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기 총재의 시장경제 농구철학 '불량품 판매하지 않는다'
  • ▲ 김영기 총재.ⓒ한국프로농구연맹
    ▲ 김영기 총재.ⓒ한국프로농구연맹

    【뉴데일리 스포츠】프로농구가 2015-2016 시즌(Season)을 맞아 외국인 선수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2014년 제8대 프로농구연맹 총재를 맡은 농구인 김영기는 이미 지난 2014-2015 시즌 변화를 시작했다.

    김영기 총재는 2015-2016 시즌 용병 제도를 손본다. 그동안 프로농구연맹은 각 구단에게 2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할 수 있도록 허락했고 경기에는 5명의 선수 중 1명만이 뛸 수 있도록 했다. 이는 국내 선수들을 보호하고 육성하겠다는 연맹의 의지였다. 프로농구연맹은 그동안 국내 선수 보호를 위해 유지됐던 용병제도를 [2명 보유, 2명 동시 출전 가능]으로 바꾼다. 

    물론 2명의 외국인 선수가 동시에 출전하는 것이 1쿼터(Quarter)부터 4쿼터까지 무제한적으로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재 그 부분을 각 구단 대표들과 농구연맹 임원들이 논의하고 있다. 농구 연맹 관계자는 "대충의 가닥은 4쿼터 중 두 쿼터 정도 동시 투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쪽으로 잡고 있다"고 말했다.  

    국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을 일부 보호하면서도 농구의 흥미를 줄 수 있는 우수한 외국인 선수를 많이 등용하겠다는 것이 다가올 2015-2016 시즌 변화된 용병제도의 핵심이다. 

    프로농구연맹은 2015-2016 시즌부터는 외국인 선수 2명을 선발하는 기준을 신장 193cm로 정하고 한 명은 193cm 이하, 한 명은 193cm 이상으로 선발하도록 권장한다. 이는 작은 외국인 선수들이 보여주는 돌파와 슈팅(Shooting)과 큰 외국인 선수들이 보여주는 파워풀(Powerful)한 매력 등 두 가지 매력을 모두 보여줘 농구팬들을 즐겁게 하겠다는 목표다. 

  • ▲ 애런 헤인즈 선수.ⓒ뉴데일리
    ▲ 애런 헤인즈 선수.ⓒ뉴데일리

    외국인 출전 제한했지만…
    한국 농구 국제 경쟁력 여전히 부족

    프로농구연맹이 외국인 선수 출전을 1명으로 제한하면서 국내 선수들의 출전 시간이 많이 늘었다. 하지만 문제점은 주요 득점원으로 외국인 선수가 기용되면서 다양한 선수들이 공격에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외국인 선수에 의존하는 경기를 펼쳤다. 

    농구는 5명이 전원 공격할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누군가는 보이지 않는 전혀 화려하지 않는 플레이(Play)를 해야 한다. 각 팀을 이끄는 감독들은 국내 장신 선수들에게는 리바운드(Rebound)와 스크린(Screen) 등의 임무를 국내 단신 선수들에게는 패스(Pass), 수비 등의 능력을 요구한다. 

    감독들은 주요 득점원으로는 기량이 뛰어난 외국인 선수를 선택한다. 이런 감독들의 전술은 승리를 위한 선택이다. 감독이 승리를 위해 외국인 선수 중심의 전술을 짤 수 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하다. 팀에서 가장 우수한 기량을 보유한 선수가 한국 선수가 아니라 외국인 선수이기 때문이다.

    김영기 총재는 "무조건 보호하고 출전 시간을 보장해 준다고 선수의 기량이 성장하지 않는다"며 "국내 선수들의 기량이 발전하지 않는다면 프로농구의 발전도 없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실제로 각종 프로 스포츠에서 외국인 선수를 등용하는 이유는 국내 선수들이 기량이 우수한 외국인 선수들과 같이 뛰면서 국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함이다. 김영기 총재가 생각하는 외국인 선수 제도 개선안은 바로 이 원칙에 입각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 하승진 선수.ⓒ한국프로농구연맹
    ▲ 하승진 선수.ⓒ한국프로농구연맹

    보호한다고 기량이 발전하나?
    실력을 쌓아 오라…D리그 출범

    김영기 총재는 이미 지난 2014-2015시즌 외국인 제도의 변화를 예고했다. 그리고 국내 선수들에게는 스스로 성장하도록 독려하기 시작했다. 

    김영기 총재는 D리그(Development League)를 출범 시켰다. 각 팀에서 주전으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이 성장할 수 있는 프로농구 하부리그를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D리그가 바로 김영기 총재가 마련한 용병제도 변화의 대비책이다. 

    농구 관계자들은 "프로농구는 농구팬들에게 가장 우수한 '농구 경기 상품'을 판매해야 한다. 실력이 우수한 선수들이 숨막히는 경쟁을 펼치고 뜨거운 승부를 펼쳐야 팬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농구장 매표소에 줄을 선다. 시시한 선수들이 프로(Professional Player)라는 이름으로 경기장에 나선다면 그 누구도 농구장을 찾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를 표한다. 

    1996년 출범한 프로농구가 2016년 20살을 맞이한다. 이미 농구를 사랑하는 많은 팬들은 미국·유럽 선수들의 경기에 익숙해져 있다. 국제 경쟁력이 떨어지는 국내 프로농구를 챙겨보는 팬들은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