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회견 전 청와대와 사전 교감…의혹 적극적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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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 총리 내정 14일 만이다.   ⓒ 뉴데일리
    ▲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는 24일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 총리 내정 14일 만이다. ⓒ 뉴데일리

       

     


    “스스로 사퇴하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을 돕는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가 퇴장했다.
    지난 10일 박근혜 대통령으로부터 후보 지명을 받은 지 14일 만이다. 문 후보자는 이날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자진사퇴의 뜻을 밝혔다.

    문 후보자는 시종일관 적극적이었다.
    종교‧역사관 등 자신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항목별로 반박했다. 
    문 후보자는 자신의 조부인 ‘문남규’를 직접 검색해볼 것을 강권하기도 했다.

    전일 국가보훈처는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조부가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문남규 선생이라고 인정했다. 친일 논란에 휩싸인 문 후보자의 실추된 명예를 회복시켜 사퇴 명분을 만들어 준 것이다.

    그는 특히 신앙문제에 관해서는 “개인은 신앙의 자유를 누린다. 평범했던 개인시절 신앙에 따라 말씀드린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항변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옥중서신에서 신앙을 고백했는데 저는 안되고 김대중 대통령은 괜찮은 것이냐”고 강하게 반문했다.

    끝내 국회에 인사청문을 요청하지 않은 박근혜 대통령을 향한 섭섭함도 감추지 않았다.

    문 후보자는 총리직을 수락하게된 배경으로 “박근혜 대통령께서 나라에 근본을 개혁하시겠다는 말씀에 공감했다. 분열된 이 나라를 통합과 화합으로 끌고 가시겠다는 말씀에 조그마한 힘이지만 도와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를 이 자리에 불러주신 분도 그 분이시고 저를 거두어드릴 수 있는 분도 그 분”이라고 했다.  

    “제가 총리 후보로 지명 받은 후 이 나라는 더욱 극심한 대립과 분열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께서 앞으로 국정 운영을 하시는데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됐다. 또 이 나라의 통합과 화합에 조금이라도 기여코자 하는 저의 뜻도 무의미하게 됐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앙아시아 순방길에 오르고 있다. ⓒ 뉴데일리

     

     

    반면에 박근혜 대통령은 꽁꽁 숨었다.
    지난 21일 중앙아시아 순방에서 귀국한 박 대통령은 이날까지 국회에 문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을 보내지도 않았고 자신의 인사를 철회하지도 못했다. 사퇴 여론과 여야의 공세에 밀려 인사를 밀어 붙이지도, 인사 실패를 인정하지도 못했다.

    대통령의 최고 권한인 인사권의 권위는 신기루가 됐고 세월호 참사 이후 외친 국가개조 수준의 개각은 실종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갈팡질팡하는 동안 지지율은 40%대로 추락, 국정수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질렀다.

    문 후보자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발표는 닷새 전 “임명 동의안을 귀국 후 재가 검토하겠다”가 끝이었다. 

    사실상 인사청문회를 거부한 국회를 향해 신랄하게 비판한 문 후보자와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문 후보자는 기자회견 도중 “대통령이 총리 후보를 임명했으면 국회는 법 절차에 따라 청문회를 개최할 의무가 있다. 그 청문회 법은 국회의원들이 직접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당 의원은 물론 여당 의원 중에서도 많은 이들이 이런 신성한 법적 의무를 지키지 않고 나에게 사퇴하라고 말했다. 국회가 법을 깨면 이 나라 법은 누가 지키겠나?”라고 반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이날 주재하기로 했던 국무회의를 취소했다.
    중앙아시아 순방 여독이 풀리지 않았다는 게 이유였다. 문창극 총리 후보자의 결단을 압박한 것이다. 문 후보자는 사퇴 기자회견 전 청와대와 사전 교감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