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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이 새 노래 ‘롸나우’ 잘 못 됐다.

    싸이가 발표한 노래 중에 영어 제목 노래가 하나 있다. 바로 Right Now이다. 강남스타일에 이어 큰 관심을 끌었다. 마침 세계적인 인기를 끈 강남스타일의 후속으로 세계적 인기를 후보작으로 기대되어 더욱 그랬다.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이유로도 유명세를 탔다. 이 노래에 들어있는 가사중에서 일부분이 청소년 유해판정을 받았다. 다음과 같은 귀절이다.

    "웃기고 앉았네 아주 놀고 자빠졌네, 혼자 북치고 장구치고, 아주 생쇼를 하 네...
    인생은 독한 술이고 그래서 예술이고, 수리수리수리 마술이고 원고 투고 쓰리고..."

    이런 가사가 청소년 유해판정을 받아서 19금이 됐었다. 여론에 밀려 19금은 물론 해제됐지만,

    Right Now - 이 노래를 한글로 검색하면 롸잇나우 또는 라잇나우로 쓰고 있다. 빈도수를 보면 롸잇 보다 라잇이 더 많다. 그러나 '롸잇나우' 든지 '라잇나우' 든지  모두 잘 못 됐다.

    노래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싸이의 뮤직비디오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현실밀착형이 아닌가 싶다. Right Now가  촬영된 배경은 사람들에게 너무 친숙한 장소이다. 할인마트점, 지하철 역, 미칠 것 같이 차가 막히는 도로 등이다.

    등장하는 댄서들의 복장도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고 친근감을 준다. 가사 역시 고상떨거나 위선을 내세우지 않고 구어체를 주로 사용한 것이 인기비결의 하나로 보인다.

    이런 음악적인 부분 보다 한글표기법의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Right Now를 라잇 나우로 표기한 곳이 상당수이다. 그런데  으로 쓰면 이것이 right 인지 light 인지 구분이 안된다. right을 라잇으로 써 놓으면 우리 스스로 '한국인들은 r 발음과 l 발음을 구분하지 못한다'고 낮춰 평가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Right Now를 라잇나우 로 쓰지 않고 롸잇나우 로 쓴 곳도 눈에 띈다. 이것은 그만큼 진전이 이뤄졌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발전이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영어의 l 발음과 r 발음을 구분하기 시작했으며, 한글로 그 차이를 나타낼 수 있다는 당연한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음을 보여주는 아주 기분좋은 사례이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야 한다. 이제는 받침을 살리는 문제이다. 엄밀히 말하자면 Right은 ‘롸잇’이라기 보다 ‘롸잍’ 이 가깝다. 만약 Right 다음에 모음이 앞에 오는 글자가 온다고 가정을 해보자. Right answer 와 같은 경우이다.

    Right Now : 나우  Right Answer : 롸잇앤서 롸이서 (×)

    Right Now : 나우 ,  Right Answer : 롸잍앤서→ 롸이서 (○)

     

    Right now를 ‘롸잇나우’로 쓴다면 Right answer는 ‘롸이샌서’가 맞을 것이다.

    그러나 실제 Right answer의 발음은 롸이탠서에 더 가깝다.  

    right 마지막 자음은 t 이므로 한글로 옮길 때도 t 와 가장 가까운 ㅌ를 쓰는 것이 맞다. 롸잇은 ㅌ 대신 ㅅ 을 사용했으니 실제 철자를 왜곡한 것임이 뒷 부분에 모음을 들이 대면 금방 드러난다.

    버터 바른 굴린 발음으로 바꿔서 Right 의 t를 묵음으로 처리하면 Right Now는 롸인나우 가 더 가깝고, Right Answer는 롸이낸서가 더 가깝다

    Right Now : 나우 , Right Answer : 롸인앤서롸이서 (○)

     어느 경우이든지 right 은 롸이 아니라는 말이다. 다시 말해 이제 우리는 외국어를 한글로 표기할 때 받침도 제 발음을 살리는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우리가 한글을 잘못된 맞춤법이라는 감옥에서 구출하면 얼마든지 표현의 자유는 확대 된다. 한국 사람들은 영어의 p f v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으로 이야기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런 발음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글자로 쓰지 않았기 때문에 잊혀졌을 뿐이다.

