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포 한 봉지 슬쩍했다고 3백만원 합의금홈플러스 경비회사, 여성고객 조직적 협박 130명에 2억 뜯어내 1억5천 홈플러스 입금절도범 합의금 받으면 가산점 “범행 유발” 홈플러스 “경비회사 보안요원의 개인 비리”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도 아닌 1만원 상당의 쥐포 한 봉지를 슬쩍한 이모씨(35세)의 죄 값은 혹독했다. 홈플러스 보안요원들의 협박에 못 이겨 300만원의 합의금을 내야했던 것. 홈플러스에 배치된 보안요원 51명은 지난 2010년 7월부터 약 2년 동안 절취범 130명을 상대로 합의금 2억원을 빼앗았다.

이들은 주로 수치심으로 경찰에 직접 신고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20~40대 여성들만 노렸다. 2억의 합의금 중 1억5천만원 가량은 각 지점 손실금으로 보전하고 5천만원은 자신들이 챙겼다.

홈플러스는 사실상 보안요원들이 합의금을 뜯어내는 걸 부추긴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홈플러스는 보안요원들에게 시설 경비업무 외에 절취범으로부터 건당 100만원 이상 합의금을 받아오면 가점을 줘 경비업체를 평가하고 이를 다음 재계약에 활용했다.

서울지방경찰청 형사과는 11월21일 이 사건을 서울중앙지검 형사3부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했다. 현재까지 이 사건으로 구속되거나 입건된 사람은 경비업체 직원, 인천 남동서 경장 등 모두 69명. 홈플러스 총괄본부장급 임원 2명 등 본사직원 4명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본사 임직원과 지점장들이 ‘절도범 처리 지침’에 따라 사실상 보안요원들의 갈취행위를 유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절도범 처리 지침에는 ‘절도 1건당 100만원 이상을 받아 손실금을 보전하면 가점 1점, 매월 절취범 적발건수가 10건 이하거나 손실보전액이 80만원이면 벌점 1점 등을 부여한다. 이를 1년 단위 재계약 평가 때 반영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다. 
  
경찰은 본사의 경비업법 위반이 사건의 핵심이라는 판단이나 홈플러스는 관련 혐의를 일체 부인하며 보안요원들의 개인비리 사건이라는 주장이다.
  
경찰은 본사 개입 여부를 밝혀 줄 핵심 물증인 ‘절도범 처리 지침’을 이미 확보했고, 보안업체 요원들에 대한 진술을 통해 본사의 개입 정황을 충분히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경비원들은 경찰 조사에서 ‘홈플러스의 평가기준’이 범행동기였다는 사실을 공통적으로 진술했다. 본사가 갈취행위를 직접 지시하진 않았지만, 절도범으로부터 합의금을 받은 내역을 용역계약 평가기준에 반영했다. 결국 경비원들이 권한을 남용해 범행을 하도록 기름을 부은 셈이다”
 - 경찰 측 

적법한 절차에 따라 절도 건을 처리하지 않고, 상대적으로 사회경험이 적고 힘이 약한 주부들을 상대로 공갈협박해 금품을 갈취했다는 경찰조사가 알려지자 이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SNS 이용자 블랙잭 ‏@choikum은 “기업을 하는 게 아니라 어려운 사람들 등쳐 먹는 조직이다. 보안업체 책임으로 떠넘기는 행위는 연간 수백억원의 이익을 남기는 대기업의 두 얼굴이라는 것을 국민들은 똑바로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YKN ‏@bondbourne은 “좀도둑 상대 갈취사건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없던 일로 해줄테니 터무니없이 비싼 합의금을 받아서 1억5,000만원은 (홈플러스가) 손실보전하고, 5,000만원은 경비업체에서 가져간 것으로 알려졌다”고 했다.

경찰의 발표 이후 홈플러스 홈페이지에는 소비자라고 밝힌 사람들도 목소리를 높였다. 
  
‘홈플러스 비인간적 행위에 분노합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올린 김모씨는 “그들을 적법한 절차대로 처리하지 않고, 협박해 부당한 이익을 챙겼다는 홈플러스. 신뢰했는데 크게 실망했다. 착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는 내려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좀도둑 털어 살림 좀 나아졌습니까?’라며 시작한 곽모씨는 “일산에 특히 홈플러스가 많다. 으로는 홈플러스에 절대 안가기로 다짐했다”고 했다.
  
‘누가 더 도둑들인지’의 김모씨는 “절도를 미끼로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고 협박하는 것이 더 못 된 일이다. 홈플러스 불매운동으로 확산시켜 이번 일에 강력히 대응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격양된 소비자들의 질타에 홈플러스는 모든 책임을 보안업체에만 전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보안 용역업체 직원 관련, 불미스러운 일로 심려를 끼쳐 드린 데 대해 깊이 사과한다. 보안업체가 법을 위반할 경우 즉시 계약을 해지하는 등 자체적으로 엄격한 관리를 하고 있음에도 보안팀장 및 경찰의 개인적인 비리가 발생돼 당혹스럽다”

“회사의 자산을 보호하기 위해 최소한의 업무 지침으로 만든 보안업체의 평가 지침이 금번 금품 갈취와 같은 부작용을 낳은 것은 매우 유감으로 깊이 반성한다”

 “보안업체 팀장의 개인 비리에 대해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만큼 작은 불법행위라도 확인된다면 해당 업체는 즉시 해약․해지 등의 조치를 실시할 것이다”
 - 홈플러스 측

반면 모든 책임을 경비업체에 돌릴 뿐, 정작 홈플러스 본사 사장 등 의사결정권자들의 사과는 찾아볼 수 없다다. 진정성을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한 일부 소비자들은 계속해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윗선의 결재가 필요했을 텐데’라고 시작한 이모씨는 “반은 용역업체가 갖고 반은 회사측에 줬다면 윗선에서 결재가 돼야 하는 건데…. 홈플러스 측은 ‘아무런 잘못없다. 용역업체가 잘못이다’며 전혀 몰랐다는 식이다. 사과의 글도 없다”고 했다. 
  
‘세상에 홈플러스가 강도다’를 쓴 이모씨는 “대기업인 그곳 마트에서 그런 공산당도 안할 짓을 버젓이 저질렀다. 사회공헌 한다고 적은 것이 부끄럽지도 않은가? 화가 난다. 개적으로 사과하는 것만이 살 수 있는 방법이다”고 했다. 
  ‘
그래도 단골이었던 홈플러스인데’의 글쓴이 박모씨는 “궁색한 변명 그만해라. 잘못된 부분에 대해서는 책임지겠다’고 말하는 것이 소비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다”고 했다. 
  
여전히 홈플러스는 경찰의 수사과정에서 응대했던 것처럼 본사의 잘못은 없으며 잘못이 있다면 경비업체를 잘 관리하고 있지 못한 것이라는 입장표명만을 이어가고 있다.
  
당초 경찰은 회사의 행위가 폭력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공갈’의 공동 정범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검토했으나 이견이 있을 수 있다는 판단 아래, 경비업법 위반으로 방향을 정했다. 관련 판례가 전무해 사건을 맡은 검찰이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어 향후 기소, 재판과정에서 치열한 법리 다툼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