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희 완주로 야권연대 무산..표분산도 당선에 한몫

  • ▲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손을 들고 재보궐 선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가 당선이 확실시 되자 손을 들고 재보궐 선거 승리의 기쁨을 만끽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3년 간의 와신상담(臥薪嘗膽) 끝에 3선 중진의원이 됐다.  


    4.29재보궐선거 경기 성남 중원에 출마한 새누리당 신상진 후보는 29일 오후 11시 현재 36,859(55.90%)표를 받아 3선 의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총선 당시 야권연대로 인한 654표차 석패를 3년 만에 보란듯이 설욕한 것이다. 

    여권에 불어닥친 '성완종 리스트'에도 불구, 신상진 후보가 야권 강세 지역인 성남 중원에 보수의 깃발을 꽂을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무엇보다 '토박이'
    이자 지역 일꾼으로 통하는 신 후보가 지역발전을 원하는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는 평가다. 

    성남 중원은 야권 성향이 짙은 곳으로 꼽힌다. 당초 선거 초기에만 해도, 재선 출신의 신상진 후보가 정치 경력에선 앞서지만 '종북의 근거지'이자 야당의 텃밭에서 승리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그러나 신상진 후보는 "잃어버린 3년을 되찾겠다. 힘 있는 3선 중진의 힘으로 지역발전을 이루겠다"면서 지역일꾼론을 뚝심있게 강조했다. 그는 이번 선거 과정에서 지하철 유치와 같은 굵직한 사업들을 비전으로 제시하면서 원유철 정책위의장, 김을동 최고위원, 노철래 광주 당협위원장, 이우현 의원 등 이해관계가 걸려있는 다른 국회의원들을 설득해 정책협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 ▲ 새누리당은 성남 중원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결하고자 지하철이 관통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신상진 후보 제공
    ▲ 새누리당은 성남 중원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결하고자 지하철이 관통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신상진 후보 제공
    이처럼 신상진 후보가 '지역 발전을 위한 적임자'라는 구호를 외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상진 후보가 노동자 출신이자 서민의 애환을 잘 아는 후보였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77년 서울대 의대에 입학한 신 후보는 곧바로 야학 교사에서 1980년까지 4년간 지낸 바 있다. 이후 그는 1982년 민주화운동으로 투옥되면서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이후 1984년 성남 상대원동에 반지하 셋방에서 성남생활을 시작으로, 성남 상대원 공단의 OMC 노동자로 근무(노동운동, 성남임금인상투쟁위원회 위원장)하는 등 그야말로 서민의 애환을 피부로 직접 체험하게 된다. 1987년에는 성남 모란시장에서 참기름 장사까지 하면서 안 해본 일이 없을 정도였다. 

    서민의 삶 한 복판에서 청춘을 보낸 신상진 후보는 1991년 서울대 의대를 15년만에 졸업하면서 의사로서 삶을 살게 된다. 그는 상대원 시장 근처에 '성남의원'을 개원하고 환자들을 진료하기 시작했다. 서울 강남이 아니라 성남에서 의원을 개원하고 환자를 살핀 그는 경제형편이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무료 진료를 펼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지금도 그에게는 '성남의 슈바이처'라는 별명이 뒤따른다.

    그는 어려울때마다 서민들과 함께 했다. 19대 총선에서는 그에게 큰 아픔으로 남아있다. 17, 18대를 성남 중원에서 국회의원을 지낸 신상진 후보가 19대 총선에서도 아무래도 유리하지 않겠느냐는 말이 많았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신 후보는 2위 후보와 15% 이상의 큰 격차를 보이기도 했으나 결국 선거 막판야권연대를 통해 단일 후보로 나선 김미희 후보에게 0.06%차이인 654표차로 낙선하고 말았다.

    19대 총선에서 간발의 차로 패배한 그는 지지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연신 고개를 숙여 사과했고, 잃어버린 3년을 다시 찾기 위해 와신상담의 시간을 보냈다. 실제로 그는 헌법재판소의 통합진보당 해산심판 이후 통진당 소속 지역구 의원들의 의원직 상실이 확정되자마자 선거준비에 돌입했다고 한다.

