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불출석 통보, 시향 업무보고 무기한 연기
  •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0일 오전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 참석해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단원들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 정명훈 서울시향 예술감독이 10일 오전 서울시립교향악단에서 열린 공연 리허설에 참석해 박현정 서울시향 대표의 막말 파문과 관련해 단원들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박현정(52) 서울시향 대표이사의 막말, 성추행 파문으로 불거진 서울시향 추문 사태가 좀처럼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박 대표가 막말과 성희롱 등 부적절한 언행을 일삼았다는 시향 사무국 직원들의 폭로에 이어, 추문의 당사자인 박현정 대표가 반박 기자회견을 통해, 시향의 사조직화 경향, 장기간에 걸친 방만한 경영과 직원들의 안이한 근무태도 등을 비판하면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특히 박현정 대표가 정명훈 예술감독을 직접 겨냥해, 정 감독이 시향을 개인 조직처럼 운영해 왔다고 폭로한 데 이어, 박원순 시장과 정명훈 감독이 손을 잡고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고 비판하면서, 상황은 더욱 꼬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파문의 또 다른 당사자인 정명훈 예술감독이, 기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며,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나타내 그 진위여부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정명훈 감독은 10일, 서울시립교향악단 리허설룸에서 단원들에게 “일주일 전 서울시에 이런 것에 못 견디겠다고 말했다, 그만두겠다고 말했다”며, 사퇴의사를 내비쳤다.

    정 감독은 이날 박현정 대표이사에 대해 언급하면서, 처음에는 관계가 나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정 감독은 “처음에는 내게 잘하고 영리하고, 일을 잘하는 것 같아 참아보려고 했다”며, 박현정 대표와의 관계가 틀어진 데 대해 유감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정 감독은 자신이 시향을 사조직처럼 운영했다는 박현정 대표의 비판을 의식한 듯, “조용하게 (해결)하려고 했는데, 이상한 말이 나온다”며, 불편한 심경을 숨기지 않았다.

    이어 정 감독은 “난 회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사람”이라며, “집안에서도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하나도 모른다. 누가 내게 누구냐고 물으면 첫째로 인간, 둘째로 음악가라고 말한다”고 덧붙였다.

    정 감독은 이번 추문사건의 발단이 된 박현정 대표의 ‘막말’에 대해서도 의견을 밝혔다.
    정 감독은 “이것(박현정 대표가 직원들에게 막말을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지 꽤 오래됐다”면서, “1년도 넘었는데 들었을 때 직원들이 고생하고, 사람이 아닌 것처럼 그러면 안 된다고 했다. 직원들은 참아본다고 했는데 난 그런건 못 참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정 감독의 이날 발언은, 박 대표의 막말과 관련된 직원들의 불만을 상당히 오래 전부터 알고 있었으며, 그 역시 박 대표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갖고 있었음을 시사한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정 감독이 사무국 직원들의 호소문을 박원순 시장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정 감독의 주관적인 의견이 어떤 식으로든 박 시장에게 전해졌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박현정 대표는 기자회견을 통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낸 사무국 직원들의 호소문을 박원순 시장에게 전한 사람이 바로 정명훈 감독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열릴 예정이었던 서울시의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서울시향 업무보고는, 정 감독이 출석 대신 서면질의로 대체해 줄 것을 요구하면서, 무기한 연기됐다.

    서울시의회는 서울시향 이사회 이사들과 함께 박현정 대표의 해임안 상정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와 별도로 시향 사무국 직원들은 박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정명훈 감독이 사퇴의사를 내비치면서,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어떤 태도를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박원순 시장은 취임 초만하더라도 정명훈 감독의 고액연봉과, 공석인 시향 대표이사 선임 등을 놓고 정 감독과 껄끄러운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두 사람은 ‘서울시향 평양 공연’이란 이벤트를 매개로, 이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때문에 ‘박원순표 대북사업’을 상징하는 ‘서울시향 평양공연’이란 카드가 여전히 유효한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이 어떤 식으로든 정 감독의 마음을 돌리는데 공을 들일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