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시정 안하면 법외노조...전교조 “거부! 내달 중순 대규모 연가투쟁!”
  •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된 연합뉴스 방송화면.ⓒ YTN 화면 캡처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된 연합뉴스 방송화면.ⓒ YTN 화면 캡처

    6만여명의 교사들이 가입해 있는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정부의 시정명령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시정명령 거부에 따라 [법외노조]로 통보를 받는 상황이 빚어지더라도
    이를 감수하겠다며,
    오히려 정부의 조치가 헌법에 반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정부 시정명령이 적법하다고 판단한 대법원 판결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을 하지 않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

    특히 정부의 시정명령에 반발해
    다음 달 준비하고 있는 대규모 [연가(年暇)투쟁]에 대해서는
    [합법적 권리]를 강조하는 모순을 드러냈다.

    초중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이,
    현행법령에 대한 거부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히고,
    정부의 행정처분에 맞서 대규모 집회를 예고하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회장 안양옥, 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위원장 김정훈, 전교조)은
    중견언론인들의 모임인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다양한 교육 현안을 놓고 날선 공방을 벌였다.

    25일 열린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치적 이념적 논쟁으로 번진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문제,
    정부의 시정명령 거부에 따른 [전교조 법외노조] 논란 등
    민감한 이슈들을 놓고 날카로운 설전이 벌어졌다.

    먼저, 고교 한국사교과서 논란에 대해
    안양옥 <교총> 회장은,
    속칭 진보진영의 [교학사 교과서 죽이기]를 강하게 비판했다.


  •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총 회장과 전교조 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안양옥 한국교총 회장이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총 회장과 전교조 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교육부가 나서
    <교학사> 교과서뿐 아니라
    나머지 7개 출판사 교과서에 대해 적극적인 검증을 해야 한다.

    7개 교과서를 정답이라고 하면서,
    <교학사> 교과서만 단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교학사> 교과서가 안고 있는 오류들은 다른 교과서들도 그대로 담고 있다.

       - 안양옥 <교총> 회장


    이에 반해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은,
    <교학사> 교과서를 [친일파 교과서]로 폄하하면서 [검정 합격 취소]를 거듭 주장했다.


  •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총 회장과 전교조 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이 25일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한국교총 회장과 전교조 위원장 초청 관훈토론회에서 기조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8종 모두 팩트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교학사> 교과서의 관점은 식민지적 관점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당장 검정합격을 취소해야 마땅하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이날 토론회의 최대 쟁점은
    <전교조>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법외노조] 통지와 관련된 사안이었다.

    현행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동조합법)은
    근로자 아닌 사람에게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는 단체는
    [법률상 노조]가 아니라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같은 법 2조 4호 라목).

    나아가 <노동조합법>은
    법률에 따라 설립을 완료한 합법노조가
    비근로자도 조합원이 될 수 있도록 규약을 개정한 경우
    시정명령을 내리고, 30일 안에 위법을 시정하지 않으면
    [법외노조] 통보를 하도록 하고 있다
    (같은 법 시행령 9조 2항).

    <전교조>는 합법노조 신고 당시 정부에 제출한 규약을 고쳐,
    해직교사에게도 조합원 자격을 인정하고 있다(전교조 규약 제9조).

    <전교조>의 현행법 위반 사실을 확인한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은 고용부는
    2010년 11월 규약 개정을 명령했다.

    이에 대해 <전교조>는 고용부의 시정명령이
    노동조합의 자주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규약 개정을 거부했다.

    고용부는 지난해 <전교조>에 다시 한 번 시정명령을 내렸지만
    규약 개정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교조>가 노골적으로 규약 개정을 거부했으나
    정부는 노동계의 눈치만 살피며 [법외노조] 통보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이 때문에 고용부가 직무를 유기하면서
    <전교조>의 위법을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고용부가 [법외노조] 통보를 미뤘지만,
    <전교조>가 현행법을 위반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에
    합법노조로서의 권리를 상실한 [법외노조]와 다름이 없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무엇보다 대법원이
    고용부 시정명령의 적법성과 <전교조>의 위법성을 확인한 만큼,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된 연합뉴스 방송화면.ⓒ YTN 화면 캡처
    ▲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와 관련된 연합뉴스 방송화면.ⓒ YTN 화면 캡처

    앞서 <전교조>는
    2010년 고용부로부터 1차 시정명령을 받은 직후 법원에 행정소송을 냈으나
    대법원은 <전교조>의 현행법 위반 사실을 인정하면서 고용부의 손을 들어줬다.

    이런 가운데 고용부는 지난 23일 <전교조>에 대해 세 번째 시정명령을 내렸다.

    고용부는 시정명령을 통해
    규약 개정 시한을 다음달 23일로 못 박고,
    이 기간 안에 해직교사 등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을 개정하지 않는다면
    법령에 따라 [법외노조]임을 통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0월 23일까지 규약을 시정하지 않으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시행령에 따라
    노조로 보지 않음을 통보할 예정.


