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대응 과정에서 이견 노출… 분당까지 공공연히 거론하는 위기 상황
  •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정국 속에서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탈당 의사까지 밝혔다가 지난 9월 17일 이를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원내대표가 세월호 정국 속에서 당내 반발에 부딪히자 탈당 의사까지 밝혔다가 지난 9월 17일 이를 철회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사과하고 있다.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기회(機會)와 위기(危機)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말이 있다.
    그 때문일까, 새정치민주연합에 있어서 '절호의 기회'인 줄 알았던 세월호 사고가 결과적으로 '분열의 위기'로 돌아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 패배 이후 야당이 1년 넘게 정치쟁점으로 끌어왔던 국정원 댓글 논란은 국민의 눈에 대선 불복 행태로 비치면서 동력이 떨어져갔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4월 세월호 사고가 터졌다. 야당으로서는 박근혜정부를 향해 총공세를 펼칠 '절호의 기회'로 여겨졌을 것이다.

    반 년 동안 국회를 공전시키며 극한 투쟁으로 치달았지만 그 과정은 오히려 야당에 깊은 상흔을 남겼다. 투쟁 방향을 둘러싼 당내 이견은 고스란히 노출됐고, 목소리 큰 사람들이 이끄는 강경 장외 투쟁 노선은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다.

     

    ◆ 野, 극단적 세월호 투쟁으로 얻은 것은?

    야당의 세월호 투쟁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은 냉담했다. 국민들은 '미니 총선'이라 불린 7·30 재·보궐선거에서 15석 중 11석을 새누리당에 몰아줌으로써 새정치연합을 심판했다. 형식은 국민의 판정에 의한 '판정패'였지만, 안철수·김한길 공동대표는 KO 당해 지도부에서 나가떨어졌다.

    박영선 원내대표가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수습을 도모했지만 당초 '기회'라 여겼던 세월호 사고는 당의 단결을 방해하는 '위기'로 이미 돌변해 있었다.

    박 원내대표는 두 차례에 걸쳐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세월호 특별법 합의를 마련하며 출구 전략을 모색했다. 하지만 이는 강경파인 박영선 원내대표가 초강경파에 의해 낙마하는 웃지 못할 사태를 불러왔다.

    이러한 혼란 속에서 초강경파 김현 의원은 단원고 유가족들과 술잔을 기울이다가 "내가 누군지 알아"라는 말을 남기며 대리기사 집단폭행 사건의 피의자로 전락했다.

    선명성을 부르짖던 당내 초강경파의 도덕성이 만천하에 드러난 것이다. 이러한 일련의 흐름 속에서 새정치연합은 만신창이가 돼버렸다.

    당초 '기회'인 줄 알았던 세월호 정국은 정리됐지만 야당에 남겨진 '분열 위기'는 여전하다.

    박영선 전 원내대표의 뒤를 이어 구원등판한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관리인'일 뿐, 문재인·정세균·박지원 비대위원 등 각 계파 수장들이 노골적으로 당권을 다투고 있다.

     

    "당내 일부 인사들이 반노(反盧) 신당을 창당하고 반기문 유엔사무총장과 함께 하자는 이야기를 한다."(4일, 박지원 위원)

    "많은 당원과 당내 인사가 내년 전당대회에서 친노(親盧) 지도부가 들어설 경우 정계 개편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지난달 16일 PBC라디오, 조경태 전 최고위원)

    "당을 끝까지 고치려고 노력하다가 안 되면 신당 창당을."(지난달 14일 YTN라디오, 정대철 상임고문)


    계파를 불문하고 분당을 거론하는 발언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정상적인 정당에서 상상하기 어려운 분열상이라는 평이다.

     

  • ▲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기회로 여겼던 세월호 정국을 다루는 과정에서 되레 당의 분열만 깊어지면서 이를 당의 위기로 바꿔놓았다. 결국 7·30 재보선 참패를 야기하면서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실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 새정치민주연합은 당초 기회로 여겼던 세월호 정국을 다루는 과정에서 되레 당의 분열만 깊어지면서 이를 당의 위기로 바꿔놓았다. 결국 7·30 재보선 참패를 야기하면서 안철수·김한길 전 공동대표가 실각했다. ⓒ뉴데일리 이종현 기자

    이러한 분열상은 내년 2월 8일로 예상되는 전당대회가 다가올수록 정점을 찍을 전망이다. 전당대회 의장을 맡을 이석현 국회부의장이 5일 "(2016년) 총선의 공천권을 행사할 당 지도부(를 뽑는 것)이기 때문에, 그분들(계파 수장인 비대위원들)이 출마하면 계파 갈등이 아무래도 심각해질 수밖에 없다"고 공공연히 우려할 지경이다.

     

    ◆ 사분오열 黨 분열…현안에도 '제각각' 입장 

    이렇게 분열상이 점차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당은 산적한 현안에는 손을 놓고 있다. 세월호 사고로 반 년 동안 국회를 공전시킨 댓가를 톡톡히 치르고 있는 셈이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대표적인 사례다. 정치권에서는 이 사안에 대한 새정치연합의 입장이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새누리당은 제도개혁 TF를 구성해 7개월간 연구한 끝에 자체 당론을 내놓은 반면, 새정치연합은 "공무원연금 개혁의 필요성에 원칙적으로 공감한다"며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하면 우리 당의 입장을 내놓겠다"는 말뿐이다. 새누리당 공무원연금 개혁소위 간사를 맡은 김현숙 의원이 "새정치연합의 사회적 협의체 구성 주장은 시간 끌기일 뿐"이라고 일축할 정도다.

    정치권에서는 새정치연합이 '기회'조차 '위기'로 바꿔버리며 분열상만 심해지는 구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해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국정원 댓글 논란·세월호 사고 등에서 취했던 '분노를 끌어내는 선동 정치'의 태도를 버리고 '대안을 제시하는 책임 정치'의 자세를 택하는 것만이 해법이라는 목소리가 당내외에서 높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새정치연합의 정책연구소인 민주정책연구원은 4일 '진보의 길을 묻다'라는 보고서를 펴내고 "수권정당은 분노하는 항의 운동이 아니라 희망을 제시하는 대안 정당"이라며 "차별성을 명분으로 극단화되는 아웃파이터가 아닌 인파이터가 돼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