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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김씨, 인민재판 찬양하슈?"

"채동욱과 그 호위무사들이 양심적이라고?"

박성현 뉴데일리 주필/저술가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입력 2014-09-16 18:13 | 수정 2014-09-18 21:54

인민재판을 찬양하는 판사님!

'우덜식 정의'라굽쇼?


▲ 김동진 부장판사ⓒ조선일보

수원지법 김동진 부장판사란 자가,
"법치주의는 죽었다"라는 자못 비통한 글을 쓰며 울부짖었다. 
그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1) 현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2) 현정권은,
법치주의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한 양심적 검사를 모두 제거하였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꿋꿋하게 수사하던 채동욱도,
"사생활에 꼬투리가 잡혀" 희생당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각종 언론은 이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하였다.

3)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어야 되었다.

4)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 이것은 궤변이다!...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이다. 

 

판사 김씨는 대한민국 판사보다는 인민재판장에 훨씬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다.
이때 내가 말하는 인민재판이란,
반드시 공산 전체주의에서 이루어지는 재판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김씨 스스로 찬양하는 시스템과 절차--즉 법치주의에 의존하지 않고, 
대중 혹은 [대중을 선동하는 소수 음모가]에 의해 절차를 파괴하고 진행되는 재판이다.  

판사 김씨가 인민재판장에 더 잘 어울리는 사람이라 보는 까닭은,
위 네 가지가 모두,
[사실의 근거가 없는 주관적 가치 판단] 혹은 [사실을 왜곡한 선동적 주장]이기 때문이다. 

 

■ 판사 김씨의 주장 1 
"현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 정치를 추구하고 있다"


판사 김씨는 다짜고짜 현 정권의 [본질][선언]하고 시작한다.
먹물 좀 먹은 사람이라면,
이런 주장은 삼겹살에 소주 한 잔 걸치다가 열 받아서 하는 소리가 되어야 한다.
이렇게. 

 

"씨바! 세상 조까타!
박근혜는 패권만 좇아!
그 여자 머린엔 법이란 개념 자체가 없어!"

 

이렇게 혀꼬부라진 소리 하다가 오버히트 하면 딱 좋은 이야기이다.
그런데 판사 김씨는,
정색을 하고 동료 판사를 비판하고 사법부를 비판하고 법치주의를 찬양하는 글에서,
아무 실체적 근거 없이,
자신의 주관적 인상, 혹은 주관적 편견에 불과한 소리를 제1명제(prime statement)로 선언한다. 
이는 법치주의 법관이 아니라 인민재판 법관의 수법이다.
인민재판 법관은 이렇게 말하는 법 아닌가?

 

"이제 인민이 주인이 되는 세상을 굳혀야 합니다.
피고와 같은 자들에게 머리카락 한 오라기라도 헛점을 보여줘서는 안 됩니다.
피고와 같은 자들을 철사줄로 묶어 돌로 처죽이는 것을 망설여서는 안 됩니다.
피고와 같은 자들이야말로,
정의-평화-평등을 파괴하는 반인류적-반인륜적 바이러스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피고와 같은 자들에게 관용을 베풀면,
내일 우리 혁명적 인민들이 저같은 자들에 의해 떼죽임당합니다.
모레는 우리의 처자식들이 능욕당하고 떼죽임당합니다.
그래서 본 재판장은,
정의-평화-평등-진보를 위해,
피고를 녹슨 철사줄로 묶어 돌로 처죽일 것을 선고합니다!"  

 


▲ 모택동의 문화혁명이 무엇이었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뉴데일리 DB

모택동의 문화혁명이 무엇이었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진. 인민재판이란 이런 것이다. ⓒ뉴데일리 DB

▲ 모택동의 문화혁명으로 죽은 사람 숫자는 많게는 1천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뉴데일리 DB

모택동의 문화혁명으로 죽은 사람 숫자는 많게는 1천만명에 달한다는 주장도 있다.
인민재판으로 무수한 사람들이 죽어나갔다.ⓒ뉴데일리 DB

 


■ 판사 김씨의 주장 2
"현정권은 법치주의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한 양심적 검사를 모두 제거하였다.
국정원 선거개입에 대해 꿋꿋하게 수사하던 채동욱도,
"사생활에 꼬투리가 잡혀" 희생당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각종 언론은 이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하였다."

