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부동 내각에 강경 드라이브, 분위기 파악 못하고 불만 속출?
  • 박근혜 대통령은 화가 났고, 청와대는 빈정이 상해있다.

    복지부동(伏地不動)한 공직사회가 1차 원인이건만,
    일선 부처들은 여전히 분위기 파악 못한 채 불만만 쏟아낸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 신년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수동적인 태도와 정책개발-추진 의지가 약한 내각에
    [긴장하라]는 메시지를 꾸준히 던졌다.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져 나갈 때까지 무는 진돗개를 예로 들며
    적극적인 실천을 공직사회에 주문했고, 
    따끈따끈할 때 먹어야 하는 국수가 불어터지면 아무도 먹지 않는다는 말로
    신속한 법안 통과를 위한 노력을 촉구했다.

    하지만 내각과 공직사회는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고,
    참지 못한 박 대통령은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남북 고위급 회담에 청와대 인사를 수석 대표로 임명했고,
    청와대 국가안보실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를 흡수시키며
    외교안보 분야의 실질적 컨트롤타워로 부상시켰다.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 신설 계획도 발표했다.

    실적도 없고 개념도 잡지 못한 경제부처에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요구했지만,
    박 대통령이 원하는 수준을 채우지 못했다.

    결과는 기재부가 제출한 기획안 중 절반을 드러내 버리는 파격적인 [채점]으로 이어졌고,
    현오석 경제 부총리는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는 [송구하다]는 말만 연발했다.

  •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좌우에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앉아 있다. ⓒ 뉴데일리
    ▲ 박근혜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좌우에 정홍원 국무총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가 앉아 있다. ⓒ 뉴데일리
    살벌한 경고가 이어졌지만, 내각은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경제혁신 계획 담화문 발표가 있은 25일 이후,
    언론을 통해 약속이나 한 듯 각 부처의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신중한 대북 정책 결정을 해야 하는 부처의 역할이 사라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 통일부의 논리다.
    [불과 2달도 안되는 기간 동안 밤을 세워 3년간 계획을 만들어 올렸더니 하루만에 다 드러내 버릴 거면 경제부총리와 경제부처가 존재할 이유가 뭐냐]는 것은 기재부 등 경제부처의 항변이다.
    일부 언론들도 부처의 논리를 대변해 박 대통령의 강경 드라이브에 우려를 내놓고 있다.
    청와대는 이를 잠자코 지켜보고 있다.
    부글부글 속을 끓지만, 당장 어찌할 방법이 있어보이진 않는다.
    몇번은 묵혀둔 개각설이 다시 솔솔 나오지만, 입은 닫고 있다.
    3년4개월만에 재개된 이산가족 상봉으로 남북 관계에 모처럼 훈풍이 불기 시작했고,
    경제개발 3개년 계획을 막 발표한 이 때, 
    주무부처인 외교.통일.경제 내각을 갈아치우는 건 명분 찾기 쉽지 않은 일이다.
    6.4지방선거를 앞두고 야당의 공세판으로 전락할 장관 인사청문회를 만드는 것도 부담스럽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의 기류는
    선거보다 국정운영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고,
    이는 박 대통령이 행동으로 보여주는 방침이다.
  • ▲ 망언과 부적절한 태도 논란으로 낙마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 뉴데일리
    ▲ 망언과 부적절한 태도 논란으로 낙마한 윤진숙 전 해양수산부 장관 ⓒ 뉴데일리
    한 청와대 관계자의 말이다.
    "누구든지 실수를 하면 윤진숙 처럼 짐을 쌀 수 있다.
    이미 옐로카드를 받은 현오석 부총리도 예외가 아니다.
    인사청문회나 선거가 부담스러워 국정운영에 속도를 늦추는 것은
    박 대통령의 철학과 전혀 맞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