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개발 절대 불가 지역, ‘토지등급 하향’ 서울시 특혜의혹정치권-시민단체 잇따라 감사청구
  • ▲ 지난 14일 열린 북아현숲 환경파괴 규탄대회.ⓒ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 지난 14일 열린 북아현숲 환경파괴 규탄대회.ⓒ 뉴데일리 정재훈 기자

    대학교 기숙사를 새로 짓겠다며, 서울시와 이화여대가 벌이고 있는 ‘북아현숲 환경파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감사원이 감사에 나설지 여부가 관심을 끌고 있다.

    이달 초 보수단체 <국민행동본부>는 서울시가 이화여대에 기숙사 증설 허가를 내 준 과정에 의혹을 제기하며 국민감사 청구를 위한 주민서명에 들어갔다.

    무엇보다 국민행동본부는, 서울시가 건축허가를 내주기에 앞서 이화여대 기숙사가 들어설 북아현숲 일대 토지의 자연경관지구 등급을 하향조정한 사실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 공사가 한창인 북아현숲 일대는 이른바 [비오톱(Biotope) 1등급] 지역으로 개발 자체가 불가능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해당 지역에 대한 토지 등급을 개발이 가능한 [비오톱 2등급]으로 내렸다.

    [편집자 주]

    생태계 보호를 위한 가이드라인
    ‘비오톱 1등급’


    비오톱(Biotope)은 ‘생명’을 뜻하는 그리스어 접두사 ‘Bios’, 장소를 뜻하는 ‘Topes’를 결합한 합성어로, 생물이 서식하고 이동하는데 필요한 [소규모 생물 서식공간]을 뜻한다.

    ‘비오톱 지도’는 환경부가 자연환경보전법에 근거해 2009년 6월 작성한 ‘도시생태현황지도 작성지침’에 따라, 전국 각 지자체가 자체적으로 제작, 관리하고 있다.

    ‘비오톱 1등급’ 토지는 쉽게 말해, [개발 절대 불가] 토지다.

    정부가 규제하는 ‘그린벨트’보다도 강력한 토지개발 규제 방식으로, 이 제도를 처음 도입한 지방자치단체가 바로 서울시다.

    ‘비오톱 1등급’ 규제는 2010년 서울시의 도시계획조례에서 처음 등장한 뒤, 전국 8곳의 지자체가 도입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2010년 6월1일부터 기존 대규모 도시계획 사업에만 적용했던 ‘비오톱 등급별 기준’을 1만㎡ 미만 소규모 토지개발까지 확대 적용하고 있다.

    나아가 소규모 개발사업지의 경우에도, 도시생태현황 조사결과 해당 토지에 대한 유형평가와 개별평가 결과가 모두 1등급으로 나온 토지는 개발이 불가능하다.

    ‘비오톱 1등급’은 유형평가와 개별평가를 거쳐 지정된다.
    대상지 전체의 생태학적 가치를 판단하는 유형평가 기준은 1등급에서 5등급까지 5단계로 나뉜다. 절대적 보전이 필요한 1등급 토지의 경우, 어떤 형태로도 개발이 불가능하다.

    개별평가는 비오톱 자체의 보전 가치 정도에 따라 해당 토지 등급을 1등급에서 3등급으로 분류한다.

    이화여대 기숙사 증측이 이뤄지고 있는 북아현숲 일대의 기존 토지등급은 [비오톱 1등급 및 개별 1등급]이었다. 


    이화여대는 서울시가 등급을 내린 뒤, 정상적으로 건축허가를 받아 축구장 4개 크기의 북아현숲을 밀어내고 기숙사 공사를 강행하고 있다.

    때문에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을 반대하는 북아현동 주민과 시민단체 회원, 생태환경 보호 전문가들은, 서울시의 토지등급 하향 조정 과정에 의문을 품고 있다.

    앞서 지난 14일 국민행동본부 회원과 북아현동 주민 300여명은, 기숙사 공사가 진행 중인 이화여대 뒷산 부근에서 '북아현숲 학살 현장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공사 중단을 촉구했다.

    북아현동 주민들은 서울시와 이화여대가 기숙사 신축 공사에 대한 주민 진정을 묵살했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트리기도 했다.

