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왜 나만 가지고 그래’

     임기 말 논란 속에서 특별사면을 밀어붙인 청와대가 요즘 딱 이 꼴이다.

    특사를 강행해버렸다.
    어떤 욕을 먹어도 해야겠다고 작심한 모습이었다.
    그것도 국민들이 치를 떠는 측근 ‘보은 특사’를 끼워 넣었으면서도 말이다.
    욕 먹는 것은 잠시뿐, 사적 인간관계는 오래 간다, 이런 생각이 이번 특사 단행의 속마음였음이 너무나 명확해졌다.

    그러면서도 내세운 명분은 기가 찬다.
    물론 아무도 듣지 않지만, 그래서 더 기가 찬다.
    ‘대통령 고유 권한’이란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걸까?

    역대 대통령 모두 임기 말이면 사면권을 쓰지 않았느냐는 얘기인가 보다.
    다른 대통령도 그랬으니 자신도 그러했다는 말인 듯하다.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과 천신일 세중나모여행 회장이 특사 끼어넣기 아이콘으로 부각되었다.
    대통령으로선 2007년 대선 공신인 이들에게 진 정치적 부채를 갚고 싶기도 할 터이다.

    그래서 정말 해버렸다.
    비리를 저지른 자신의 측근을 구해 마음은 편하겠지만, 결국 민심을 배신하는 행위를 해버렸다.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그걸 아는 사람들이 ‘다른 대통령들 다하는데 왜 나는 못하게 해’라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역대 정권들이 사면한 규모에 비하면 한참 적다는 통계치도 슬쩍 제시하면서 말이다.

    국민들은 허탈하다.
    결국 유전무죄(有錢無罪)란 시중의 말이 이번에도 통했구먼 하고 씁슬해 한다.
    유전무죄가 아니라 유권무죄(有權無罪)란 비이냥도 나온다.

  • 연이은 측근 비리에 대국민담화를 통해 국민에게 MB가 머리를 숙인게 올해 초였다.
    당시 고개를 숙인 사과의 마음이 모두 거짓이었구나, 그냥 정치적 제스처였구나, 하는 비웃음이 사람들 입가를 스치고 지난간다.

     

    MB만 가지고 그러는 게 아니다.
    MB만이라도 안 그랬으면 좋았었겠다는 말이다.

    ‘왜 우리만’ 이라는 유치한 반론을 하는 MB와 청와대에게 이 말을 돌려주고 싶다.

    그동안 역대 대통령들이 모두 악순환의 고리를 이어왔더라도, MB야말로 그 고리를 끊는 선구자적 대통령으로 남을 수 없었는가 하는 아쉬움이다.

    경제적 업적은 돋보였지만, 정치적 안목과 업적에선 평가를 받지 못한 MB였기에 그런 아쉬움이 더 도드라져 보인다.

    특별사면에서 공과 사를 구분한 최초의 대통령이라는 영예를 제발로 스스로 걷어찬게 MB다.

    5년후 박근혜가 그 영광을 차지하길 간절히 바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