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호들갑에 피곤한 서울시, 메르스 환자 대응 허점 드러나
  • ▲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 선별진료실 모습.(해당 사진은 서울의료원과 관계 없음).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국립중앙의료원의 메르스 선별진료실 모습.(해당 사진은 서울의료원과 관계 없음). ⓒ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공병원이자 메르스 전문병동을 운영중인 서울의료원의 고위 간부가, 소속 의사들에게 메르스 환자를 받지 말 것을 이메일로 지시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메르스 감염 확산을 방지하고 확진자 치료를 최일선에서 책임져야 할 서울시 대표 병원 고위 간부가, 병원 직원들에게 이런 지시를 내렸다는 사실에 시민들은 실망감을 넘어 배신감을 나타내고 있다.

    서울시는 해당 간부를 직위해제하면서, 진화에 나섰다. 서울의료원 간부의 개인적인 행동일 뿐, 의료원 전체의 입장이 아니라는 것이 서울시 해명의 골자다.

    그러나 서울시의 해명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찜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서울시장이 심야에 긴급 기자회견까지 하면서, '메르스 방역본부장'을 자처하고 ‘준전시상황’ 운운한 최근 사정을 돌이켜보면, 서울시의 해명은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시의 말대로 의료원 간부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시를 개인행동으로 본다면, 4일 심야 긴급 기자회견 이후 박원순 시장이 보인 메르스 관련 행보는 설명할 길이 없다.

    서울공화국이라도 된 듯, 노골적으로 보건당국과 대립각을 세우면서, 서울의 행정력을 총 동원해 메르스 감염 확산을 잡겠다고 한 박원순 시장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거점 센터 역할을 해야 할 서울의료원 직원들의 마음하나 얻지 못했다면, 이는 박 시장이 준비도 안 된 채 언론플레이부터 나섰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런 사정은, 서울시의 메르스 대응 체계가 박원순 시장의 말과 달리, 견고하지 못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박원순 시장은, 내용을 보고 받고 "해당 의료진의 개인적인 견해로, 서울의료원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며, "물의를 일으켜 시민 여러분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 ▲ 대규모 메르스 환자 감염으로 지난 5월 31일부터 폐쇄된 평택성모병원의 휴원 안내문. (해당 사진은 서울의료원과 관계 없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대규모 메르스 환자 감염으로 지난 5월 31일부터 폐쇄된 평택성모병원의 휴원 안내문. (해당 사진은 서울의료원과 관계 없음).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서울의료원 고위 간부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시' 파문은, 의료원 진료부장 A씨가 지난 8일 이 병원 소속 전문의 100여명에게,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29개 병원으로부터의 환자 이송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라"는 지침을 이메일로 전달하면서 불거졌다.

    A씨는 "불가피하게 (메르스 관련) 진료를 해야 할 경우에는, 반드시 진료부장이나 의무부원장과 상의하라"며, 메르스 환자가 발생했거나 경유한 병원 명단 리스트를 이메일에 함께 첨부했다.

    파문이 일자 A씨는 "병원 내 의료진과 환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메르스 환자 유입 금지를 당부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메르스 확산 방지에 있어 센터 역할을 하고 있는 서울의료원 진료부장이 해선 안 될 행동이란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대표적 공립병원인 서울의료원 진료부장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시는, 서울시가 메르스 환자를 외면한 것과 같다며, 박원순 시장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서울시 산하 공립병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의료원은 음압시설(격리실 내부 공기가 외부로 나오지 못하게 만든 격리 병상)과 메르스 선별 진료소를 갖추고 있다.

  • ▲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시장-구청장등과의 연석회의에서 서울의료원 진료부장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시 이메일과 관련돼, "해당 간부를 즉각 보직 해임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박원순 서울시장은 11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시장-구청장등과의 연석회의에서 서울의료원 진료부장의 메르스 환자 거부 지시 이메일과 관련돼, "해당 간부를 즉각 보직 해임했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주의하겠다"고 말했다. ⓒ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익명을 요구한 한 의료 관계자는 “보건당국의 어설픈 초기 대응과 메르스 괴담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다보니, 메르스 환자를 치료하는 병원과 의료진들이 육체적·정신적으로 고통을 겪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주변 동료들과 환자들, 병원의 안위를 걱정해서 ‘우리 병원에는 메르스 환자가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일부 의료관계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이 의료진은 그러면서도 “의사라면 소명을 가지고 메르스 확산과 감염자들 치료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라며, “병원 내 고위 간부의 발언과 생각이 서울의료원과 서울시의 입장이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서울의료원은 “병원 간 이송 환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한 상황에서, 의료진이 자의적 판단으로 환자를 받을 것을 경계해 발송한 메일”이라고 해명했지만, 비난 여론이 거세지자 진료부장 A씨를 보직해임하고, 인사위원회를 열어 인사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