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급 잠수함·R-27 탄도탄 개조해 만든 것 추정…사실일 경우 韓 대응능력 ‘0’
  • ▲ 北선전매체들은 9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수중발사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北선전매체들은 9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수중발사시험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일제히 전했다. ⓒ연합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그동안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수직 발사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하던 국방부의 주장은 모두 거짓말이 될까.

    북한은 9일 주요 선전매체들을 통해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수중 시험발사에 성공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한국 정부와 미국, 일본 등은 진위 여부를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北조선중앙통신은 9일 “김정은이 참관한 가운데, 개발 완성된 우리 식의 위력한 전략 잠수함 탄도탄 수중시험발사가 진행됐다”며 “바다 면을 뚫고 솟구친 탄도탄이 창공 높이 날아올랐다”고 보도했다.

    北노동신문 사진을 보면, 북한이 수중발사 시험을 성공했다고 주장하는 탄도 미사일에는 ‘북극성-1’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北선전매체들이 보도한,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한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의 형태나 크기는 러시아제 R-27 탄도탄을 개량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수 년 동안 뉴데일리와 조갑제닷컴 등 우파 매체들이 지적했던, “북한이 90년대 입수한 러시아제 골프급 잠수함과 SLBM을 개량하고 있다”는 내용이 사실로 드러난 것이다.

  • ▲ 북한이 90년대 '고철'로 입수했다고 알려진 '골프'급 잠수함. 소련에서는 '프로젝트 629' 또는 '629급' 잠수함으로 불렸다. 마스트에 수직발사관 3기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밀리터리 포토넷 캡쳐
    ▲ 북한이 90년대 '고철'로 입수했다고 알려진 '골프'급 잠수함. 소련에서는 '프로젝트 629' 또는 '629급' 잠수함으로 불렸다. 마스트에 수직발사관 3기를 장착한 것이 특징이다. ⓒ밀리터리 포토넷 캡쳐

    북한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골프급 잠수함은 1958년 개발돼 1990년까지 현역으로 뛰던 잠수함이다. 길이 98.9m, 폭 8.2m, 만재 배수량 3,553톤급의 디젤 잠수함으로, 잠수함 마스트에 3기의 미사일 수직 발사관을 갖추고 있다.

    골프급 잠수함에 탑재된 탄도탄(SLBM)은 R-21이다. 하지만 북한은 별도로 입수한 R-27 탄도탄(SLBM)을 개량해, 이 골프급 잠수함에 탑재하는 연구개발을 지속해 왔다.

    R-21 탄도탄은 1.2톤의 탄두를 싣고 있으며 사정거리는 1,400km다. 정확도를 나타내는 표준공산오차도 2.8km로 정확도가 낮은 편이다.

    그러나 북한이 보유한 R-27 탄도탄은 1968년부터 소련 해군에 배치된 미사일로, 탄두 무게는 0.65톤으로 R-21보다 적지만 1Mt(메가톤)급 핵탄두를 장착할 수 있으며, 사정거리는 2,400km, 표준공산오차는 1.9km로 R-21에 비해 훨씬 발전한 탄도 미사일이다.

    북한이 위장 무역회사를 통해 러시아제 골프급 잠수함을 ‘고철’로 입수한 뒤 R-27을 탑재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소식은 지난 몇 년 동안 뉴데일리와 조갑제 닷컴을 통해 수차례 전해진 바 있다. 하지만 한국 정부는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수직 발사관에 탑재했다는 것은 과장된 이야기”라며 사실이 아니라고 무시해 왔다.

  • ▲ 2010년 열병식에도 등장했던 '북극성 1호' 미사일. 한국과 미국은 KN-11이라고 부른다. 실은 구 소련제 R-27(나토코드 SS-N-6)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뉴데일리 DB
    ▲ 2010년 열병식에도 등장했던 '북극성 1호' 미사일. 한국과 미국은 KN-11이라고 부른다. 실은 구 소련제 R-27(나토코드 SS-N-6)의 개량형으로 추정된다. ⓒ뉴데일리 DB

    하지만 2014년 美존스홉킨스大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가 상업용 위성사진을 분석해 신포 인근에서 수직발사관을 갖춘 것으로 추정되는, 길이 98m 가량의 잠수함을 찾아내고, 이어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개발 중”이라는 첩보가 계속 나오면서, 한국 이외에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이 골프급 잠수함과 R-27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의 결합에 성공한 것으로 추정해 왔다.