 

▲ 김동진 판사는 채동욱 검찰총장이 양심적인 사람이라고 평했다. 이 말에 동의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뉴데일리 DB

판사 김씨는,
채동욱과 그 호위무사 및 그 패거리를 두고
"법치주의를 위해 고군분투한 양심적 검사"라고 추켜 세운다. 
채동욱과 그 패거리는 피고들을 압박해서 자살하게 만들었고,
바다이야기 수사를 축소했으며,
존재하지 않는 증거를 찾는답시고,
"미 법무성과 트위터 본사에 자료를 요청하겠다"고 위험한 허풍을 떨었다.
특히 이 3번째 허풍은 매우 위험하다.
인터넷 사용자에 관한 개인 정보와 직결되기 때문에,
미 법무성과 트위터 본사가 협조할 리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깡통진보 떼촛불은,
"친미 정부가 종주국 미국의 비호를 받고 있다"
라고 악을 쓸 판이다.
검찰이 나서서 깡통진보 떼촛불에 기름을 끼얹는 행위---
어디서 본 수법 아닌가?

2002년 여름, 정치검사 유재만은,
대한민국 법무부의 이름으로 미국에 대해
"(효순 미선 사건 관련)작전중 교통사고 피의자들을 대한민국 법정으로 넘겨라"라는 말도 안되는 주장을 했다.
이런 식이면,
아프간에 나간 우리 병사가 작전중에 일으킨 교통사고에 대해서도 아프간 법정에서 재판 받아야 하나?
유재만의 이 도발적 행동에 의해 반미감정이 극도로 악화되었고,
이는 2002년 가을의 대규모 시위로 이어졌고,
이는 다시 노무현 당선으로 이어졌다. 

그러나 유재만은 약과다.
채동욱 및 그 패거리의 행태는, 
국정원-미 법무성-트위터 본사를 싸잡아서,
[반미 민주화 투쟁]
을 위한 고성능 폭약을 제조하려 기도했다고 밖에 해석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판사 김씨는 채동욱에 대해
"양심적이고 꿋꿋한 검사로서,
국정원 사건을 조사하다가,
사생활이 꼬투리가 되어 물러났다"
라고 역성든다.

판사 김씨의 눈에는,
자신의 아이를 "해당아동"으로 부르는 패륜이 양심이고 꿋꿋인가?
판사 김씨의 양심과 정의는,
[우덜식] 양심, [우덜식] 정의일 뿐이다. 

 

"우리는 양심적이고 정의로운 사람들이다.
너희는 사악하고 불의한 버러지들이다!"

 ==> 이같은 맹렬한 [우덜식] 도덕감, [우덜식] 정의감은 인민재판장에 어울리는 성정일 뿐,
대한민국 판사에는 어울리지 않는다. 

편집자 주 :
[우덜식]이란 표현은,
전라도 억양으로 [우리들식]이라고 하는 것을 비꼬아 말하는 것을 뜻한다.

보수 정치풍자 사이트인 일베(일간베스트)에서 쓰이면서 널리 알려졌다.


대한민국의 판사는, 
기본적으로,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사람이다.

 

"세상 일이란,
이해관계-관점-이익이 충돌하고 갈등을 빚는 수가 있다.
이같은 긴장과 갈등이 법원에까지 오게 되는 경우,
어느 한 편에 대한 선입견 없이 절차와 사실만을 기초로 판단해야 한다"

 


■ 판사 김씨의 주장 3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어야 되었다."

 

판사 김씨는 이렇게 주장한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이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는데,
그 책임이 해경에 있다!"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른 거짓 선동이다.
세월호는,
"당연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이지,
"당연히 대부분 구조됐어야 할 사고"가 아니다.  

봄, 찬 바다에서,
바다 한 가운데에서 배가 드러누우면,
수많은 사람이 죽어나갈 수 밖에 없다.

죽음의 가장 중요한 책임은,
애초 일어나지 않았어야 할 사고가 일어났다는 데에 있다.
그 책임은 청해진과 해운조합에 1차적으로 있으며,
선실을 걸어잠그고 도망나온 선장 및 선원에게 2차적으로 있으며,
청해진/세모그룹을 회생시켜준 DJ, 노무현 정부에 3차적으로 있으며, 
그로부터 골프채-뇌물 받아먹은 국회의원 및 범털들에게 4차적으로 있다.

