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사 1~3년차 기자 40여명,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문 올려"왜 우리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나?" 세월호 보도 자아비판
  • 팽목항에선 KBS 잠바를 입는 것조차 두려웠다.


    KBS 입사 1~3년차 기자들이 사내보도정보시스템을 통해 세월호 참사 보도를 자성하는 '집단 반성문'을 올린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에 따르면 지난 7일 2012~2013년 입사한 38~40기 취재·촬영 기자들이 사내 보도정보시스템에 '반성합니다'라는 A4 12장 분량제목의 글을 올려 세월호 참사를 취재하며 겪은 심정을 피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38~40기 취재 및 촬영 기자 40여 명이 동의해 10명이 대표로 쓴 글에서 이들은 "사고 현장에 가지 않고 리포트를 만들었고,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다"고 토로했다.

    유가족들이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울부짖을 때 우리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었습니다. 우수한 인력과 장비는 정부 발표를 비판하라고 국민들로부터 받은 것 아닌가요? 왜 우리 뉴스는 대통령에게 책임을 묻지 않는 건가요?


    이들은 "자신들이 받은 우수한 장비는 정부 발표를 검증하고 비판하라고 국민으로부터 받은 것"이라는 견해를 내비치는가하면, 세월호 침몰 사건과 관련, 대통령과 정부 당국에 책임을 묻지 않는 보도 행태를 지적하는 등 기사에 '비판 의식'이 결여된 것을 문제 삼았다.

    심지어 어떤 기자는 자신을 가리켜 "'기레기(기자+쓰레기)'로 전락했다"고 표현하며 현장에 가지도 않고 기사를 만들어내는 현실을 자아비판했다.

    매 맞는 것이 두려워 실종자 가족들을 만나지 않고 기사를 썼습니다. 우리는 현장이 없는 정부와 해경의 숫자만 받아 적으며 냉철한 저널리스트 흉내만 냈습니다. 욕을 듣고 맞는 것도 참을 수 있습니다. 다만 카메라를 들고 다니기가 부끄럽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현재 이 반성문은 특정 기자의 실수로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38~40기 기자들은 같은 취지의 성명서를 올려 세월호 보도에 관여한 모든 기자가 참석하는 대토론회를 제안했다.

    [사진 = KBS 방송 캡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