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의회 ‘혁신학교 조례’ 심의 착수, 이번 회기 내 의결 추진 조례안 원안 통과 시 “혁신학교 지정 취소, 교육감 뜻대로 못해”서울교육청 “법이 부여한 교육감 권한 침해..재의요구 불사”
  •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자료사진).ⓒ 연합뉴스
    ▲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자료사진).ⓒ 연합뉴스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의 ‘유산’을 놓고 서울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이 새 학기 초부터 정면충돌 직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것은 다름 아닌 ‘혁신학교’.

    곽노현 전 교육감이 취임과 동시에 적극 추진한 ‘혁신학교’는 무상급식과 더불어 [깡통진보] 편향 교육감들을 상징하는 정책으로 자리잡았다.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교육계는 ‘혁신학교’를 공교육의 대안으로 앞세우며, 정책의 확대를 요구하고 있지만, 제도의 구조적 문제점을 지적하며 폐기를 요구하는 목소리 또한 만만치 않다.

    특히 지난해 말 치러진 서울시교육감 재선거에서 ‘혁신학교’ 확대를 반대한 보수진영의 문용린 현 교육감이 당선되면서, 갈등은 예고돼 왔다.

    실제 문 교육감은 취임 직후 지난해 혁신학교 지정을 신청한 8곳의 학교 중 2곳을 제외하면서, 이미 한 차례 시의회와 갈등을 빚었다.

    서울시교육청은 현재 운영 중인 혁신학교 운영 실태 전반을 점검하고, 그 결과에 따라 제도의 지속 또는 폐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시의회는 이와 전혀 다른 입장이다.

    민주통합당이 원내 1당을 차지하고 있는 시의회는 혁신학교 정책에 부정적인 문 교육감을 전방위로 압박하면서, 조례를 통해 제도의 안정적 운영을 위한 확실한 기반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재의요구’도 불사하겠다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어, ‘학생인권조례’에 이어 또 한 차례 ‘조례 파동’이 벌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시의회와 서울시교육청 등에 따르면, 시의회 교육위원회는 5일 상임위를 열고 혁신학교 지원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심의할 예정이다.

    조례안이 상임위를 통과하면 8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의결을 하게 된다.

    김형태 시 교육의원이 대표발의한 ‘서울 혁신학교 운영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혁신학교 조례)’은 혁신학교 전반에 관한 결정권한을 교육감이 아닌 ‘혁신학교 운영·지원위’에 부여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조례안은 교육감이 혁신학교 운영·지원위를 설치 운영하도록 하고, 위원회는 심의를 거쳐 4년마다 혁신학교 종합계획을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도 담고 있다.

    조례안에 따르면 위원회는 혁신학교의 지정과 취소, 예산 및 인사, 운영과 평가, 연수 및 행정지원 등 제도 운영에 관한 업무 전반을 심의한다.

    따라서 교육감은 위원회의 심의를 거치지 않고는 혁신학교의 지정 취소나 예산 감축 등을 임의로 결정할 수 없다.

    혁신학교와 관련해 교육감의 권한을 사실상 무력화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조례안에 대해 시교육청은 현행법에 반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법이 교육감에 부여한 자율학교의 지정 및 운영권을 조례안이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혁신학교는 초중등교육법상 자율학교에 속한다.
    조례안은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이 정하고 있는 교육감의 권한을 침해하고 있어 위법하다.
    조례안이 원안대로 통과된다면 학생인권조례 때와 마찬가지로 재의를 요구해야 할 것.

        - 서울시교육청 관계자


    ‘혁신학교 조례’를 놓고 시의회와 시교육청이 날 선 대립각을 세우면서, 교원 및 학부모단체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4일 오전에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서울시교원단체총연합회(서울교총),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등 20여개 단체가 서울시의회 별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의회의 혁신학교 조례 제정 추진을 비판했다.

    이들 단체는 시의회가 ‘조례 만능주의’에 빠져 실정법마저 무시하고 있다며 조례안 폐기를 촉구했다.

    서울시의회가 혁신학교 확산에 제동이 걸리자 혁신학교 조례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시의회는 서울학생인권조례, 교권보호조례 등으로 서울교육을 혼란과 갈등에 몰아넣었다.
    시의회가 과오도 잊은 채 서울교육의 모든 정책사항을 또 다시 조례로 제정하려 한다.


    나아가 이들은 혁신학교가 1억원이 넘는 특별 예산을 지원받으면서 다른 학교들과의 불평등 문제가 심각하다고 덧붙였다.

    막대한 예산을 지원받는 혁신학교가 새로운 모델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부정적 평가도 곁들였다.

    혁신학교는 연 평균 1억4,000만원 가량의 예산을 지원받았지만 새로운 교육모델을 제시하지 못했다.
    이들이 혁신이라고 주장하는 것들은 대부분 일반학교에서 시도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사항들이다.
    교육평등권을 무시한 채 특정학교 유형에만 많은 예산과 지원을 보장하려는 조례안의 폐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기자회견에서는 시의회가 문용린 교육감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문 교육감이 혁신학교 전반에 대한 실태를 점검한 뒤 그 결과에 따라 제도의 지속 혹은 폐지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대안을 내놨는데도 불구하고, 시의회가 새 교육감의 정책 추진을 가로막고 있다는 것이다.

    혁신학교와 관련해 다양한 논의가 있어 현재 종합평가와 방향 재정립을 위한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조례안이 통과되면 혁신학교와 인접학교 간 형평성 문제는 물론 교육청 예산에 막대한 부담을 초래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