    특히 시민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칭 생태환경전문가를 자처해 온 박원순 시장이, 북아현숲에서 벌어지는 환경파괴 행위에 침묵하고 있는 사실에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가뜩이나 부족한 도심 속 동물 서식공간을 보호하기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비오톱 1등급 지역을, 대학기숙사를 짓는다는 이유로 훼손하고 있는데도, 박원순 시장이 아무런 언급 없이 상황을 외면하는 행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에코 서울’을 강조하던 박원순 시장의 평소 언행을 생각할 때, 박원순 시장이 북아현숲 환경파괴를 묵인하고 있다는 사실은 납득하기 어렵다.

    ‘비오톱 등급’은 민원을 통해 조정이 가능하다고 하지만, 멀쩡한 숲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기숙사를 짓는 행위 역시 상식 밖이다.

    국민행동본부를 비롯한 시민사회가 서울시의 토지등급 하향 결정과 건축허가 과정에 의혹을 갖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새누리당 이노근 의원은 2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열린 국토부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북아현숲 환경파괴] 문제를 지적했다고 밝혔다.

    “국토부 국정감사를 통해 안산(鞍山) 자락 북아현숲이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으로 심하게 훼손된 문제점을 지적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특혜의혹에 대해 감사원 감사를 의뢰했다.”

       - 이노근 의원, 페이스북


    시민사회와 정치권이 잇따라 감사청구에 나서면서, 감사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 ▲ 이노근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북아현숲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 현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이노근 의원이 페이스북에 올린 북아현숲 이화여대 기숙사 공사 현장.ⓒ 페이스북 화면 캡처
     
  • ▲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공사가 진행중인 북아현숲 현장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 이화여대 기숙사 신축공사가 진행중인 북아현숲 현장 사진.ⓒ 페이스북 화면 캡처


    다음은 국민행동본부가 밝힌 감사 청구 요지.

    - 서울시가 건축허가가 나올 수 없는 자연경관지구(비오톱 유형 및 개별 1등급)의 등급을 하향 조정(유형 1등급, 개별 2등급으로), 이화여대에 기숙사 增設 허가를 내어준 과정에 대한 의혹, 특히 10년 동안 유지해오던 등급을 해제한 이유에 대한 감사를 요청함.
     
    - 오염정화기능을 하던 안산 자락의 山林 3만 평방미터(축구장 다섯 개 크기)를 도려내고 고층건물(지하 5층, 지상5층 등) 6개동을 지으면, 온실가스가 연간 1200t(이산화탄소 기준) 증가하고, 공사중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NO2) 배출량이 허용기준을 초과하며(이상 환경평가 결과), 아래 쪽 주택가의 私生活이 노출되고, 眺望權(조망권)이 침해되는데도 허가를 내어준 과정에 대한 감사를 요청함.
     
    - 서울시 환경헌장은 <도시 개발과 관리는 환경을 우선적으로 고려하고 그 계획의 수립과 집행에는 시민의 참여할 기회를 보장한다>고 하고 내부 규정(서울특별시 도시관리계획 환경성검토 업무지침)에는 <주민들에게 공람하고 의회의 의견을 청취하여 계획안에 대한 의견을 수렴>하도록 했으나 이화여대는 형식적인 공람 광고만 했을 뿐, 주민들에 대한 사전 설명 등을 생략, 계획의 수립과 집행에 주민들이 참여할 기회를 주지 않았으며 區의회의 논의 절차도 없었음. 그럼에도 서울시와 서대문구청이 건축을 허가한 의혹에 대한 감사를 요청함.

    - 북아현숲의 말살로 1200그루의 나무와 약200종의 동식물 서식처가 없어졌고, 특히 서울시가 지정한 보호종인 박새가 살고 있었던 숲이었는데도 아무런 보호조치 없이 건축허가를 내어준 과정에 대한 감사를 요청함.
     
    - 허가를 내어준 뒤 서대문구청이나 서울시가 벌목과 공사 현장에 대한 감독과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고, 공사로 발생하는 분진과 소음에 대한 주민들의 진정을 묵살하는 등 일방적으로 이화여대 측을 비호하고 있음.

    - 이화여대 자체 환경평가로도 공사時 이산화탄소와 미세면지가 허용기준을 초과할 것으로 예측했음에도 서대문구청의 현장 확인 및 감독이 실종상태임. 이에 대한 감사를 요청함. 아울러 훼손된 생태계의 복원과 보전 대책 부실 의혹에 대한 감사도 요청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