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사람의 소박한 꿈 폄훼로부터 벗어나야"
  • ▲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의 민병두 원장. 사진은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 회의에 배석한 민병두 원장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의 민병두 원장. 사진은 새정치연합 비상대책위원 회의에 배석한 민병두 원장의 모습.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새정치민주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분노의 정치를 버려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새정치연합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이 펴낸 '수권정당을 위하여 - 중산층 정치'에서 이진복 연구위원은 이같이 주장했다.

    민주정책연구원이 이와 같은 주장을 담은 소책자를 펴낸 것은 지난해 8월 김한길계로 분류되는 민병두 원장이 취임한 이후 세 번째이다. 이진복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와 11월 '진보의 길을 다시 묻다 - 제3의 길 이후'에서 유사한 주장을 펼친 바 있다.

    이진복 연구위원은 이 책자에서 "새정치연합이 최근 '민주진보' 또는 '진보개혁'을 자칭해왔지만, 총선과 대선의 패배로 재검토를 요구받고 있다"며 "고정관념에 안주하는 양극화의 정치를 넘어 조용한 다수를 대변하는 '민생민주'라는 새로운 명칭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민생'과 관련해서는 "성장을 경시하는 구좌파의 분배경제론과 대비해 성장 과실을 서민의 중산층화와 중산층의 강화로 돌려야 한다"며 "이를 뒷받침할 세제 대개혁을 단행해 '번 돈'에 대한 세율을 낮추고, '가진 재산'의 세율을 높여 경제활동을 진작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민주'와 관련해서는 "민주 대 반민주의 도덕적 우월감에 사로잡힌 격돌의 정치를 넘어, 대화와 타협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신뢰의 정치'를 해야 한다"며 "시끄러운 소수의 그릇된 좌우 편향을 거부하고 오직 조용한 다수와 생활인의 꿈을 대변하는 정당을 자임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진복 연구위원은 새정치연합이 '중산층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프레임으로 '희망의 정치'와 '통합의 정치'를 제시했다.

    '희망의 정치'에서 이진복 연구위원은 "새정치연합은 성공을 향한 개인의 열망과 보통 사람의 소박한 꿈을 폄훼하고 있다"며 "수권정당은 비관주의에 근거한 분노의 정당이 아니라, 낙관론에 근거한 희망의 정당"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또 "수권정당은 분석과 항의의 정당이 아니라 실천과 문제해결의 정당"이라며 "양극화를 진단할 것이 아니라 동반성장과 혁신경제의 해법을 전면에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의 정치'에서 "수권정당은 부자 대 서민의 제로섬 게임이라는 그릇된 고정관념을 폐기하고, 대한민국을 중산층 강국으로 만드는 통합의 정치를 지향해야 한다"며 "시끄러운 소수의 배제의 정치와 격돌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나아가 "진보의 온정 대 냉혹 구도와 보수의 유능 대 무능 구도를 넘어서야 한다"며 "따뜻하지만 무능해보이는 정당은 냉혹하지만 유능한 것처럼 위장한 보수정당에 필패한다"고 단언했다.

    이는 당내 친노(親盧) 강경파들의 행태에 돌직구를 던진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진복 연구위원은 지난해 10월에 펴낸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에서도, 야당의 3대 신화로 △선명성의 신화 △심판의 신화 △서민의 신화를 지목하며 이를 비판한 바 있다.

    △선명성의 신화란 "'야성' 회복을 통한 '강한 야당'의 고정관념과 선·악 이분법에 입각한 진영 논리"라며 "현실은 여야의 양자 투쟁 모델이 아니라 여론과 선거를 통해 여야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 3자 경연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심판의 신화란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 선거이며 네거티브는 야당의 본령"이라는 생각이라며 "자기성찰을 하면 (여당의) 2중대로 여기고, 여당의 실정이 곧 야당의 승리라는 반사이익 정치 심리에 빠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서민의 신화란 "서민들의 중산층 진입 열망과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원하는 소박한 계층 상승 열망을 '욕망'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서민'을 기준으로 오히려 '현실의 서민'을 (당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이는 당내 친노 강경파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부르짖는 '선명성 있는 투쟁 야당' 노선을 정면에서 비판한 것이라, 과연 새정치연합이 이러한 노선을 실제로 실행에 옮길 수 있을지 의구심도 제기된다.

    정치권 관계자는 "민주정책연구원에서 잇달아 주장하고 있는 '중산층 정치'는 상식을 가진 합리적 야권 인사가 생각해낼 수 있는 최적의 한 수"라며 "새정치연합이 중도층의 지지를 모아 수권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제언"이라고 평가했다.

    2·8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새정치연합이 과연 '중산층 정치'를 실천에 옮길 수 있는 새 지도부를 선출할 수 있을지 여부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