그럼에도 판사 김씨는 사리를 따지지 않은 채,
그나마 2백 명 가까이 구조한 "해경을 때려잡아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애꿎은 사람을 목표물로 삼아,
"저 놈 잡아죽이자! 저 놈이 반역이다"라고 주장하는 것은,
대한민국 판사의 몫이 아니라 인민재판장의 몫이다.


판사 김씨의 주장 4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 이것은 궤변이다!...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이다."

 

북한 통전부의 대남선동에 대해 반박하는 것은 정치행위이지만,
선거개입(특정 후보의 당락을 목적으로 한 행위)은 아니다.

만약 어떤 이상한 후보가,
북한 대남선동 덕 좀 보겠다고 NLL 내주고, 북핵 용인하자고 주장한다면,
그건 그 후보가 북한을 역성든 것이기 때문에,
그에 반박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선거개입을 물을 수 없다.

[정치개입] [선거개입]은 명백하게 다른 것이다.
인간은 정치적 동물이다.
인간의 대부분의 행위는 정치적 의미-차원에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판사 김씨는,
"북한 통전부 주장에 반박하기 위한 국정원의 모든 행위는 정치 행위이며,
이는 결국, 선거개입이다"
라는 취지의 주장을 한다.
판사 김씨는,
북한 통전부, 북한 전체주의에 대해 터뜨려야 할 분노를 대한민국 국정원을 향해 터뜨리고 있는 것이다.
참으로 인민재판장 다운 태도다.
오직 감탄스러울 뿐이다.

게다가, 판사 김씨는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
이라는 엄청난 주장을,
아무런 실체적 증거도 없이 태연히 써갈겼다.

만약 내가,
"판사 김씨가 청년 시절 김일성주의에 심취해서 북한을 조국으로 알았던 사람이라는 사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한 사실"
이라고,
내게 아무런 실체적 근거가 없는 주장을 태연히 한다면,
판사 김씨는 나를 반쯤 잡아 죽이겠다고 설칠 게다.

요약하자.

  • 판사김씨는,
    아무 근거 없이 "현정부는 패권정치 정부이다"라고 주장했다.

  • 판사김씨는,
    알려진 사실과 달리,
    "채동욱은 양심적 검사이며, 이같은 양심적 검사들은 모두 제거됐다"
    라고 주장했다.

  • 판사 김씨는,
    "국정원 선거개입을 수사하려던 뜻 있는 검사들은 죄다 쫓겨났다"라는 취지로 미화했지만,
    채동욱 일당의 의도는,
    양심적 수사가 아니라,
    국정원의 대북심리전-미법무성-트위터 본사를 한 번에 싸잡아,
    악마로 낙인찍기 위한 고도의 정치공작이었다.

  • 판사 김씨는,
    "세월호에서 당연히 구조될 수 있던 사람이 엄청 죽었고, 그 책임은 해경에 있다"라고 선동했다.
    세월호는,
    "당연히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사고"
    이지,
    "당연히 대부분이 구조될 수 있던 사고"가 아니었다.
    해경은 나름 최선을 다해 인명을 구조했다.

  • 판사 김씨는,
    "국정원의 댓글이 선거개입이란 것은 명백한 사실이며, 삼척동자도 다 안다"라고
    거짓을 단정하여 [참]이라 주장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북한 통정부의 주장에 반박하는 정치 행위는 곧 선거 개입이다"라는 명제를
    진하게 함축하는 주장을 했다.

이것이 다섯 항목으로 요약되는 판사 김씨의 이번 언행을 보고 드는 결론은 하나다. 

 

"김씨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판사보다는, 
oo 공화국의 떼법주의 인민재판장에 훨씬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 조선일보가 정리한 국내외 법관 윤리 기준ⓒ조선일보

 

<아래는 판사 김씨의 글 전문>

"법치주의는 죽었다"

 

판사와 검사의 책무는 법치주의를 수호하는 것이다. 선거에 의하여 다수의 지지를 얻은 정권은 때때로 힘에 의한 ‘패도정치(覇道政治)’를 추구한다. 소수의 권력자들이 국가의 핵심기능을 좌지우지하고, 법에 의한 통치가 아니라 권력자들의 마음 내키는 대로 통치를 하는 경우에는, 그것이 아무리 다수결의 선택이라고 하더라도 헌법정신의 한 축인 ‘법치주의(法治主義)’를 유린하는 것이다.