    9일 북한이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의 수중발사시험에 성공했다”는 주장을 내놓자, 이제야 한국 정부는 “북한은 그동안 지상과 해상에서 탄도탄의 수직발사 시설에서 시험을 해왔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은 2014년 중반부터 수직발사장치(VLS)를 이용한 탄도탄 사출 시험을 본격적으로 실시했다”면서 “이번 탄도탄의 수중발사시험 성공이라는 것도 미사일을 수중의 잠수함에서 발사해 물 위 수십 미터까지 치솟은 수준에 불과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의 시험은 이미 2015년 1월 신포 조선소 앞바다에서 시험을 마쳤다고 한다. 5월 초 미국의 한 북한전문매체는 美국방부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4월 22일 신포 앞바다에 있는 수중 사출시험 설비를 통해 세 번째 미사일 사출시험을 했다”고 전하기도 했다.

    즉 한국 정부가 북한의 잠수함 발사 탄도탄(SLBM) 개발 의지를 과소평가하는 가운데 북한군은 빠르면 1~2년 이내에 잠수함 발사 탄도탄을 갖춘 대형 미사일을 실전배치하게 됐다는 뜻이다.

  • ▲ 2014년 7월 美디지털 글로부의 위성이 찍은 신포항 사진. 한미 연합군이 신포급이라 부르는 잠수함이 보인다. ⓒ美존스홉킨스大의 北전문매체 38노스 화면 캡쳐.
    ▲ 2014년 7월 美디지털 글로부의 위성이 찍은 신포항 사진. 한미 연합군이 신포급이라 부르는 잠수함이 보인다. ⓒ美존스홉킨스大의 北전문매체 38노스 화면 캡쳐.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위력은 냉전 시절 크게 부각됐다. 최초로 핵무기를 만든 미국은 불과 5~10년 사이에 소련, 중국 등이 핵개발에 성공하자, 이를 운송할 수단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미국은 처음에는 장거리 전략 폭격기를 통해 소련에 핵공격을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하지만 소련의 대공미사일 기술이 갈수록 발전하면서 전략 폭격기만으로는 소련 핵공격이 어렵다는 점을 깨닫게 됐다.

    이때 美해군에 핵추진 전투함을 도입하고 민간용 원자력 발전소 개발을 주도한 하이먼 리코버 제독과 그의 후배들이 대형 핵추진 잠수함을 만들어 내면서, 잠수함에 핵미사일을 탑재하기 시작한 것이다.

    美해군이 탄도탄 발사 핵추진 잠수함(SSBN)을 항공모함만큼이나 아끼고 기밀로 취급하는 이유는 오랜 시간 동안 물 밑에서 활동하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바다 속에서 적을 공격할 수 있는 수단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이후 지금까지 미국은 대륙간탄도탄(ICBM), 전략 폭격기, 탄도탄 발사 핵추진 잠수함(SSBN)을 핵공격의 3대 축으로 삼았다.

    미국뿐만 아니라 소련(現러시아), 중공, 영국, 프랑스 또한 탄도탄 발사 핵추진 잠수함을 핵공격의 주요한 수단이자 ‘최후의 보복 수단’으로 삼고 있다.

    9일 北선전매체의 ‘탄도탄 수중발사 시험 성공’ 주장이 중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만약 북한이 잠수함에서 탄도탄을 발사할 능력을 이미 갖췄고, 곧 실전배치에 들어가게 된다면, 현재 한국군의 대북 억지수단은 대부분 무용지물이 돼 버린다. 

    구축함이나 콜벳함, 대잠초계기 등 해군 전력은 물론 육상 전력들 또한 북한의 재래식 전력을 모두 초토화시켰다고 하더라도 서울, 부산, 인천, 대구, 광주, 평택, 오산 등이 핵공격을 받는 것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뜻이다.

  • ▲ 한국형 미사일 방어계획(KAMD)의 개념도. 여기 있는 장비를 갖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정보를 통합해 운용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2012년 6월 19일 조선닷컴 화면 캡쳐
    ▲ 한국형 미사일 방어계획(KAMD)의 개념도. 여기 있는 장비를 갖고만 있다고 되는 게 아니라 모든 정보를 통합해 운용할 수 있는 조치도 필요하다. ⓒ2012년 6월 19일 조선닷컴 화면 캡쳐

    북한이 이처럼 잠수함 발사 탄도탄의 수중발사 시험에 성공할 동안 한국군은 지난 5년 동안 ‘킬 체인’, 지난 10년 동안 ‘한국형 미사일 방어(KAMD)’를 내세워 ‘꿈같은 이야기’만 해 왔다.

    하지만 5년, 10년이 지난 지금까지, 한국군에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무기가 거의 없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한국군은 2027년부터 2030년까지 수직발사관을 가진 배수량 3,000톤급 잠수함 6척을 전력화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지만, 이는 ‘공격용 전력’일 뿐 방어용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