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별들의 고향'을 비롯한 무수한 히트작을 내면서 '영원한 청년작가'라는 애칭으로 불려온 소설가 최인호 씨가 25일 오후 7시2분 별세했다. 향년 68세.

    2008년부터 침샘 부근에 발병한 암으로 투병 중이던 고인은 2주에 한 번씩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으며 추석 당일인 19일 서울성모병원에 입원한 뒤 병세가 악화해 결국 눈을 감았다.

    입원 중에는 인근 병실에 입원한 한 천주교 신부와 함께 기도를 하고 신앙 상담도 하면서 위안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고인은 통기타와 청바지로 상징되는 1960∼70년대 청년문화의 아이콘이었다. 암 투병 중에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마지막까지 펜을 놓지 않고 왕성한 집필활동을 해왔다.

    고인은 서울고등학교 2학년이던 196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벽구멍으로'가 당선작 없는 가작으로 입선해 작품활동을 시작했으며 올해로 등단 50주년을 맞았다.

    고인은 소설 '별들의 고향'과 '고래사냥' '깊고 푸른 밤' '겨울나그네' 등을 잇달아 펴내며 1970년대부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쳤다. 내놓는 작품마다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많은 작품이 영화와 TV 드라마로 제작돼 큰 인기를 끌었다.

    고인은 사상계 신인문학상, 현대문학상, 이상문학상, 한국가톨릭문학상, 동리문학상 등을 차례로 받으며 본격문학과 대중문학의 양쪽에서 두루 평가받았다.

    '잘 나가는 작가'로 성공을 거둔 그는 1987년 가톨릭에 귀의했다. 풍요로움 속에서 오히려 황폐해지는 내면이 종교로 이끌었다는 게 고인의 고백이다. 이후 고인은 '잃어버린 왕국'과 '길 없는 길' '상도' '해신' 등 역사와 종교를 소재로 삼은 작품을 집중적으로 내놨다.

    이후 2008년 침샘 부근에 암이 발병해 수술받고 치료받는 등 개인적으로 시련을 겪지만 그 와중에도 꾸준히 작품을 집필해 2011년에는 소설 '낯익은 타인들의 도시'를 펴냈다.

    투병 중에도 묵상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 '하늘에서 내려온 빵'을 비롯해 '최인호의 인연' '천국에서 온 편지' 등을 낼 만큼 집필과 출간을 꾸준히 했다.

    고인은 2004년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글 쓰는 일이 즐겁다. 앞으로 적어도 10년간은 무지막지하게 쓸 계획"이라고 했다. 1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났고 그 사이 암 투병이라는 '복병'을 만나기는 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켜왔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서울주보를 통해 암 투병 사실을 밝힌 작가는 지난해 7월부터 주보에 글을 다시 연재하기도 했다.

    올해도 등단 50주년을 기념해 연재 글 등을 묶어 산문집 '최인호의 인생'을 펴냈다. 산문집에는 암투병 소식이 세상에 알려진 후 착잡했던 마음, 김수환 추기경과 법정스님에 대한 기억 등이 솔직하게 실렸다.

    고인은 올해 초까지만 해도 지방으로 피정을 다니며 글을 쓰는 등 호전된 건강상태를 보여왔다. 지인들에 따르면 고인은 최근까지도 천주교와 관련된 작품을 쓰기 위해 자료수집 작업을 해왔으나 결국 등단 50주년이 되는 해에 세상을 떠났다.

    유족으로는 아내 황정숙 씨와 딸 다혜 씨, 아들 도단 씨가 있다. 장례식장은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차려졌다. 장례미사는 28일 오전 9시 명동성당에서 정진석 추기경의 집전으로 치러진다. 장지는 분당 메모리얼파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