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개조 수준 개각 이미 어려워, 인사권위도 잃어...60년 적폐 어떡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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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신도 결단력도 그렇고 책임감도..."

    대통령에 대한 불편한 감정들이 막 쏟아진다. 그것도 집권 2년차, 여당 의원들의 입에서다. 아무리 편한 사람들과 만난 사석이지만, 좀처럼 보기 힘든 광경이다.

    "그래도 무슨 생각이 있으시겠지."

    가장 선배 의원이 분위기를 자제시킨다. 자리를 함께 한 사람들은 '아차' 하는 표정이지만, 그래도 방안 공기는 여전히 차갑다.


    박근혜 정부가 기로에 섰다.
    말도 많고 탈도 많던 '인사' 때문이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 논란으로 터져나온 불만이지만,
    문제는 국무총리 인사 하나 때문이 아니다.

    항상 긴 고민((長考)) 끝에 내놓는 악수(惡手).
    결단력의 문제다.

    또 위기에 직면했을 때 대통령과 청와대가 활로를 열어주지 못해 생기는 더 큰 위기.
    책임감의 부재다.


  • 문창극 사태는 이런 박근혜 인사의 총체적 문제를 모두 보여준다.
    그동안은 인사 문제가 터질때마다 어찌어찌 넘어갔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집권 2년차에 '레임덕'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는 입밖으로는 낼 수 없지만 예정된 수순으로 받아들여진다.


    1. 세월호 참사 이후 외친 국가개조 수준의 개각은 이제 물건너갔다.

    문창극 후보에 대한 사실상 지명철회를 시사했음에도 문 후보자는 버티고 있다.
    문 후보가 총리에 임명된다 하더라도 국정을 지휘할 동력은 잃은 상태다.
    문 후보가 아닌 다른 총리 후보자를 내세운다고 해도 역시 마찬가지다.
    적폐를 드러내는 총 지휘관인 국무총리 인사에 완전히 실패했다.


    2. 대통령의 최고 권한인 인사권의 권위를 잃었다.

    자신이 임명한 국무총리 후보자를 지켜주지도 못했고, 그렇다고 물러나게 하지도 못했다.
    여당 내 반란표와 언론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한 '무능력함' 이던지,
    후보자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란 '무책임한' 생각이었는지는 중요치 않다.

    박근혜 대통령은 더 이상 '문창극' 같은 강력한 국정드라이브를 걸 동력을 놓쳐 버렸다.

    문창극 후보가 총리가 된다 하더라도,
    아니면 또 다른 사람이 그 자리에 오른다 하더라도
    내각 구성원들은 박 대통령을 예전처럼 믿고 따르기 힘들어졌다는 얘기다.

    이는 계속된 문제를 낳았던 '수첩인사'로 다시 되돌아갈 수 밖에 없는 결과를 낳았다.

    퇴임까지 유능한 인재등용보다는 회전문 인사를 계속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진 셈이다.


  • ▲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조국수호자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 뉴데일리
    ▲ 카자흐스탄을 국빈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이 조국수호자 기념비에 헌화하고 묵념하고 있다. ⓒ 뉴데일리

    그래도 이제 집권 2년차다.
    달려온 시간보다는 앞으로 이끌어나가야 할 시간이 더 길다.

    마지막 기회는 있다.

    박 대통령은 21일 오후 5박6일간의 중앙아시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최소한 한번은 문창극 후보를 지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세상을 자신들이 움직인다 교만하는 '웰빙 새누리당'이 정신을 차린다.

    설령 문창극 후보를 놓아줘야 한다고 하더라도 또다른 문창극을 또 내세워야 한다.
    그래야 박 대통령이 그토록 외친 국가개조와 60년 적폐를 드러낼 수 있다는 건 말할 필요도 없다.

    또 그래야 진짜 벼랑 끝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다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사진 = 이미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