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혁신 주문 빗발… 친노 지도부 '강경노선' 택할 듯
  • ▲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민심·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구호와 네거티브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지난해 12월 15일 열린 노무현재단 송년행사에서 민심·민생과 동떨어진 정치적 구호와 네거티브 선동이 난무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오는 2월 새 지도부 출범을 앞둔 새정치민주연합의 회생을 위한 제안들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과연 실행에 옮길 수 있을 지 주목된다. 당의 선명성보다 중도 노선을 공략하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어 당내 강경파의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 


    ◆ 강경파 꼬집는 보고서 낸 민주정책연구원

    새정치연합 부설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 8월 민병두 원장이 취임한 이후 보고서를 잇달아 펴내며 당의 중도 혁신 노선을 주문하고 있다.

    민주정책연구원은 지난달 26일 펴낸 보고서 '박근혜 정치를 넘어서'에서 야당의 3대 신화로 △선명성의 신화 △심판의 신화 △서민의 신화를 지목했다.

    △선명성의 신화란 "'야성' 회복을 통한 '강한 야당'의 고정관념과 선·악 이분법에 입각한 진영 논리"라며 "현실은 여야의 양자 투쟁 모델이 아니라 여론과 선거를 통해 여야가 국민의 심판을 받는 3자 경연 모델"이라고 진단했다.

    △심판의 신화란 "선거는 기본적으로 심판 선거이며 네거티브는 야당의 본령"이라는 생각이라며 "자기성찰을 하면 (여당의) 2중대로 여기고, 여당의 실정이 곧 야당의 승리라는 반사이익 정치 심리에 빠지게 한다"고 꼬집었다.

    △서민의 신화란 "서민들의 중산층 진입 열망과 더 나은 자녀 교육을 원하는 소박한 계층 상승 열망을 '욕망'으로 폄훼"하고 있다며 "'자신들이 원하는 서민'을 기준으로 오히려 '현실의 서민'을 (당에서) 멀어지게 만드는 도덕적 우월감에 빠져 있다"고 비판했다.

    선거 연패를 빚은 원인을 조목조목 잘 짚어낸 분석이다. 하지만 하나같이 새정치연합내 강경파 의원들의 행동이기도 하다. 

    이같은 제안들이 실천에 옮겨져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강경파 의원들을 잠재우고 이들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 시절이던 지난 9월 26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배석한 뒤 나오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가 정책위의장 시절이던 지난 9월 26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 배석한 뒤 나오며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악수를 나누고 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투표만 하면 강경파 '지지' 

    그렇다면 새정치연합 혁신의 걸림돌인 당내 강경파의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새정치연합 일부 관계자들은 "강경파는 목소리만 클 뿐"이라고 평가절하 했다. 강경파 의원들의 목소리가 의원총회를 지배하지만, 공공연히 충돌하기를 원하지 않아 잠자코 있을 뿐 온건파 의원들이 더 많다는 것이다. 흡사 '침묵하는 다수' 이론과 같은 설명이다.

    과연 그럴까. 지난달 9일 새정치연합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에서는 주목할만한 결과가 나왔다. 비노(非盧) 이종걸 의원이 43표를 얻어 42표에 그친 친노(親盧)로 분류되는 우윤근 의원을 누른 것이다.

    흔히 '친노=강경파, 비노=온건 혹은 중도파'로 동치시킨다. 그렇다면 원내대표 경선 1차 투표 결과는 그만큼 새정치연합내에 '숨어 있는 온건파'가 많다는 것을 방증한 것일까.

    오히려 반대다. 우윤근 의원은 원내대표 경선에 나서기 전까지 정책위의장을 맡으며 세월호 협상 과정에 줄곧 참여해 여야 합의를 이끌어내는데 기여했다.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온건파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반면 이종걸 의원은 경선 직전인 지난달 6일 KBS라디오에 출연해 "아주 강력한 대여(對與) 입장을 세워서 지금까지 유약해 보였다는 야당의 이미지를 벗어야 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공언할 정도로 강경파다.

    그 스스로도 "나는 굉장히 강경하지만, 무계파(비노)라는 이유로 중도라고 하더라"며 "이런 분류가 그렇게 정확치는 않다"고 말했다.

    이런 이종걸 의원에게 의원들의 표심이 쏠렸다. 친노·비노를 가리지 않고 야당의 선명성과 투쟁을 고집하는 강경파에 적극·소극적으로 동조하는 의원들이 많다는 것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다.

    이 문제에 대해 원혜영 혁신위원장은 지난달 2일 주간지 인터뷰에서 "(계파 분류는) 원칙을 갖고 객관적으로 따질 필요가 있다"며 "편의에 따라 기준 없이 규정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혜영 위원장은 "(그렇게 따지면) 우리 당에서 친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친노=강경파'라고 규정 짓는다면 친노 아닌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고 할 정도로 강경파의 세가 광범위하다는 뜻으로 풀이할 수 있다.

  • ▲ 19대 총선에서 강경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마구 공천한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19대 총선에서 강경파 비례대표 의원들을 마구 공천한 한명숙·이해찬 전 대표. ⓒ뉴데일리 정상윤 기자


    ◆ 친노, 19대 총선에서 강경파 마구잡이 공천

    다만 '친노 강경파'라는 프레임이 전적으로 그른 것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이렇듯 당내에서 강경파가 판을 치게 된 연원을 따져가면 2012년 총선 직전 성립된 한명숙·이해찬 친노 지도부로 연결되기 때문이다.

    당시 친노 지도부는 공천권을 전횡할 수 있는 비례대표에 마구잡이로 강경파를 배치했다. 김현·김광진·장하나·최민희·은수미·배재정·진선미 등 강경파 비례대표 의원들은 계파 분류는 제각각이더라도 친노 지도부가 19대 총선에서 공천을 줬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들이 등원(登院)하면서 온건·중도·합리적인 지도부는 흔들기를 견디지 못하고 연이어 실각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년 전당대회에서 친노 지도부가 들어서면 야당발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조경태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년 전당대회에서 친노 지도부가 들어서면 야당발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조경태 전 최고위원.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차기 지도부, 친노라면 혁신 가망 없어

    이들 강경파를 넘어서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한 최적·최후의 전환점은 다가올 전당대회가 될 공산이 크다.

    새정치연합의 차기 당권 향배를 결정할 전대는 내년 2월 8일 개최가 유력하다. 이 때 성립된 당 지도부는 2016년 20대 총선에서 공천권을 행사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친노 혹은 범친노 강경파 지도부가 구성되면 민주정책연구원이 백만 권의 훌륭한 보고서를 펴내더라도 당의 혁신은 가망이 없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당내 강경파 의원들의 언동은 새정치연합이 수권정당으로 가기 위한 혁신 방향과 180도 다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친노 쪽에서도 진화에 나섰다. 
    문재인 의원은 지난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문재인 계파는 없다. 친노 해체 선언이라도 하겠다"고 나섰다. 당 최대 당파의 수장이라고 해서 전당대회에 못나갈 이유가 없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당내 비노계열은 친노 지도부에 대한 기대감은 접었다. 빠른 속도로 당이 친노화되고 혁신도 멀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경태 전 최고위원은 지난달 16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해 "많은 당원과 당내 인사들이 내년 전당대회에서 친노 그룹으로 지도부가 들어서게 되면 신당 창당 등 정계 개편이 불가피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