    이에 대해 <전교조>는 위헌가능성을 이유로 규약 개정을 거부하고 있다.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가 법률이 아닌 시행령에 있어 헌법에 반한다는 논리다.

    그러나 <전교조>는
    대법원이 이미 고용부 시정명령의 적법성을 인정한 사실은 철저하게 외면했다.

    이날 토론에 나선 김정훈 위원장 역시
    같은 주장을 반복하면서 규약을 개정할 뜻이 없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결로 위헌시비가 사실상 사라졌다는 점은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법외노조]가 되고 싶지는 않지만
    정부의 방침을 거부한 결과가 [법외노조]라면 감수할 것.

    <전교조> 안에 해직 조합원은 모두 22명이다.
    이 가운데 9명이 <전교조> 안에서 직책을 가지고 있다.
    <전교조>가 그들(해직 조합원)을 내친다면 누가 조합원을 계속하겠느냐.

    노동조합법에는 활동 중인 노조를 해산하거나 최소할 근거가 없다.
    다만 시행령에 그런 조항이 있는데 이는 위헌이다.
    고용노동부 차관도 이는 위헌이라고 밝힌 바 있다.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전교조>가 밝힌 소속 교사 [연가투쟁]에 대해서는 [법적인 권리]라고 강변했다.

    <전교조>는
    해직교사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한 규약을 시정하라는 정부의 명령에 맞서
    다음달 18, 19일 이틀간 [연가투쟁]을 벌인다고 선언했다.

    연가는 법적인 권리이고 노동단체도 단체협상권이 있다.


    <전교조>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는
    정치나 이념 성향을 떠나 [교육자]가 행할 처신은 아니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자신들에게 이익이 되면 판례를 적극 이용하고,
    불리하면 이를 무시해도 된다는 인식을 가진 이들이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국가관]을 심어 줄 수 있겠냐는 것이다.

    대법원 확정판결마저도
    조직에 이익이 되느냐의 여부에 따라 인용하거나 또는 무시한다면
    필요에 따라서는 [헌정질서]마저 부정할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이 없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 차관이
    [법외노조] 통보의 근거 규정인 시행령 9조 2항을
    [위헌]이라고 했다는 주장 또한 과장된 것이다.

    현 정부 출범 직전인 올해 초
    고용노동부 차관은 시민사회단체 원로들에게
    <전교조>에 대한 [법외노조] 통보를 미룬 배경을 설명하면서,
    일부에서 김정훈 위원장이 말한 것과 같은 의견을 낸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즉 김정훈 위원장의 발언은
    고용노동부 차관이 자신들의 [직무유기]에 대한 비판 여론을 무마하기 위해 내놓은
    변명거리를 침소봉대(針小棒大)한 것에 불과하다.

    안양옥 회장은 김정훈 위원장의 발언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안양옥 회장은
    <전교조>가 자신들의 과오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을 보이는 것이 먼저라고 말했다.

    국민적 지지를 받으려면 먼저 법부터 따라야 한다.
    법을 지킨 뒤 문제가 있으면 나중에 법을 고치려고 노력하는 것이 맞다.


    <전교조> 교사들의 [연가투쟁]에 대해서는
    학생들의 [학습권 침해]를 이유로 반대한다고 말했다.

    학교가 한꺼번에 마비되면 국민적 신뢰와 지지를 잃을 것.


    일부 전교조 교사들의 [좌편향 수업] 문제에 대해서도
    두 사람은 전혀 다른 입장을 나타냈다.

    안양옥 회장은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정치 이념 수업] 중단을 약속해 줄 것을 요구했으나
    김정훈 위원장은 편향된 수업의 존재 자체를 부정했다.

    일부 <전교조> 선생님이
    [정치 이념 수업]을 하는데
    앞으로는 안 하겠다고 대국민 약속을 해주실 수 없느냐.


       - 안양옥 <교총> 회장


    <전교조>는 [편향된 정치 이념 수업]을 한 적이 없다.
    앞으로도 할 생각이 없다.
    다만 교사가 민주주의와 역사, 인권에 대해 가르칠 수밖에 없는데
    그런 데서 오는 오해.


       - 김정훈 <전교조> 위원장


    이날 토론회에서 두 사람의 의견이 일치한 것은
    [대입제도 간소화]에 대한 평가 부분이었다.

    안양옥 회장과 김정훈 위원장은
    정부의 [대입 전형 간소화]에 대해 비교적 후한 평가를 내리면서,
    수학능력시험 난이도를 기초학력평가나 자격시험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전교조>가 대규모 장외집회를 예고하면서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문제가 새로운 정치쟁점이 될 가능성이 커졌다.

    교육계의 긴장감 역시 높아지고 있다.

    일선 학교 현장에서는 
    <전교조>의 집단행동과 이로 인한 혼란이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코앞에 둔 수험생들에게 악영향을 줄수도 있다며,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