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서 '의결권제한' 반대 "경제민주화 편가르기 아니다" 적극 해명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연일 '경제위기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단일화에 합의하면서 '룰의 전쟁'의 막이 오른 가운데, 자신은 민생과 직결되는 경제 위기 극복을 위한 해법 마련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박 후보는 전일 두 후보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이벤트'라고 비난했다.

    박 후보는 8일 경제 5단체장과 간담회를 갖고 '저성장 위기론'을 타개하기 위한 해법 마련에 머리를 맞댔다. 재계는 경기부양책의 필요성을 강조했고, 이에 박 후보는 경제민주화와 경제활성화를 함께 이끌어나가겠다고 화답했다. 


    ◈ "의결권 제한에 대규모 비용 안돼"


    1시간가량 진행된 간담회 분위기는 비교적 화기애애했다. 재계의 민감한 사항인 경제민주화·순환출자제 등에 대해 박 후보가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보다 상대적으로 온건한 입장을 지닌 데다가 '의결권 제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한덕수 무역협회장이 "경제민주화 정책으로 언급된 순환출자 문제에 대해 새누리당의 명확한 입장을 듣고 싶다"고 하자 박 후보는 "기존의 순환출자에 대해서는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고, 앞으로는 하지 않도록 하는 방향"이라고 말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8일 "기존 순환출자제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8일 "기존 순환출자제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정상윤 기자

    그는 이어 "의결권 제한은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끊기 위해서 대규모 비용을 들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이를 위해 드는 비용을 투자로 전환시킬 수 잇는 정책을 펴는 게 타당하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전달한 경제민주화 공약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내용이어서 논란이 예상된다. 김 위원장은 대기업 순환출자에 대해 의결권 제한하는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보고 있다.

    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과 국민행복추진위원회는 신규 순환출자는 금지하되 기존 순환출자 분에 대해선 의결권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대기업의 지배구조를 규제하는 방안을 추진해 왔다. 특히 기존 순환출자에 대한 의결권 제한은 김 위원장이 박 후보에게 전달한 경제민주화 공약 중 '대기업집단법'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어 손경식 대한상의회장이 "복지재원 마련을 위한 증세에 논란이 있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자, 박 후보는 "재정건정성까지 훼손하면서 복지를 늘리는 데는 찬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박 후보는 독일의 예를 들어, 복지재원의 '효율적인 전달'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의 '생애주기맞춤형 복지'를 거론하며 "소득을 보존해주는 복지가 아니라 일할 의욕과 능력이 있는 사람들을 다시 생산의 현장으로 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중소기업 인력의 수요·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데 대해 "중소기업이 필요한 인재를 찾을 수 있도록 교육과 훈련 등 지원에 중점을 두겠다"고 약속했다. 또 "중소기업들이 블루오션이라고 할 수 있는 중동중남미에 진출할 수 있도록 무역협회 코트라 등 통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 朴 "여유 있는 분 양보해야" 고용유지 요청


    아울러 박 후보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대기업의 '고용유지'를 적극 요청했다. 박 후보는 "좀 더 여유있는 분들의 양보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대기업에 계신 분들도 고군분투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대다수 중소기업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어떻게 하면 같이 함께 사는 길을 찾을 것인가, 전통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어떻게 보호하면서 나아갈 것인가 하는 사회적 책무에 대해서도 대기업에서 앞장서 힘써줄 것을 당부드리고 싶다"고도 했다.

  •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8일 "기존 순환출자제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정상윤 기자
    ▲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는 8일 "기존 순환출자제에 대해 기업 자율에 맡기는 게 적절하다"고 말했다. ⓒ 정상윤 기자

    또한 "근로자 입장을 고려해 구조조정, 해고 등을 최대한 자제해주고 일감과 일자리 나누기, 근로시간 단축, 임금조정 등을 통해 고통을 분담하고 같이 어려움을 이겨나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특히 재계에서 비판적인 경제민주화에 대해서도 "기대도 있고 걱정도 있는 것으로 아는데, 사실 잘못 알려진 부분도 많이 있다. 이것은 특정 대기업 때리기, 기업들 편가르기, 국민 편가르기를 하자는 것이 결코 아니다. 성장과 분배의 선순환구조를 만들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고 했다.

    이에 허창수 전경련 회장은 "중소기업과 동반성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경제민주화와 동시에 경제활성화 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기업들이 신명나게 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이희범 경총 회장도 "대선 후보 중 가장 먼저 경제활성화와 성장을 언급해 줘서 감사하다. 일자리를 계속 창출하고 기업이 안정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손경식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희범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송재희 중소기업중앙회 상근부회장, 한덕수 무역협회 회장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