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보위부, 탈북자 남한행 시도만 해도 공개처형中조선족 남한 방문 후 3년 이내 북한 방문도 금지유우성, 주민등록증 있는데도 북한 제집 드나들듯
  • ▲ '화교남매 간첩사건' 간첩혐의자 유우성(왼쪽)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화교남매 간첩사건' 간첩혐의자 유우성(왼쪽)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속담에 ‘외지(外地)에 가면 동네 강아지만 만나도 반갑다’는 말이 있다. 낯선 땅 대한민국에서 참으로 외로운 탈북자들에겐 같은 탈북자를 만나는 것이 엄청 반갑고 위로가 되는 일이다.

    그런데 그렇게 믿고 의지하고 싶은 탈북자들 중에 다른 탈북자들의 신상 정보를 북한에 넘겨줘 북에 남아 있는 가족의 생명을 위협하고 불안에 떨게 하며 동료 탈북자를 살해하려고 하는 소위 탈북자 출신 간첩들이 속출하고 있어 가뜩이나 어려운 탈북민들의 남한살이에 주름이 깊어가고 있다.

    탈북해서 남한으로 가려고 시도했다는 이유만으로도 정치범 수용소로 보내지거나 공개 처형을 당하는 것이 일상사인 북한에 한 번도 아니고 두 세 번씩이나 드나들고도 시청 공무원으로 일할 수 있었던 화교 출신 탈북자 유우성의 정체는 누가 보더라도 비정상적인 것이다.

    북한 보위부는 중국 조선족들이 남한을 방문한 후 3년 이내에 북한을 방문하는 것도 철저히 금지시키고 있다. 남한 방문 경력이 있는 조선족이 북한에 오게 되면 설사 세관을 통과했더라도 찾아내 반드시 중국으로 추방시킨다.

    유우성은 북한 거주자로서 한국에 와 주민등록증까지 받고 생활했다. 이런 그가 북한을 제집 드나들 듯 했다는 것은 누가 보더라도 상식 밖의 일이다.

    유우성은 서울시청에 근무하는 점을 이용해 2만여명 탈북자들의 신상명세서도 북한 보위부에 넘겼다고 한다. 이런 간첩 행위자들은 철저한 조사를 통해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최근 상황은 주객이 전도돼 오히려 대한민국에서 열심히 생활하려는 탈북민들에게 엄청난 피해를 주고 사회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북한은 군중 이간(離間) 심리전을 말할 때 ‘민생단 사건’을 들먹인다. ‘민생단’ 사건은 일제 강점기에 일제가 한국인들을 이간(離間)시켜 서로 반목하고 질시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했다. 한국인들 중 일부를 매수해 프락치로 박아넣음으로써 서로를 불신하게 하고 갈등과 분열을 부추겨 스스로 무너지게 한다는 전략으로 북한 주민들에게는 너무도 익숙한 용어이다.

    최근 잇따르고 있는 탈북자 간첩 사건은 그 형태와 본질에 있어서 북한의 신판 ‘민생단’ 전술로 보인다. 화교 출신 서울시청 공무원이었던 유우성은 다른 것은 모두 제외하더라도 2만여 탈북자들의 명단을 북한보위부에 넘긴 것만으로도 간첩 행위를 한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유우성이 한국에 입국한 후에도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드나들었다면 북한 세관이나 국경경비대는 물론이고 중국 측 세관이나 공안원들을 매수해 이뤄진 불법 도강이었을 것이다. 이런 경우에는 설사 출입경 기록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폐기했을 가능성이 높으며 십중팔구는 기록에 남기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불법 출입경을 기록으로 남긴다는 것 자체가 도둑질을 스스로 자백하는 것이다. 돈을 주고 야밤에 드나든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멍청한 공무원은 중국이나 북한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이런 사정을 잘 아는 유우성은 남한 변호사들을 만나면서 법의 한계를 교묘하게 빠져나갈 구멍을 찾게 되었고 이것은 유우성 간첩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대한민국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탈북민 사회도 이로 인해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북한 보위부는 1980년대 후반부터 중국 방문자들 중에 북한으로 돌아오지 않는 주민이나 몰래 도강해 행방불명된 이들을 추적하기 위해 중국에 사람을 보내기 시작했다. 주민 중에 사람을 뽑아 중국 방문 증명서를 들고 중국을 방문토록 해 중국에 가서 돌아오지 않는 북한 주민들의 실태를 조사하고 이들을 강제북송시키는 일을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

    1990년대 들어 대량 탈북사태가 일어나고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이 급증하면서 보위부는 더 교묘한 방법을 쓰게 된다. 탈북이 북한 사회를 흔들 정도가 되자 이를 막기 위한 전략으로 위장 탈북자들을 파견해 탈북자 사회를 교란하고 탈북자들의 남한 내 입지를 약화시켰으며, 대한민국 국민들과 탈북자 간의 불신과 갈등, 분열을 조장했다.

    북한 보위부 입장에서 볼 때 북한 주민의 탈북을 방지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탈북자들의 자진 재입북이다. 이들이 북한으로 돌아와 탈북자들의 남한생활에 대해 증언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하나는 남아 있는 북한 가족들을 처벌하는 연좌제이다.

    유우성은 남한 공무원의 신분을 이용하여 탈북자의 신상정보를 북한에 넘겼다.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자 가족을 처벌하기 위한 것으로, 간첩 행위에 버금가는 반국가적이고 반인륜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 사건은 누구의 고발도 아닌 동생의 증언으로 인해 불거졌다.

    유우성 사태는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미 간첩으로 판명되어 법적 판결이 이루어진 사건까지도 조작된 것이라고 뒤집으며 언론을 통해 여론몰이에 나서고 있다. 북한 보위부가 대남심리전의 일환으로 시도하고 있는 대한민국 내부의 혼란과 국론 분열, 대한민국 국민과 탈북자 간의 의심과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물론 애매한 사람이 간첩으로 몰리는 일도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지만, 간첩이 자유민주주의 체제의 약점을 이용해 공권력을 뒤흔들고 국민의 혼란과 분열을 부추기는 이런 상황도 적극적으로 막아야 한다. 북에 남아 있는 수만명에 이르는 탈북자 가족들의 소중한 생명이 걸린 중대한 문제이다.

  • ▲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 뉴데일리DB
    ▲ 이애란 북한전통음식문화연구원장 ⓒ 뉴데일리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