헌법이 판사와 검사의 독립성을 보장해 주면서 “법과 양심에 따라 재판에 임하라”고 하는 준엄한 책무를 양 어깨에 지운 것은, 판사와 검사는 정치권력과 결탁하지 아니한 채 묵묵히 ‘정의실현(正義實現)’의 길을 걸어야 한다는 대의명분이 전제돼 있는 것이다. 국민들이 판사와 검사에게 ‘신뢰(信賴)’를 부여한다면, 우리들은 그것을 고마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며 우리들의 심연(深淵)에 있는 출세욕, 재물욕, 공명심과 같은 인간으로서의 모든 사심(私心)을 떨쳐 버려야 한다.

그런데, 현재의 나는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는 상황을 보고 있다.

2013년 9월부터 올해의 이 순간까지 다수의 지지를 받고 있는 현 정권은 ‘법치정치’가 아니라 ‘패도정치’를 추구하고 있으며, 그런 과정에서 법치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고군분투(孤軍奮鬪)한 소수의 양심적인 검사들을 모두 제거하였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에 관하여 의연하게 꿋꿋한 수사를 진행하였던 전임 검찰총장은 사생활의 스캔들이 꼬투리가 되어 정권에 의하여 축출되었다. 2013년 9월부터 10월까지 검사들을 비롯한 모든 법조인들은 공포심에 사로잡혀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밝히려고 했던 검사들은 모두 쫓겨났고, 오히려 국정원의 선거개입을 덮으려는 입장의 공안부 소속 검사들이 국정원 댓글사건의 수사를 지휘하게 되었다. 한 마디로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며, 대한민국의 역사와 관련된 중요한 재판이 한 편의 ‘쇼(show)’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각종 언론은 이런 상황을 옹호하면서 나팔수 역할을 하였다. 내가 바라본 2013년의 가을은 대한민국의 법치주의가 죽어가기 시작한 암울한 시기였다.

2014년 4월 16일에 세월호 참사가 발생하였다. 당연히 구조됐어야 할 수많은 사람들이 어이없게 죽었다. 인명구조를 담당한 해경의 대응에 직무유기적인 형사책임의 요소가 있었으므로, 마땅히 그런 내용에 초점을 맞추어 언론보도가 이루어져야 했고, 또한 검찰이 선장과 선원 등을 수사함에 있어서도 해경의 구조 담당자들을 아울러 수사했어야 했다.

그런데 법치주의 정신에 입각해 보면 당연히 진행돼야 할 이러한 과정들이 정권에 의하여 차단이 되었고, 국민들은 현 정권이 뭔가를 은폐한다는 의혹을 품은 가운데 사태가 커지는 형국으로 전개되었다.

6/4 지방선거와 7/30 재보궐선거에서 현 정권이 승리하면서 이런 기세는 한풀 꺾였지만, 세월호 유족들은 아직도 민간기구(특별조사위원회)에게 수사권과 공소권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것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는 어제 국정원 댓글 판결을 선고하였다.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정치개입’을 한 것은 맞지만, ‘선거개입’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면서 공직선거에 관한 무죄판결을 선고하였다. 그리고 위법적인 개입행위에 관하여 말로는 엄벌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실제로는 동기참작 등의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슬쩍 집행유예로 끝내 버렸다.

나는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찾아 출력한 다음 퇴근시간 이후에 사무실에서 정독을 하였다. 판결문은 204쪽에 걸친 장문(長文)인데, 주로 개별적인 증거들의 취사선택에 관하여 장황하게 적혀 있고, 행위책임을 강조한다는 원론적인 선언이 군데군데 눈에 띄며, 이런저런 이유를 대며 『선거개입의 목적』에 대한 입증이 부족하다고 하면서 공직선거법위반죄를 무죄로 선고하였다.

판결문을 모두 읽은 후에, 나는 이런 의문이 생겼다.

(1) 2012년은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인데, 원세훈 국정원장의 계속적인 지시 아래 국정원 직원들이 조직적인 댓글공작을 했다면, 그것은 ‘정치개입’인 동시에 ‘선거개입’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도대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이라는 것은 뭘 말하는 것일까?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가 국민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것일까? ... 이것은 궤변이다!

(2) 판결문의 표현을 떠나서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독백을 할 때, 정말로 그렇게 생각할까? 『원세훈 국정원장에게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니...』 허허~~ 헛웃음이 나온다.

