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NLL을 포기하면 평화’라는 감언이설에 속으면 수도권 방위를 포기하는 셈”
  • ▲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지난 2007년 10월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지난 2007년 10월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난 2007년 남북정상회담을 마치고 돌아온 뒤 북방한계선(NLL)을 ‘영토선’으로 인정하지 않겠다고 말한 사실이 확인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이에 새누리당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논리에 따른다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도발도 정당하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노 대통령 “NLL은 영토선 아니다”

    <한겨레신문> 2007년 10월12일자 보도 中

    노무현 대통령은 11일 서해 북방한계선(NLL)과 관련해 “그 선이 처음에는 우리 군대(해군)의 작전 금지선이었다. 이것을 오늘에 와서 ‘영토선’이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렇게 되면 국민을 오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낮 청와대에서 열린 여야 정당대표 초청 오찬 간담회 및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휴전선은 쌍방이 합의한 선인데 이것은 쌍방이 합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라며 이렇게 밝혔다.

    노 대통령은 이어 “국민들을 오도하면 여간해서는 풀 수 없는 문제가 될 것이기 때문에, 정치권에서 사실 관계를 오도하는 인식을 국민들에게 심는 것은 굉장히 부담스러운 일이라는 점을 고려해 주었으면 좋겠다. 이 문제는 ‘남북기본합의서’에 근거해서 대응해 나간다는 것이 우리 기본 입장”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NLL 의제를 남북 간에 많이 다투어서는 우리한테 결코 유리한 주제가 아니다. 우리가 NLL 위에다 (남북 경제협력의) 새로운 그림을 그려서 쓰면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민국 군(軍) 통수권자가 처음으로 “NLL이 정식 영토선이 아니다”라고 언급한 것이다.

    2007년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발언 사실이 알려지자 각종 언론매체는 해당 내용을 주요 뉴스로 다루며 파장을 예고했다.

    “NLL은 영토선 아니다 南 일방적으로 그은 線”… 노대통령 발언 논란 (국민일보)

    노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 발언 파문 (아시아경제)

    노 대통령 “NLL이 영토선? 국민 오도하는 것” (오마이뉴스)

    “아예 휴전선도 영토선 아니라고 하든지…” (동아일보)

    노 대통령 “NLL 영토선 아니다” 발언 파장 (부산일보)


    1953년 8월30일 유엔사령부가 NLL 확정을 통보했을 당시에도 북한 측은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었다. 이후 북한 측은 관영 중앙통신이 매년 발간하는 조선중앙연감 1959년판에서 황해남도를 설명하는 지도에 NLL을 해양경계선으로 분명히 표기했다. 

    하지만 진보-좌파 진영은 현재 “NLL은 국제법상 영토선으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엄밀한 의미에서 남북 해상경계선은 최종 확정되지 않았다. 남한은 서해 백령도·대청도·소청도·연평도·우도 등 5개 도서와 북측 지역의 중간선을 이은 NLL을 해상경계선으로 삼는다. 1953년 마크 클라크 유엔군사령관이 정전협정에서 해상경계선 합의에 실패한 뒤 임의로 설정한 것이 현재의 NLL이다. 국제법상 영토로 인정받는 경계선이 아니라는 것이다. 남측은 이후 NLL 이남 해상을 실효적으로 관할해왔기에 실질적 해상경계선이자 남측 영해라는 입장을 취해왔다. (경향신문)

     

  • ▲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지난 2007년 10월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정몽준 “독도 문제에도 같은 논리 적용할래?”

    새누리당 정몽준 공동 중앙선거대책위원장은 17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전체회의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NLL이 영토 분계선 역할을 할 수 없다는 논리대로라면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나 도발도 정당하다는 주장이 성립될 수 있다.”

    “좌파 진영은 ‘NLL이 한국전쟁 휴전협정 직후 우리 측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한 것이어서 북한이 무시하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서 그 경계선이 ‘부당하다’는 논리를 펴는 건 위험하고 무책임하다.”

    “1952년 우리가 한일(韓日) 평화선을 그을 때도 일본과 국교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설정했지만 이후 평화선은 한·일 양국은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공인되는 한·일 경제선이 됐다.”

    “우리나라가 독도 영유권 갖고 실효 지배를 할 수 있는 것도 이 평화선 때문이다.”

    만약 북방한계선(NLL) 설정할 때 남북 간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영토 분계선의 효력을 갖지 않는다고 주장한다면 한일 평화선에도 같은 논리가 적용된다는 게 정몽준 위원장의 설명이다.

    “한반도 평화는 서해에 평화지대를 설치한다고 해서 이뤄지는 게 아니다.”

    “‘서해 NLL을 포기하면 평화’라는 북한의 감언이설에 속으면 수도권 방위를 스스로 포기하는 셈이 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나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도 이런 사실을 잘 알 것이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에서 이런 북측 제안에 (우리 정부가) 동의했다면 걱정스러운 일이다.”

     

    ■ 조정환 육군참모총장 “NLL은 실질적 해상경계선”

    조정환 육군참모총장은 이날 충남 계룡시 소재 육군본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서해상 NLL이 군사분계선이냐 아니면 북한과 협상을 통해 조정해야 하는 공동해역이냐’는 새누리당 손인춘 의원의 질의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제가 이해하기로는 (NLL은) 실질적인 해상경계선이고 해군에서 영해수호 차원에서 사수하고 있다. 군인은 영토와 영토주권을 수호하는 것이 사명이고 그것을 지켜낼 것이다.”

    이에 민주통합당 안규백 의원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해 “오늘 이 자리는 육군본부 정책 질의니까 NLL이나 특정 대선후보의 공약 관련 질의는 안 했으면 좋겠다”고 항의했다.

     

  • ▲ 노무현 대통령과 북한 김정일이 지난 2007년 10월 평양 4.25 문화회관 광장에서 열린 공식환영식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NLL이 영토선 아니라면 서해5도 주민들은?”

    만약 노무현 전 대통령이 말한 대로 북방한계선(NLL)이 우리 영토선이 아니라면? 

    많은 이들은 위와 같은 전제에 대해 ‘논리적 모순이며 아이러니 그 자체’라고 지적한다.

    “그러면 백령도,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우도는 어느 나라 소속인가?”

    “서해5도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생명과 안전은 누가 보장할 것인가?”  

    “NLL을 사수하다가 숨진 해군장병들은 무엇을 위해 싸웠단 말인가?”

    새누리당 ‘민주당 정부의 영토주권 포기 등 대북게이트 진상조사특위’가 인천시 옹진군청을 찾아 서해5도 어민들의 의견을 듣는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참석한 한 연평도 주민은 “노무현 정부 당시 추진됐던 서해 공동어로구역 설정은 우리 영해를 북한에 내주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NLL이 무너지면 서해5도 주민들은 섬에서 살지 못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 국민들은 40년이 넘도록 한국의 해상영토경계선으로 인식해왔다.

    그런데 NLL이 영토선이 아니게 되면 서해5도는 북한의 내해에 떠 있는 작고 외로운 섬들이 되고 만다. 무력침공을 당해도 방어할 방법이 없게 된다. 국민의 목숨을 보장할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심재철 의원은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에게 공개 질문을 던졌다. 

    “노무현 대통령은 NLL에 대해 ‘땅따먹기 하면서 일방적으로 그어놓은 선이다’, ‘법적근거가 없다’. ‘대한민국 영토선이 아니다’ 이런 말들을 반복했다.”

    “당시 대통령 비서실장이었던 문재인 후보는 NLL에 대한 입장을 분명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공개질문에 즉시 대답할 것을 촉구한다.”