    만약 우리가 p는 ㅍ으로 쓰고,  f는 순경음 ㅍ (ㅍ 아래 o을 붙여 쓴 글자)로 표기하도록 하고 어려서부터 f 발음을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 절대 발음하지 못할 발음이 아니다. v도 마찬가지이다. ㅂ순경음(ㅂ 밑에 o을 붙여 쓴 글자)를 사용하면서 영어의 v와 똑같이 발음하는 버릇을 익히면 누구든지 할 수 있다.

    일본 사람들의 영어 발음이 이상하다고 흉보지만, 그것은 일본인들이 어떤 언어적인 장애가 있어서가 아니라, 일본글자에 받침이 거의 없기 때문에 그렇게 굳어졌을 뿐이다. 이를 유사한 사례로 설명하자면, 소리를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은 말도 못하는 언어 장애인으로 변한다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다. 듣지 못하니까 말도 못하게 된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인은 한글의 우수성을 최대한 살려서 모든 소리를 글자로 정확하게 쓸 수 있도록 왜곡된 맞춤법의 인위적인 굴레를 벗어던져야 한다.

    이렇게 외국어표기에서 바꿔야 하는 내용중에는 자음도 마찬가지이다. 외국어를 귀담아 듣다보면 자음을 나란히 사용해야 하는 경우를 많이 발견 할 수 있다.

    외국어를 표기할 때 쌍자음을 되도록 쓰지 않도록 하는 악법중의 악법이 있었다. Paris는 프랑스에서는 빠리라고 발음하지, 파리라고 발음하지 않는다. 영어에서도 그렇게 안한다. 영어에서 Paris패리스 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만 Paris는 빠리도 아니고 패리스도 아니고 사생아 같은 파리가 되어버렸다.

    이것은 쌍자음을 쓰지 말자는, 누군지는 모르지만 아주 이상한 원칙을 정해 놓아서 생긴 크나큰 오류이다. 만약 그런 엉터리 규칙도 아닌 규칙을 만들어 퍼트린 사람이 아직도 생존해 있다면, 7천만 겨레 앞에 무릎꿇고 사죄하고 고칠 일이다.

    그런데 쌍자음만이 문제가 아니다. 러시아 발음을 자세히 들어보면 ㄱ 과 ㅅ 발음이 거의 동시에 들리는 자음이 많다. 이것을 그스라고 쓰면 실제 발음과 차이가 난다. ㄱ 과 ㅅ 을 쌍자음처럼 한개의 자음으로 붙여 써야 제 소리에 가깝게 된다. 어떤 소리는 심지어 자음을 3개 겹쳐 써야 제소리가 나는 소리도 있을 수 있다.

  • 모음도 마찬가지이다. 우리 모음의 장점은 천지인 기본 모음을 가지고 계속 조합하여 새 모음을 원하는 대로 만들어 쓸 수 있다는 점이다. ㅣ와 ㅏ를 합쳐서 빨리 발음하면 ㅑ 소리가 난다. ㅣ와 ㅓ를 합쳐서 빨리 발음하면 ㅕ 소리가 난다. 한국어에는 잘 나타나지 않지만 ㅛ 와 ㅑ를 합친 모음은 없을까? 우리말에는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외국어도 없다고 할 수 없다.

    이렇게 모음과 자음을 자유롭게 조합해서 사용하면 얼마든지 지금까지 쓰지 못했던 수많은 글자를 기록하는 방법이 나올 것이다. 바로 이런 놀라운 기능 때문에 한글은 글자없는 소수부족들에게 문자를 보급하는 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 한글은 이렇게 장점이 많은 글자이다.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글자라고 언어학자들이 인정하는 절대지존의 글자이다. 이런 글자가지고 Right Now 정도를 제 발음대로 못 쓴다면 말이 되겠는가?

    그러니 롸잇나우, 반갑다. 그런데 너는 50점이다.

    라잇나우는? 시대착오에서 빨리 깨어 나기 바란다.


    [사진출처 =  싸이 미투데이, 소망화장품, (사)한나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