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연합뉴스)  한국이 엔화 약세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국제통화기금(IMF)의 보고서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IMF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의 해외생산비중이 증가했고 원·엔 환율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감소했다며 이같이 평가했다.

    경쟁 관계에 있는 양국 중 한 국가의 통화 가치가 떨어지면 다른 국가의 수출 가격 경쟁력은 하락해 환율은 수출에 큰 영향을 미친다. 특히 최근 아시아에서는 환율전쟁 우려가 고조되고 있어 IMF의 이번 보고서는 흥미롭다고 WSJ는 전했다. 현재 중국 당국은 위안화 가치 하락을 유도하고 있으며 일본은 엔화 약세를 가져올 수 있는 추가 통화 완화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 IMF는 지난 1월 한국에 외환시장 개입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기도 했다.

    IMF는 엔화 약세에 대해 한국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이유로 우선 과거 사례를 들었다.

    보고서는 지난 2008∼2012년 원화가 엔화 등 다른 주요 통화에 약세를 보여 한국 수출이 늘어났지만 일본 수출에 타격을 주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IMF는 이 기간 원화 약세로 늘어난 한국 수출의 70%는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이뤄졌지만 이 지역에서 일본의 수출은 안정적으로 유지됐다고 밝혔다. 중국과 동남아에서 한국과 일본의 수출품이 상호 보완적 관계에 있다고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또 원·엔 환율 변동에 대한 한국 수출의 민감도가 1990년대 후반 이후 절반 정도 떨어졌다고 밝혔다. 이는 정보기술(IT) 분야 등에서 양국의 주력 수출품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IMF는 설명했다. 한국은 스마트폰과 메모리 칩, 액정표시장치(LCD)가 주력 제품이지만 일본은 시스템 칩과 게임 관련 제품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 제조업체들이 생산 기지를 중국 등 저임금 국가나 선진국 시장에 가까운 국가로 옮긴 점도 엔저를 우려할 필요가 없는 이유로 보고서는 지적했다. IMF는 한국의 자동차 업체의 해외 생산 비중은 2008년 38%에서 2012년 73%로 늘어났고 스마트폰은 같은 기간 16%에서 80%로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오히려 한국이 엔저로 이득을 보는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일부 업종은 일본산 부품에 의존하고 있어 반도체와 LCD 등을 생산하는 데 필요한 일본산 초정밀 기계 등의 수입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WSJ는 원화에 대한 엔화 약세가 지속되면 한국 업체의 해외 시장 점유율이 줄어들 수 있지만 아시아의 복잡한 부품 공급망 등을 고려하면 엔저가 과거처럼 한국 수출에 큰 충격을 주지 않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