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통해 '일베 폐쇄 주장' 신경민 비판"진영논리에 기댄 이중잣대.. 유감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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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하면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범주"


    새누리당 홍문종 사무총장이 
    보수 인터넷 커뮤니티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폐쇄를 주장한
    민주당 신경민 최고위원을 향해 쓴소리를 날렸다.

    홍문종 총장은 26일 자신의 블로그에
    신 의원에 대해 "지극히 유감스럽다"며 이렇게 썼다.

    "그의 발언은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댄 이중잣대로 편협한 상황인식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UN을 비롯한 전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는데도
    굳이 [천안함 침몰]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면서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보다 더 큰 실망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압박했던 자신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다음은 홍 의원이 블로그에 쓴 글 전문이다. 

    인터넷 발달은 정보격차 해소로 대중의 수준을 높였다. 

    덕분에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는 자유를 얻었고
    표현의 자유 영역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다만 빈번해진 인권침해 때문에
    평지풍파에 시달리는 날도 그만큼 늘게 된 건 흠이지만.   

    보수 성향 인터넷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를 둘러싸고 촉발된
    표현의 자유 적정선 논쟁에서도 비슷한 우려가 감지된다.

    특히 민주당이 5.18 유족과 故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대응 방침을 밝히고 나서면서 그 같은 걱정이 커지는 모양새다.

    이번 기회에 표현의 자유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마련해야 한다거나
    명확한 처벌규정이 없이 적용하면
    표현의 자유를 축소하는 부메랑이 된다는
    백가쟁명 식 조언이 줄을 잇지만 딱 떨어지는 정답은 쉽지 않다.

    모두 충분히 일리가 있는 것 같고
    또 다양한 입장만큼이나 복잡다단해 보이기도 한다.

    표현의 자유를 이유로
    MBC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미네르바 박대성 사건 등에 대해
    연이어 무죄를 선고했던 대법원 판결은 상당한 의미를 시사한다.

    트위터 등 온라인 선거운동 규제 조항에 위헌을 결정한 헌재도 마찬가지다.

    대법원은 일련의 판결에서 "정부 또는 국가기관의 정책 결정이나 업무 수행과 관련한 사항은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라며 "공공적·사회적 사안에 있어선 언론의 자유에 대한 제한이 완화돼야 한다"고 제시했다. 헌재 위헌 결정에서도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에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자 헌법적 가치"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양대 사법기관의 판결·결정은 정치적 의사표현을 형사처벌이나 사전적·포괄적 그물망으로 막으려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읽힌다. 정치적 의사 표현에 과도하게 개입하거나 불명확하고 추상적인 공익의 잣대로 재단하는 공권력에 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럼에도 국제엠네스티 측이 해마다 발표하는 대한민국 인권 점수는 여전히 박하다.

    엊그제 발표된 내용도 이런 저런 이유를 들어 여전히 낮은 성적이었다.
    우리나라처럼 표현의 자유가 광범위하게 인정되는 국가는 드물다고 생각하는 나로서는
    이리저리 혼자서 그 이유를 추론할 뿐이다.

    실제 이명박 정권초기 광우병 파동으로 인한 사회적 갈등은
    적지 않은 희생과 비용을 초래했다.

    마치 지구의 종말이라도 맞은 것처럼
    나라 전체가 흔들렸다는 건 부인하지 못할 사실이다.

    그리고 5년이 지난 지금,
    사실과 다르다는 결론이 나와 있는 마당이다.
    그런데도 누구하나 반성하거나 책임지겠다고 나서는 이가 없다.
    미친듯 부추기던 언론도, 부화뇌동 하던 사람들도
    꿀이라도 먹은 듯 침묵모드니 어이없다.

    그렇게 반성하는 언론사도, 정치적으로 책임지는 사람도 없이
    슬그머니 넘어가면 그만이라는 말인지. 

    무책임한 상황은 광우병 사태만이 아니었다.

    46명의 꽃다운 젊음을 앗아간 천안함 피격 사태도 마찬가지다.

    5개국 전문가 24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2개여월의 조사기간을 거쳐
    북한의 어뢰공격이라는 천안함 침몰 결과를 밝혀냈지만 믿으려 들지 않았다.

    오히려 UN을 비롯한 전 세계가 한목소리로 북한을 비난하고 나섰는데도
    굳이 천안함 침몰이라는 표현을 고집하면서
    천안함 프로젝트라는 영화까지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 의중엔 분명 또다른 목적이 또아리를 틀고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다.

    지난 대선 당시 여당 후보를 시리즈로
    (글로 옮기기조차 민망한 내용으로)
    비방하던 각종 패러디물은 또 어땠는가.

    예술이라는 허울로 법망을 피해 후보의 명예를 훼손하던 당사자와 야권이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던 것 역시 표현의 자유였다.

    그런가 하면 팝 아티스트를 자처하는 여성도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찾아가
    표현의 자유(!!)를 마음껏 누리고 지명도도 올리는 일타쌍피의 가공할 홍보전략으로
    세인의 이목을 모은 바 있다.
    (아직까지 법적으로 처벌 받았다는 소식이 들리지 않는 걸 보면
    상당히 성공적인 프로젝트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신경민 의원의 발언은 지극히 유감스럽다.

    그는 "표현의 자유를 무기처럼 사용하고 있지만
    최소한의 기본은 어겨서는 안된다"며
    일베에 사이트운영금지 가처분신청이나 집단불매운동 조치 등으로
    응징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은 문제해결을 위한 진정성보다는
    진영논리에 기댄 이중잣대로 편협한 상황인식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결국 내가 로맨스고 남이 하면 불륜의 범주를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일베 처벌의 당위성을 위해 그가 제시한 근거들이
    설득력을 얻지 못한 건 지극히 당연한 결과다. 

    그보다 더 큰 실망은 이명박 대통령이나 박근혜 대통령 패러디물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앞세워 압박했던 자신들의 과거 발언에 대해 해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상대진영을 논리적 경쟁을 통해 제압하기보다
    권위적 발상으로 통제하려는 허영심이 가져온 불운이었다.

    그래도 차라리 그들 스스로의 주장처럼
    집단적 지성의 자정효과를 기대했다면
    좀 더 긍정적인 결론을 이끌어 낼 수도 있었다.  

    "전 인류가 한 사람을 제외하고 모두 동일한 의견을 갖고 있고
    한 사람만이 그것에 반대 의견을 갖고 있는 경우,

    인류에게는 그 한 사람을 침묵시킬 권리가 없다.
    그것은 만일 그 한 사람이 인류를 침묵시킬 힘을 갖고 있더라도
    그에게 인류를 침묵시킬 권리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존 스튜어트 밀의 충고를 조금 더 깊이 천착했더라면
    조금은 더 나은 상황이 될 수 있었을까? 

    돌아보면 역사는 늘 그렇게 아쉬움 투성이인 상태에서
    미완으로 끝나곤 했다.

    그럼에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국민적 공감대를 토대로
    표현의 자유가 정착되길 바라는 꿈을 버리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