳어지면서 권력의 바깥으로 밀려났다.

    1979년 유고슬라비아 주재 북한대사관의 부무관으로 부임한 뒤 대부분 해외생활을 했다. 1988년 駐헝가리 대사를 시작으로 駐유럽연합 대사, 駐불가리아 대사, 駐핀란드 대사를 거쳐 1998년부터 17년 동안 폴란드 대사를 지냈다. 2015년 1월 체코 대사로 새로 부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일은 생전에 자신보다 김일성을 더 많이 닮은 김평일의 존재를 매우 불편해 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외모도 낫고 머리도 좋은 김평일이 군대 경험과 대남공작 경험까지 자신보다 우월한 데 대해 상당한 콤플렉스를 가졌었다고 한다. 여기다 김평일은 김일성의 경호원 노릇도 한 적이 있어 김정일은 김평일에 비해 못난 인물로 평가받기도 했다.

    김정일은 1994년 김일성이 사망한 뒤 김평일이 북한으로 아예 돌아오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그 가족들에 대해서도 푸대접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김정은이 ‘삼촌’인 김평일을 북한으로 불러들였다는 사실이 공식 확인됨에 따라 향후 그가 어떤 역할을 맡게 될지 눈여겨  봐야 할 듯하다.

    한편 김정은은 제43차 대사회의에서 재외공관장들을 대상으로 ‘정신 재무장’을 실시했다고 한다. 최근 해외에서 생활하는 외화벌이 일꾼들이 줄이어 망명을 하자 이를 다독이고 체제를 정비하기 위해서인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