    이렇게 바닥부터 훑은 신상진 후보의 지역일꾼론은 당 지도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가 빛을 발했다. 신상진 후보가 "힘 있는 3선 중진이 돼 지역발전을 하겠다"고 외치는 동안 새누리당은 일찌감치 '새줌마 프로젝트'등을 통해 출마 후보를 지역살림꾼으로 홍보하며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특히 김무성 대표는 10여 차례 성남을 방문하면서 신 후보에 대한 지원사격에 나섰다. 또한 예결위와 계수조정소위 여당간사 등 당직을 약속하며 신상진 후보에 큰 힘을 실어줬다. 김 대표는 지난 22일 성남 중원구 은행시장 입구에서 거리유세에 나서면서 "신상진 후보가 당선되면 남은 임기 1년 동안 지난 3년간 못한 일을 해낼 수 있도록 성남에 예산 폭탄을 때려붓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김무성 대표 뿐만 아니라 김문수 보수혁신특별위원장은 신상진 후보로 공천 확정 이후, 지역에 상근하며 집중 지원 활동을 전개했다. 도지사 시절의 높은 인지도와 성남에 적극적 도정활동을 바탕으로 신상진 후보를 도왔다.

    김문수 위원장은 지난 16일 현장 선거대책회의에서 "신상진 후보는 과거 저와 같이 운동권에 있었다. 그도 젊은 시절 방황했고, 여러가지 많은 착오도 있었다"면서 "하지만 그는 이젠 현실정치에서 흔들리지 않고 꿋꿋하게 대한민국 지킬 수 있는 사람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김 위원장은 "신상진 후보는 돈보다 어려운 사람위해 자신 청춘과 40년 세월 바쳤다. 당선되면 우리 정치 깨끗하게 하는데 앞장서는 사람될 것"이라며 "지금 광풍이 몰아친다고 해서, 유권자들의 선택이 바뀐다면 성남 중원의 구민들은 40년을 함께 해 온 신상진을 잃어버리게 될 것이다"라고 지지를 호소했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생기기 전부터 새누리당이 이번 선거의 후보들을 "지역 살림을 챙길 일꾼"으로 규정했고, 신상진 후보도 이에 적절히 발맞추면서 성완종 리스트 파급효과를 최소화 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옛 통진당 출신인 무소속 김미희 후보가 선거 완주를 선택하면서 야권의 표가 분산된 것도 신상진 후보의 3선 당선을 도운 것으로 분석된다. 성남은 초반부터 야권연대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분류됐다. 신상진 후보가 선거운동이 막바지에 접어드는 23일까지도 "야권연대를 할 확률은 90% 이상"이라면서 경계심을 드러낼 정도였다. 그러나 다른 지역의 구 통합진보당 소속의 의원들이 사퇴하는 과정 속에서도 김미희 후보가 완주 의사를 표시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정환석 후보와 김미희 후보는 서로 선거 당일이 가까워 올수록 "신상진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나 뿐"이라면서 기싸움을 벌였다. 

    특히 김미희 후보는 "관악 을과 광주에서는 우리 후보가 사퇴했다"면서 "이제는 새정치민주연합이 양보할 때"라면서 정환석 후보의 사퇴를 요구했다. 이에 새정치민주연합은 정환석 후보는 "야권연대는 없다"면서 선을 그었지만, 이용득 최고위원이 20일 "우리 민주통합당은 종북으로 몰리면서 종북 숙주세력이라고 엄청 욕먹으며 고통당했는데, 지금 와서는 이렇게 야당을 죽이기 위해 나온다면 야당이라고 할 수 없다"라면서 야권연대 요구를 하는 구 통합진보당 세력을 강력 비난했다. 

    서로 사퇴 요구를 하는 '야권 꼼수 연대' 논쟁속에 두 후보가 각각 완주를 선택하면서 자연스럽게 야권의 표가 분열된 것이 신상진 후보에게는 큰 도움이 됐다.

    이밖에도 네거티브 없는 선거를 만들겠다는 신상진 후보의 공약실천 역시 주효했다.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에 일일이 반응하지 않고 꿋꿋하게 유권자를 만나러 돌아다닌 뚝심이 민심에 전달됐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로 신상진 후보는 당 지도부가 중앙에서 지원을 나온 날과 선거 이틀 전을 제외하고는 재보궐 선거가 확정된 때부터 거의 매일 도보로 이동하며 유권자를 만났다.

  • ▲ 새누리당은 성남 중원의 만성적인 교통난을 해결하고자 지하철이 관통하는 지역의 국회의원들이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신상진 후보 제공

    신상진 후보는 당선이 확정되고 난 뒤 선거사무소에서 "국민들의 사랑받는 깨끗한 정치,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라면서 "할일 많은 우리 중원구에 각종 현안들을 남은 1년동안 반드시 이뤄 저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준 구민들에게 보답하겠다"며 당선 소감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