(3) 재판장은 판결의 결론을 왜 이렇게 내렸을까? 국정원법위반죄가 유죄임에도 불구하고 원세훈 국정원장에 대하여 집행유예를 선고하였으니, 실질적인 처벌은 없는 셈이다. 대통령선거가 있었던 해에 국정원장이 정치적 중립의무를 저버리고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처리해도 되는 것인가? 이 판결은 ‘정의(正意)’를 위한 판결일까? 그렇지 않으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심사를 목전에 앞두고 입신영달(立身榮達)에 중점을 둔 ‘사심(私心)’이 가득한 판결일까? ...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근본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

다시 돌아와서, 판사님들과 법원 가족들에게 고사 성어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중국의 고사 성어에는 ‘지록위마(指鹿爲馬)’라는 말이 있다. 그 이야기는 다음과 같다.

진시황이 죽은 후 환관 조고는 권력을 잡고서 허수아비 왕 호해에게 사슴(鹿)을 바치면서 “말(馬)입니다.”라고 말했다. 왕인 호해는 “왜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합니까?”라고 말하며 신하들에게 물어보았는데, 대부분의 신하들이 조고의 편을 들면서 “말이 맞습니다.”라고 말했다. 단지, 몇 명의 신하들만이 “말이 아니라 사슴입니다.”라고 진실을 말했는데, 환관 조고는 나중에 진실을 말했던 그 신하들을 모두 죽여 버렸다.

한 마디로 말하겠다. 나는 어제 있었던 서울중앙지법의 국정원 댓글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 국정원이 2012년 당시 대통령선거에 대하여 불법적인 개입행위를 했던 점들은 객관적으로 낱낱이 드러났고, 삼척동자도 다 아는 자명(自明)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명백한 범죄사실에 대하여 담당 재판부만 “선거개입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내렸다. 이것이 지록위마가 아니면 무엇인가? 담당 재판부는 ‘사슴’을 가리키면서 ‘말’이라고 말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사법시스템을 신뢰하지 않고 있다. 2013년에 형사정책연구원이 성인남녀 177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법집행의 공정성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3%가 “돈과 권력이 많으면 법을 위반해도 처벌을 받지 않는다.”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데 유용한 수단으로 “법(法)”을 꼽은 응답자는 43%로서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지어 3년 전에 전국의 성인남녀 2937명을 대상으로 한 법률소비자연맹의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42%가 “법을 지키면 손해”라고 대답해 법치주의에 대한 불신이 팽배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14. 3. 26.자 세계일보 참조).

사법부가 국민들의 상식과 순리에 어긋나는 『지록위마의 판결』을 할 때마다, 국민들은 절망한다. 지인들은 나에게 말하기를 “제발 상식이 통하는 사회에서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국민들은 더 큰 “뭔가”를 원하는 것도 아니다. 제발 상식과 순리가 통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 논어에 ‘무신불립(無信不立)’이란 말이 있다. 신뢰가 없는 곳에는 국가가 존립할 수 없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 덧붙이고자 한다. 나는 2012년 대통령선거 당시에 여당/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 누군가 “편 가르기” 풍조에 입각하여 나를 향하여 “좌익판사”라고 매도한다면, 그러한 편견은 정중히 사양하겠다. 나는 판사로서, 대한민국의 법치주의 몰락에 관하여 말하고자 할 뿐이다. ... 법치주의 수호는 판사에게 주어진 헌법상의 책무이다!!!



박성현 저술가/뉴데일리 주필.
서울대 정치학과를 중퇴하고,
미국 조지워싱턴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0년대 최초의 전국 지하 학생운동조직이자
PD계열의 시발이 된
'전국민주학생연맹(학림)'의 핵심 멤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이 사건에 대해 재심을 청구하지도
민주화보상법에 따른 보상도 일체 청구하지 않았다. 

한국일보 기자, (주)나우콤 대표이사로 일했다.
본지에 논설과 칼럼을 쓰며,
두두리 www.duduri.net 를 운영중이다.

저서 : <개인이라 불리는 기적> <망치로 정치하기>
역서 : 니체의 <짜라두짜는 이렇게 말했지>
웹사이트 : www.bangmo.net
이메일 : bangmo@gmail.com
페이스북 : https://www.facebook.com/bangmo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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