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남자의 하루 일과는 면도와 함께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바쁜 아침에 급하게 면도를 하느라 얼굴을 베이거나 긁히는 경우도 많고, 어쩌다 하루라도 면도를 거르고 나간 날이면 지저분하다며 주변에서는 난리법석이다. 남자로 태어난 것이 싫어지기까지 하는 면도.

    언제, 어디서, 어떻게, 왜, 누구에 의해 시작되었는지 알아보자.

    <수염은 왜 나며, 어떤 의미를 갖는가?>

    수염은 예로부터 남성미와 권위의 상징으로서 중요하게 취급됐다. 고대 수메르, 페르시아, 앗시리아와 바빌로니아 같은 초기 문명권의 지배자들은 수염을 손질하고 꾸미는데 엄청난 시간을 들였다. 그들은 수염손질전용 젓가락, 인두, 물감과 향수 등을 사용하여 수염을 손질했으며,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에는 금실로 꾸미거나 금가루를 뿌리기도 했다.



    • 동서양을 막론하는 수염은 중요하게 여겼다. 우리 민족의 시조인 단군이나 중국의 여러 영웅들도 풍성한 수염으로 위용을 자랑했으며, 각 왕조의 왕들 역시 기품 있는 수염으로 권위를 과시했다.

    • 성적 신호의 한 가지이기도 하다. 수염은 특히 남성에게만 나타나기 때문에 성적인 신호의 한가지로 여겨지고 있다. 실제로 수염 부분의 모낭에서는 성적 유인 역할을 하는 여러 가지 분비물이 나오기 때문에 이러한 가설을 더욱 지지하고 있다.

    수염은 호르몬의 영향을 받는다. 수염은 사춘기 때에 비로소 나기 시작하며, 이는 '안드로젠(Androgen)' 과 '테스토스테론(Testosterone)'이라는 두 가지 남성호르몬에 의해 좌우된다. 입 언저리, 얼굴의 아래쪽 전부, 양쪽 턱과 턱 끝, 그리고 목 윗부분에 이르기까지 수염은 넓게 분포되어 자라며, 깎지 않고 계속 기를 경우 2년이면 30cm 길이만큼 성장한다고 한다.


    <이렇게 중요한 수염을 도대체 왜 깎기 시작했을까?>

    • 지저분한 건 싫어~ 면도를 언제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선사 시대의 동굴 벽화에서부터 면도의 흔적을 엿볼 수 있다. 선사 시대인들은 이, 벼룩, 그리고 작은 설치류들이 기생하지 못하도록 체모를 제거했다.

    이러한 위생 관념은 고대 이집트에서 특히 강해서, 그들은 온 몸의 털을 모두 면도하고, 특별 제작된 가발과 턱수염으로 장식했다.



    • 신에 대한 경외의 표현
    : 면도는 또한 고대 제의의 한 형태로서 신의 대한 복종의 표현이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젊은 신도들은 신심과 복종의 표시로 그들의 수염을 바치고자 했고, 이때 사제는 인간의 열등함과 겸손의 상징으로 수염을 깎았을 것이다.

    전술적인 측면에서의 면도 :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은 백병전에서 자기 부하들이 유리하게 싸울 수 있도록 수염을 자르라고 명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긴 수염이 적군에게 공격 당할 빌미를 제공할 수 있다고 여긴 것이다. 실제로 프로 레슬링 경기에서는 가끔 이러한 경우를 볼 수 있다. 로마군의 경우에는 적군과 확실히 구분하기 위해 면도를 했다고 한다.


    <면도를 하지 않으면, 1년형의 금고형을 선고 받기도 했다.>

    별난 것들 같으니라구~! : 면도가 보편화되자 이를 무시한 일부 사람들은 특별한 부류로 인식되었다. 이는 대개 면도를 하지 않은 털북숭이들이 공격적이고 지배적인 성격의 소유자이거나, 거칠고 단정치 못한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수염을 기른 화가나 시인, 히피들의 경우는 사회적 관습과 통제에 무관심한 그들의 태도를 수염으로 표현하였다.



    수염을 기르게 해 주세요~! : 일반 남성들은 거의 예외 없이 최근 몇 세기 동안 깔끔하게 면도를 해 왔다. 정부가 이러한 관행을 강제한 경우도 있었다. 영국의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수염을 기른 사람들에게 상당한 액수의 세금을 부과했다.

    1830년 미국 매사추세츠 주의 어느 소도시에 거주하던 남자는 수염을 길렀다가 지역사회의 미움을 사 거리에서는 아이들에게 돌팔매질을 당하고, 교회에서는 성찬식을 거부했으며, 강제로 면도를 시키려는 사람들의 습격을 받기까지 했다. 그는 결국 1년형의 금고형을 선고 받기에 이른다.


    <경쟁보다는 협동을 원하는 욕구가 면도를 낳았다?>

    위의 상황을 종합해 볼 때 우리는 다음과 같이 추론해 볼 수 있다. 남성의 수염이 호전성과 지배 성향을 나타내는 것이기에 자발적이고 규칙적으로 이를 제거하는 행위는 남성들의 내면에 그들의 원시적 독단성을 누그러뜨리고자 하는 또 다른 욕구가 있음을 반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면도는 결국 경쟁보다는 협동을 원한다는 시각적인 유화의 제스처인 셈이다. 이에 더해 면도한 얼굴은 수염이 없는 어린이를 연상하게 하여 실제보다 젊어 보이게 하며, 표정 전달도 훨씬 쉽다. 면도는 타인에 대한 관심과 정성, 그리고 자신의 깔끔한 성격을 암시하는 것이다.


    [사진출처 = KBS드라마 '각시탈' SBS드라마 '신사의 품격'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